|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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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 지역 |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볼리비아 |
| 시대 | 현대/현대 |
| 원어 주소 | México|Brasil|Argentina||Paraguay|Boliv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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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문 주소 | Mexico|Brazil|Argentina||Paraguay|Bolivia |
중남미 한인들의 문학 텍스트에 나타난 이민자 및 이민 사회의 문화 정체성과 관련한 탈중심적 글로컬리제이션.
6·25전쟁 이후 한국 정부는 인구 과잉으로 인한 실업과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이민을 추진하였다. 1960년대 한국과 남미 국가 간의 외교관계가 성립되면서, 넓은 국토에 비해 인구가 적은 남미 국가로 이민을 보내기 시작했다. 구한말 하와이 이민이 한국인의 최초 해외 이민이었다면, 남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공식 이민이었다. 중남미로의 한인 이민은 1921년 멕시코에서 쿠바로 재이주한 제1기[1903~1921], 1920년대 일본인 이민자들에 섞여서 이주한 소수의 일본 국적 조선인[장승호와 김수조 등], 그리고 1956년에 57명의 반공포로들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건너간 제2기[1922~1956], 1963년 브라질로의 농업 이민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으로 집단 이민이 시작된 제3기[1963~1971], 1972년 브라질 정부가 한인 이민 억제 정책을 시작하게 되어 공식 이민이 중단되고 대신 서독에서 광부 또는 간호사로 일했거나 베트남에서 계약 노동자로 일했던 사람들이 계약이 만료된 후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남미로 불법 입국하여 체류한 제4기[1972~1980], 1980년 이후 가족 초청, 투자 이민 등으로 중남미 한인 사회가 새로운 성장 단계를 맞게 된 제5기[1981~현재]로 구분할 수 있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기획 농업 이민이 이루어진 제3기와 중남미 한인 사회가 새로운 성장기를 맞이한 제5기에 한국은 해외 이주를 글로벌 차원에서 경제적 성공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했는데, 이는 세계화와 민족, 그리고 민족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데 이주가 제공하는 기회를 보여 주는 사례다.
일반적으로 디아스포라는 원래의 고향을 떠나 세계의 다른 곳으로 강제로 혹은 유인되어 조국으로부터 흩어지고 분리되어 살아가는 모든 민족 집단이나 공동체를 지칭하는 용어다. 디아스포라는 또한 이들이 원래의 나라를 떠나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해 온 전통과 문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프케(Dapke)[2022]는 디아스포라 문학은 둘 이상의 서로 다른 문화가 뒤섞인 혼성 정체성에 의해 구성되는 조합이자 이주민의 원문화와 호스트 문화 모두에 이질적인 새로운 양가감정의 세계를 만드는 독특한 형태의 문학이라고 정의한다.
디아스포라 문학은 작가가 그리워하는 문화에 대한 과장된 상상력에 의존하는 개인의 현실에 대한 무의식적 인식이 혼합, 반영이라는 이유로 평론가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 문화, 정체성은 디아스포라 문학이 피할 수 없는 주제다. 홍기삼[2009]이 지적하듯 “이방인, 경계인의 자의식은 향후 문화적 크레올화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이런 문화적 크레올화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와 전통이 산출”된다는 점에서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문화는 오늘날 글로컬리제이션(globalication) 추세에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특히 문학은 문화적 경계와 혼종 지점을 서사화하여 주변의 ‘편력과 회귀’ 및 ‘매혹적인 순환성’ 차원의 전지구적 세계관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은유 체계다.
2023년 기준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은 약 10만 2000명인데 이 중 약 4만 7544명이 브라질에, 그리고 약 2만 3000명이 아르헨티나에 거주하고 있다[e-나라지표]. 중남미 한인 이민은 본격적인 이민 역사가 길지 않고 교민의 수도 많지 않아 다른 지역 이민과 비교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충분한 연구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재외 한인 연구가 이루어진 시기가 1988년 재외한인연구회가 창립된 이후라는 점을 고려해도 중남미 한인에 대한 관심이 미약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환기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한인 문인들의 글을 모아 2013년 『브라질 코리안 문학 선집』과 『아르헨티나 코리안 문학 선집』을 출간했다. 시, 소설 편, 그리고 수필, 평론, 동화, 콩트 편으로 구성된 『브라질 코리안 문학 선집』과 시, 수필 편, 그리고 소설 편으로 구성된 『아르헨티나 코리안 문학 선집』, 이렇게 네 권의 책은 그동안 한국의 이민 연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자료를 취합하고 정리했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김환기[2013]는 역사는 길지 않지만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나름의 문화 정체성을 구축했다는 점을 남미 한인 디아스포라의 특징으로 들고 있다.
