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야 | 생활·민속/생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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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 지역 |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칠레 파라과이 볼리비아 |
| 시대 | 현대/현대 |
| 원어 주소 | Argentina|Brasil|México|Chile|Paraguay|Boliv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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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문 주소 | Argentina|Brazil|Mexico|Chile|Paraguay|Bolivia |
중남미 한인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재이주 현상.
중남미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한인들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으로 1차 이주[emigration]를 했다가 여러 가지 사유로 중남미 인접 국가나 북미의 미국, 캐나다 등으로 다시 옮겨 가기도 하고 모국인 한국으로 역이주를 한다. 여러 국가를 넘나드는 중남미 한인들의 높은 유동성과 복잡하고 다방향적 이민 경로를 이민자가 3개 이상의 정착지와 연계되어 있는 ‘리좀 디아스포라(Rhizomatic Diaspora)’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연속적 이주 과정에서 국적, 문화, 정체성은 더욱 다양화되고 유동적 의미를 가지게 되며, 한 번 이상 이주하면서 여러 다른 정착지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게 된다.
이주는 일회적으로 단행되어 첫 이주국에서 영구 정착하는 형태로 완결되기도 하지만 또한 연속적인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세계화의 진행과 출신국과 이주국과의 초국적 물적·인적 교류와 이주 네트워크의 활성화로 인해서 이주민들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노동, 투자, 교육의 기회를 고려해서 제3국으로 재이주를 하거나 모국으로 역이주를 감행한다.
한인들의 중남미로의 본격적인 이민은 1962년에서 1971년 사이에 한국 정부가 집단 농업 이민을 장려해서 남미 국가들과 협상을 했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볼리비아로 약 3만 명이 이민을 가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에는 투자이민, 기술이민, 가족 초청 이민이나 해외 주재원이나 유학생의 자격으로 이민을 갔다. 2023년 기준 재외동포청 통계에 따르면 현재 총 10만 2751명의 한인이 여러 중남미 국가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주를 단순히 출발과 도착, 그리고 귀환의 문제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중남미 한인 사회의 특이점으로는 일부 한인의 이주 유동성[mobility]이 상당히 높고, 재이주, 역이주, 순환 이주와 같이 형태나 방향성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한인들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으로 1차 이주를 했다가 여러 가지 사유로 중남미 인접 국가나 북미의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다시 옮겨 가기도 한다. 중남미 한인들의 국제 이동은 때로는 순환적이고 여러 국가와 여러 경계를 넘는 초국가적인 형태를 띤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칠레, 미국, 한국을 넘나드는 중남미 한인들의 높은 유동성과 복잡하고 다방향적 이민 경로[routes]를 이민자가 3개 이상의 정착지와 연계되어 있는 ‘리좀 디아스포라’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리좀 디아스포라는 한인 이민자들의 초국가적 경험과 이주 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주요 이론적 틀로 활용되는데, ‘리좀’ 개념은 애초에는 철학자 들뢰즈(Deleuze)와 가타리(Guattari)가 개발한 용어로서 문화연구 분야에서 디아스포라의 이동성에 대한 은유로 등장했다. 리좀은 사전적 의미는 땅속에서 뿌리처럼 뻗어 나가는 식물의 수평형 줄기세포를 의미한다. 중남미 한인들이 한곳에 정착하며 깊게 뿌리내리려는 경향보다는 재이주와 역이주를 통해 이곳저곳 표류하며 삶의 자원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지칭한다. 중남미 한인들은 한 국가로만 온전히 동화하고 그 정착국에서 시민권 및 법·정치적 권리 획득을 위해 애쓰기보다는 정치·경제적 불안정, 자녀 교육 문제, 치안 문제, 결혼 또는 더 나은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역내 이민[regional], 서반구 이민[hemisphere], 대양 이민[transocean]을 감행하며 초국적 이주 경로를 확장하는 경향이 높다.
특히 중남미 국가들이 지니고 있는 언어적 동질성, 역사적 공통성과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중남미 지역 내에서도 재이주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파라과이를 거쳐서 아르헨티나나 브라질로 옮겨 가기도 하고 아르헨티나에서 멕시코로 건너가기도 한다. 중남미 한인의 재이주 관련 구체적인 사례로, 2001년 말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 불이행 선언과 은행예금 동결 조치, 페소화 평가절하 등으로 인해 경제가 최악의 상태로 접어들자 아르헨티나 한인들은 미국, 멕시코, 브라질 등으로 재이주하거나 한국으로 역이주를 하였다. 하지만 2003년부터 경제가 재안정화되면서 제3국으로 옮겨 갔던 재아 한인들 일부는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연속적 이주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인 이민자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변화하며, 로컬 혹은 초국적 한인 커뮤니티와의 관계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되는가? 초국가주의는 이주를 단일민족 국가의 국경 너머에 존재하는 역동적이고 다양한 현장의 과정으로 재개념화하는데, 이주민은 이주 과정을 통해서 거쳐 간 다양한 국가와 문화와 계속적으로 연결을 유지하기도 한다. 연속적 이주 과정에서 국적, 문화, 정체성은 더욱 다양화되고 유동적 의미를 가지게 되며, 한 번 이상 이주하면서 여러 다른 정착지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게 된다.
