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특별한 이야기

달라스 지역에 특화된 도넛 사업

한자 -地域-特化-事業
분야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원어 항목명 Specialized Donut Business of Koreans in Dallas
원어 주소 Dallas, Texas, USA
영문 주소 Dallas, Texas, USA
정의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의 한인들을 중심으로 특화된 도넛 사업.

개설

1980년대부터 텍사스(Texas)주 달라스(Dallas)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도넛 가게 80~90%를 한인이 운영할 정도로 한인들이 소규모 사업인 도넛 가게를 특화하였고, 그 결과 미국의 다른 지역과 달리 던킨 도넛(Dunkkin’ Donuts) 등의 대형 도넛 프랜차이즈가 달라스에는 뿌리를 내리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달라스 지역에 특화된 도넛 사업 현황

달라스의 도넛 사업은 한인들이 특화한 지역 특유의 사업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현재 달라스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들의 1/3이 도넛과 관련된 일을 할 정도로 많은 한인이 뛰어든 사업이고 또한 한인들만이 지역의 도넛 사업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부분 지역의 도넛 사업은 던킨 도넛, 크리스피 크림 도넛(Krisppy Kream Doughnuts) 등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지배하고 있지만 유독 텍사스에서는 이들 대형 업체가 맥을 못 추고 있을 정도이다. 2010년대 말 던킨 도넛은 향후 10년 안에 달라스-포트워스(Dallas-Fort Worth, DFW) 일대에 120여 곳의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한인 커뮤니티를 겨냥한 것으로 지역 신문은 “던킨 도넛이 한인 도넛 스토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9년 현재 던킨 도넛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인 소규모 자영업자와의 싸움에서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 패한 것이다.

한편 또 다른 대형 업체인 크리스피크림도넛 또한 2010년대 후반에 달라스에 7~8개의 매장을 열었지만 몇 년 후 2개 정도만 남기고 문을 닫았다, 북텍사스 입성에 실패하자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주유소나 컨비니언스 스토어(convenience store) 입점의 우회전략을 세웠지만 성공하지 못하였다. 한인도넛협회에 따르면 2019년 현재 달라스의 포트워스에만 한인 도넛 가게가 1,600여 개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보다 140여 개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텍사스 전역의 도넛 가게가 3,400개라 하는데 텍사스 도넛 가게의 절반 정도가 달라스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달라스는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서 휴스턴(Houston) 다음으로 큰 도시로 2020년 현재 인구 140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위치는 텍사스주 북부이며 트리니티강[Trinity River]의 세 지류가 만나는 곳 근처의 대초원과 완만한 구릉지대에 걸쳐 있다. 달라스는 DFW 메트로폴리탄을 통칭하는데, 달라스 한인 사회는 1960년대부터 한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형성되었지만, 1970년대 말의 한인 인구는 2,000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5년 후인 1983년 한인 인구는 1만 5000명으로 급증하였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인들은 언어적 한계로 인해 주로 봉제업이나 허드렛일에 종사하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현재의 해리하인즈(Harry Hines) 거리의 한인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한인 사업체가 하나 둘씩 들어서게 되었다. 가발 가게, 보석상, 세탁소, 미용 재료업, 식당 등 소규모 자영업체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미국 전체에서 달라스 지역 한인에게만 특화된 도넛 사업 또한 시작되었다. 주로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먹는 도넛은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간단한 아침 식사이고 특히 텍사스 주민들의 도넛 애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특히 미국은 매년 6월 첫 번째 월요일을 ‘내셔널 도넛 데이(National Donut Day)’로 정해 놓고 기념하고 있다. 이날은 1938년 제1차 세계대전 중 군인들에게 도넛을 제공한 구세군 회원들을 기리기 위해 시카고에서 만든 도넛 이벤트에서 시작하였다. 미국의 많은 도넛 가게에서는 내셔널 도넛 데이에 무료로 도넛을 제공하기도 한다.

달라스 지역의 대표 단체로 텍사스도넛협회[Texas Donut Association]가 텍사스주 달라스 덴턴 드라이브 11363에 있다.