본격적인 중남미 한인 이민은 6·25전쟁 이후 농업 이민을 주축으로 했으나 6·25전쟁 직후 반공포로를 포함해 정치 이데올로기가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먼 중남미 한인 이민 디아스포라는 초국가주의적 경계와 문화 혼종 지점에서 탈중심적 세계관과 타자성을 대변하는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브라질 한인 이민사에는 20세기의 국제정세, 한국의 근현대사, 이민 당사국의 불확실한 이민 정책, 이민자의 신분과 성격, 그리고 초창기 농업이민, 중립국을 거쳐 흘러간 반공포로, 1970년대의 도피 이민 등이 담겨 있다. 브라질 한인 사회에서는 실생활에서 이민 생활의 길잡이 역할을 담당하는 정보지 형태의 다양한 종류의 간행물이 발간되었다. 이러한 간행물에는 『교민회보』[1967], 『문협의 소리』[1975], 『제뚤리오』[1976], 『남미동아』[1978], 『POLI학생회보』[1980], 『조선일보 브라질』[1982], 『향군』[1984], 『뉴스브라질』[1985], 『OsFilhos da Patria[배달]』[1985], 『신세대』[1987], 『남미매일신문』[1987], 『코리아타임스』[1990], 『부리랑』[1991], 『상파울루저널』[1991], 『남미크리스천』[1992], 『중앙일보 브라질』[1995], 『뉴스남미로』[1995] 등이 있다. 단행본으로는 『포한사전』[주영복, 1975], 『브라질 한인 이민 50년사』[정하원·안경자·최금좌, 2011]를 비롯해서 『아마존의 꿈』[오응서, 2004], 『송암문학전집』[이인길, 1983], 『국적이 많은 여인』[정수잔나, 1992], 『상전벽해』[박선관, 2010], 『본당 35년사』[천주교한인교회, 2000] 등이 있다. 특히 『무궁화』, 『백조』, 『열대문화』는 문학을 통해 이민 사회의 문화 소통을 이끌어 내며 이민 사회의 정신문화 측면에서 구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의 임윤정 교수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두드러진 활동을 했던 『열대문화』의 경우 매년 혹은 수년간 휴지기를 반복하다가 담당자 안경자가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 2013년 1월호를 마지막으로 출판이 멈춘 상태였으나 2024년 출판을 목표로 이민 60주년 특집호를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김환기[2013]는 시, 소설, 평론, 기행문, 번역문을 중심으로 이민 사회의 목소리를 담은 『열대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열대문화』에 실린 문학작품의 주제를 크게 세 갈래로 설명하는데, 하나는 브라질의 혼종 문화 속에서 한인 이민 사회의 자긍심과 민족정신, 향수를 노래한다는 점, 브라질의 혼종 문화와 마찬가지로 이민 사회가 탈경계적 정신세계를 형성한다는 점, 그리고 브라질의 경계·혼종 문화와 동거하는 한인들이 현지인들과의 문화적 교류, 같은 아시아국 이민자들과의 교류, ‘해외 한인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세계화의 보편적 가치와 초국가적인 세계관을 구축한다는 점이다. 김환기[2011]는 브라질 한인회를 중심으로 발간된 각종 정보매체, 그리고 문학 작품들이 비록 문학적 완성도 면에서는 다소 한계가 있을지언정 재브라질 한인 사회의 정보 창구이자 이민족과의 문화 교류와 소통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담당했고 브라질 특유의 다민족, 다문화적 혼종 사회의 탈중심적 세계관과 호흡하며 척박한 이민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브라질 한인 사회에서 발간된 문학 관련 창작집 및 작품은 크게 문예 잡지 형식의 종합 교양지와 개별적 자서전 형태의 창작집과 작품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문예 잡지 형태의 종합 교양지로는 『백조』, 『무궁화』, 『열대문화』 등이 있다. 『백조』는 브라질 한인회의 전신인 한국문화협회에서 1970년 8월 창간했으며, 브라질 한인들이 발간한 최초의 문예지 형식을 띤 종합 교양지로서 이민사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초창기 한인 이민자들의 정착 과정과 체험담을 통해 각오와 자세를 진솔하게 담아 내던 『백조』는 아쉽게도 창간호로 끝났다. 