한인 이민자들은 한국,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칠레, 파라과이를 각각의 독립된 민족국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얽힌 이주의 장으로 간주한다. 모국을 떠나 연속적으로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모국과 관계를 유지하며 거쳐 간 다른 이주국과도 다중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모국과 이주국 간의 동시적이면서도 다방향적인 관계는 이민자들이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관계를 형성 및 유지하게 하며, 이 과정에서 민족정체성은 다중 정체성의 형태를 띠게 된다. 중남미 한인들은 시민권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를 취하며 필요와 이해에 따라 복수의 영주권, 시민권을 취득, 보유하게 된다.
“미국으로의 재이민, 이곳의 사람들은 그것을 삼민이라고 불렀다. 오랜 경제불황의 늪에서 사람들은 재이민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떳떳이 여권에 도장 박아 하늘을 가듯 떠나는 사람, 죽음의 사선이라도 넘듯 멕시코를 경유한 일명 담치기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의 나라로 떠나갔다.”
1996년부터 재아르헨티나 한인 문인협회가 발간한 한인 문예지인 『로스안데스 문학』 2호에 수록된 노충근의 단편 「바람의 자리」의 일부분이다. 소설에서는 아르헨티나에서 생활하는 한인들의 삶의 고뇌와 실제적인 이민 상황을 여실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재아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해 미국으로 재이민하는 현상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이처럼 다른 지역 한인들이 문학 장르를 통해서 ‘정착지’ 의식을 보여 주는 것과는 상이하게 중남미 한인들의 문학작품에는 현지 사회의 불안정한 정치·경제적 현실이 반영되어 있고, 캐나다, 미국으로의 재이주와 한국으로의 역이주의 초국가적 경험이 녹아 있다.
소수 한인은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직접적 이민이 여의치 않을 때 처음부터 중남미가 최종적인 정착지가 아니라 중남미로의 이민을 미국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로 상정하기도 한다. 또한 중남미 한인 문학작품에서는 애초에는 중남미를 이민 목적지로 상정하고 떠났지만, 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과 불만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미국으로의 재이민을 시도하게 되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한다.
중남미 한인들은 현지의 정치·경제적 불안, 미국 친지의 초청, 미국에 대한 동경으로 인해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재이민을 가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 및 직업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재이주를 감행하는데, 김윤규는 「재아르헨티나 한인소설의 몇 가지 성향」이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중남미 한인의 미국으로의 2차 이민이 자녀들의 교육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처럼 아르헨티나 정착이 한인들의 궁극적 소망이 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이민하는 목적이 이민 당사자 세대의 호의호식에 있기보다, 자식 세대의 신분 상승에 더 많이 실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먹고사는 문제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되지만, 자식들의 학업과 성취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을 목표로 한 재이민 열풍이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중남미 한인들은 자녀가 성장하면 자녀만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거나 가족이 전부 미국으로 재이민을 가기도 한다.
이처럼 여러 사유로 미국으로 재이민을 한 중남미 한인들은 한국에서 바로 미국으로 이민한 한인들에 비해서 훨씬 다양한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러 국가를 거치며 연속적인 이주를 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영어를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중남미 출신 한인들의 다중언어 능력은 미국에서의 재정착에 도움이 된다. 한국어 구사를 통해 재미 한인 커뮤니티 편입이 용이하고 또한 스페인어를 구사하고 활용함으로써 중남미 이민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한인 커뮤니티와 타민족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중남미에서의 이민 경험에서 획득한 직업적 특성이 삶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중남미 한인들은 중남미에서 축적한 의류 사업 관련 경험을 활용해 재미 한인 의류 사업을 발전시켰는데, 특히 로스앤젤레스 자바시장에 많이 진출해서 크게 활동하였다.
한인 이민자들에게 중남미 국가는 일시적 체류지나 북미 지역으로의 재이주를 유발하는 곳으로만 인식되지는 않는다는 점 또한 지적하고 싶다. 미국으로 재이민한 이후에도 이전의 중남미 생활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자녀만 미국에 두고 부모는 중남미로 다시 돌아온 한인들도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중남미 한인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재이주 현상은 한인 이민자들이 중남미 내 인접 국가나 미국, 캐나다 등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남미 한인의 다방향적 이동성은 미주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고 이들 중 일부는 모국인 한국으로 역이주를 한다.
역이주는 이주자들의 모국회귀 본능이나 현재 거주국보다 모국에서 더 나은 경제·사회적 기회를 찾고자 할 때 발생한다. 이민 1세들이 자신이 출생한 모국으로 되돌아오거나 후손들이 수세대가 지난 후에 선조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민족 귀환 이주[ethnic return migration]’의 형태를 띤다. 한국 사회에서도 1990년대 이후부터는 한국인이 해외로 나가는 이주는 감소하고 재외동포가 결혼 이민자, 이주노동자, 유학생, 전문 인력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한국으로 귀환하는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재외 한인의 모국으로의 역이주 흐름에 중남미 한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재외 한인의 역이주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고려와 함께 생애사적 전략과도 관련이 깊다. 중남미 한인 1세대들은 본인이 이민 떠났던 때보다 훨씬 발전한 모국으로 은퇴 후의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며, 한국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 역이주를 한다. 그리고 중남미 한인 차세대들은 한글 교육과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해서 단기로 한국을 찾기도 하고 정규 대학 과정을 통해 학위 취득을 하고자 역이주한다. 학업적 목적 외에도 중남미 1.5세, 2세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취업을 해서 전문 직종에 종사하고자 한다. 중남미 거주 경험을 통해 습득한 스페인어라는 문화자본을 한국에서 활용하여 외국어 교육계나 한국 기업에 종사하는데, 이는 미국, 캐나다 출신 한인들이 한국에서 영어라는 언어자본을 직업적 기회에 활용하는 사례와 유사하다.
중남미 차세대들이 한국으로 역이주이자 교육 이주를 하는 이유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친숙함도 포함된다. 중남미에서 가족, 한글학교, 한인 교회, 한국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문화를 빈번하게 접하고 한 번쯤은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일례로 한 과테말라 출생 한인은 “고등학교까지 과테말라 소재 국제학교를 다녀서 한인 친구보다 현지인 친구가 많았지만, 성장하는 동안에 한국 매체를 통해서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증가해서 한국에서 대학 공부를 하고자 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한국 내 친척 네트워크, 한국으로 먼저 유학을 온 선배나 형제로부터의 한국 유학 추천, 부모의 권유도 차세대들의 한국행 결정에 영향을 준다. 한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한국 대학을 다님으로써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감도 고양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녀가 모국에서 대학 학위를 취득하여 차후 한국 내 취업의 기회를 갖고 더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 대학 입학 시에 현지에서 습득한 언어능력을 활용해서 스페인어 언어 특기자 전형으로 수시입학을 하고 중남미 체류로 인해 재외국민 특별전형이라는 특례 입학의 기회를 이용해 대학에 입학하기도 한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학 경비가 저렴하고 국내 일반 외국인과 비교하면 동포 학생들은 한국 국적이 있거나 취업 등의 제한에서 한국민과 차이가 없는 재외동포비자[F-4]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학 이후 한국 내 체류나 취업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중남미 한인 1세대들은 이민 생활 중에도 한국어, 한국 문화를 유지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재적응이 비교적 순조롭다. 이에 반해서 차세대들은 기본적인 일상생활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더라도 한국어 쓰기나 어려운 단어, 유행어, 학술적 용어 면에서는 한국어 사용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언어장벽 외에도 차세대들은 모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국의 높은 경쟁 문화와 교육 문화 차이로 인해서 문화충격[cultural shock]을 느끼기도 하고 한국 사회에서의 조직문화, 직장 생활, 자녀 교육으로 인한 고충을 겪는다. 하지만 역이주를 통해 조부모를 비롯해 친지들로 이루어진 확대 가족과의 재결합이 이루어지고, 한국 사회의 다양한 편의시설로 인해서 생활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치안상의 안전을 느낀다.
중남미 차세대들은 다중언어, 다중 문화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다양한 이주 경험을 통해서 한인, 중남미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유지, 변화, 혼성화한다. 중남미에서 가족과 한인 교회를 통해서 한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학교 친구들과의 교제를 통해서는 현지인들과도 폭넓은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중남미의 문화가 체화되어 있다. 이런 연유로 중남미 차세대들 사이에는 한인 정체성뿐 아니라 중남미인 정체성도 형성되어 있고 중남미를 자신의 고향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중남미 차세대들이 한국에서 교제할 수 있는 집단의 범위는 넓은 편인데 스페인어권, 영어권 출신 동포나 일반 외국인들과의 교류가 활발한 편이며 중남미와 한국의 사회문화적 장을 넘나드는 과정을 통해 초국가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중남미에서 한국적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한 것과 유사하게 한국에 머물면서도 중남미 문화의 초국적 연결이 지속된다. 한국에서 중남미 문화적 정체성의 표출을 통해 자신의 고유성을 지키려 하기도 하며, 중남미에 대한 향수병을 달래고 중남미 음식과 음악을 접하기 위해서 중남미 음식점과 같은 여가 공간을 방문한다.
국내 유학생의 증가는 다문화 사회의 저변을 확대하고, 특히 동포 유학생들은 글로벌 역량을 갖춘 미래의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집단이다. 다문화 경험과 다중언어 능력을 겸비한 중남미 차세대들이 국가 간 경제·문화적 교량 역할을 하는 국제적 인재로 성장하고 한국 대학에 잘 적응하여 만족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각 대학은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