이후 1985년 브라질 한인회 회보인 『무궁화』가 창간되어, 구성과 형식 면에서 전문적인 문예지는 아니었지만 문학 장르를 중심으로 한 종합 교양지로서 한인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했다. 1986년에 창간된 『열대문화』는 구성, 형식, 분량, 내용 면에서 전례 없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형태의 담론으로 브라질 한인 사회에서 문화 활동의 전성기를 대변하던 문화 잡지였다. 『열대문화』는 보편성과 열린 시각, 내적인 시사 구조로 브라질 한인 사회의 내적 성장을 확인시켜 주는 공간이었다. 『열대문화』에 소개된 문학작품은 임윤정이 포르투갈어로 번역한 한국 단편소설은 물론 이민자들의 정착 과정, 좌절과 망향 의식, 섬유산업에서의 성공, 세대 간 갈등, 국제결혼을 둘러싼 갈등과 고뇌, 세대교체에 따른 한국어와 한글 교육 문제, 미국으로의 재이민, 민족의식과 자기 정체성 문제, 기독교 교회의 권력화와 폭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김환기가 브라질 한인 디아스포라의 문학작품에 대해 논문을 발간한 2011년까지 발간된 창작집과 개별 작품은 총 10권이다. 이 중 자서전 성격의 창작집으로는 『국적이 많은 여인』[정수잔나], 『대지의 꿈』[원현국, 예루살렘, 1988], 『아마존의 꿈』[오응서, 2004], 『송암문학전집』[이인길, 1983], 『기회의 땅 브라질』[편무원, 2009], 『브라질의 하늘 아래에서』[최창선, 2002], 『내 신앙의 자화상』[한국진, 2007] 등이 있다. 이들 자서전의 주제는 이민 동기, 정착 과정, 성공 신화, 귀향 의식, 자기 정체성 등 가족사를 사회문화적 시각에서 적은 것이 특징이다. 김환기는 조국과 민족, 그리고 이데올로기, 경제적 성공과 정신적 빈곤, 신대륙에 대한 도전 의식과 열린 세계관을 재브라질 한인 소설의 문학적 특징으로 들면서 한인 사회의 특별한 체엄과 기억들이 형상화는 창구였음을 강조한다. 이렇듯 풍부한 문학적 소양을 씨뿌린 재브라질 한인 사회에서 이민 3세대 이후 한국어 구사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열대문화』도 지속되지 못한다는 점은 애석하다.
한인들의 본격적인 아르헨티나로의 이주는 1965년에 시작되었다. 아르헨티나 한인 사회의 형성 과정은 브라질의 경우와 유사하며 역시 각종 한인 단체에서 정보 제공과 상호 소통을 위한 문화 지점으로서 교민 소식지의 역할이 컸다. 특히 『모임우리들』[1920]과 『재아문인협회』[1994]는 한인 이민 사회의 정신문화를 이끌고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경우 재아르헨티나 한인 문인협회에서 1996년부터 『로스안데스 문학』을 지속적으로 발간했다는 점이다. 『로스안데스 문학』은 2011년까지 총 12호가 발간되었고, 2007년부터 격년으로 간행되기 시작해 2022년에는 통권 21호 발행을 기념해 문학 공모전을 개최한 바 있다. 『로스안데스 문학』은 평론, 시나리오, 번역을 포함해 다양한 문학 장르를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이민 역사와 정착 드라마, 이문화와의 충돌, 교민 사회의 화음, 불협화음, 자녀 교육, 세대 간 갈등, 고향에 대한 향수 등 이민 사회의 문제를 문학 장르에 담아 표현했다. 『로스안데스 문학』 이외에도 아르헨티나 한인들은 이민사, 문예 잡지, 시집 등 다양하고 비교적 풍부한 문학 활동을 벌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이외에도 중남미 대륙 33개국 곳곳에 한인 디아스포라가 존재하고 교민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지만, 한인의 수가 많지 않고 이민 세대가 이어지며 한국어 구사가 어려워짐에 따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초반까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한인들의 문학작품이 김환기의 노력으로 정리되었음은 다행한 일이다. 김환기의 지적대로 탈경계적 작가군과 문학 장르를 토대로 주류·비주류, 중심·주변을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의 다층적 월경주의를 읽어 낼 디아스포라 작품이 부족한 까닭은 남미 전체 한인들 간의 상호 교류는 물론 거주국 및 주류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민 후속 세대가 이어지며 혼종적 가치를 내포한 다양한 작품이 탄생할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