도넛 사업의 배경

미국인들이 미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도넛 대신 한인들의 도넛 가게를 주로 찾는 이유는 그들만의 까다로운 입맛 때문일 수도 있고, 대형 업체의 도넛들이 타지에서 대량생산된 후 배달해 와 신선도가 덜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던킨 도넛 등은 주로 냉동한 도넛을 녹여 튀기기 때문에 방금 반죽을 만들어 구워낸 도넛보다 바삭함이 적지만 한인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도넛 가게는 매일 아침 도넛을 직접 구워 내기에 신선도가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한인 도넛 가게가 지닌 월등한 맛, 그리고 성실과 친절이 최대의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직원을 고용하여 온종일 도넛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소규모로 운영하는 한인들은 새벽 2시쯤에 일어나 반죽을 하고 아침 5시부터 도넛을 팔기 시작하여 정오가 되면 남은 도넛을 모두 폐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들이 나름대로의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도넛을 만들고 판매해 온 것이다.

한인들이 도넛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실내장식 비용이나 초기 사업자본이 많이 들지 않고, 도넛 제조 기술 또한 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장벽이 큰 문제가 되지 않기에 이민해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인이나 타 주에서 달라스로 이사 와 정착을 노리는 한인이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최적의 업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성실과 끈기를 지닌 한국인의 생활 습관을 들 수 있는데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가게 문을 열어야 하고 새벽에 일어나 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낮 12시에 가게 문을 닫기에 한인들에게 ‘도넛’은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게 하였다.

도넛 사업의 역사

최초로 한인 도넛 가게를 연 한국인은 어빙(Irving)시의 정형규[또는 정영규]로만 알려졌고, 정확한 가게 이름과 위치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상호가 알려진 첫 번째 한인 도넛 가게를 연 사람은 회계사[CPA]인 남철현으로, 그는 1981년 캐럴턴(Carrollton)시 조시 레인(Josey Lane)과 프랭크포드 로드(Frankford Road)가 만나는 곳에 ‘서니 도넛(Sunny Donut)’을 시작하였다. 1984년부터 리처드슨(Richardson)시에서 ‘도넛 디포(Donut Depot)’라는 상호의 도넛 가게를 운영하는 김영근이 개업할 당시 DFW 지역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도넛 가게가 20여 개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한인 운영 도넛 가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1995년에 개최한 달라스도넛협회 발기인 대회에는 100명이 참가하였을 정도가 되었다. 2004년에 이 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DFW 지역 전체의 도넛 가게가 1,000여 개 정도인데 이 중 80%가 넘는 800여 개의 가게를 한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라스도넛협회는 2005년에 소규모 비즈니스 엑스포를 열었는데 한인 도넛 가게 운영자들과 밀가루, 우유, 소시지 공급 업체 등 800여 명이 참석하였고 당시 릭 페리(Rick Perry) 텍사스주 주지사가 달라스도넛협회 창립 10주년 축하 메시지까지 전할 정도로 지역의 도넛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인 사업자들의 위상이 커졌다.

달라스도넛협회는 도넛 사업 종사자들 간의 정보교환의 장을 마련하고 있고, 공급 업체들과의 계약 체결 등에서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예컨대 재료 공급 업체의 독점화를 막고 회원들이 저가로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중재하기도 하였다. 일례로 그 당시 한인 도넛 가게의 80~90%에 밀가루 원료를 공급하고 있던 돈(Dawn)사가 거듭해서 재료 공급 가격을 올리고는 하였다. 그러자 협회는 당시 소규모 회사에 지나지 않던 필스버리(Pilsbury)사를 끌어들여 각종 기술 개발 세미나를 열어 한인들을 초대하게 하는 등 공급 업체 변경을 유도하면서 밀가루 가격을 낮추게 하였다.

한인 업체들의 이익을 위한 협회의 활동은 도넛 제조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우유 공급에서도 나타났다. 2005년 도넛협회는 당시 지역 도넛 가게의 우유 공급을 거의 독점하고 있던 셰프스 데어리(Shepps Dairy)사의 우유 가격 인상을 저지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도넛협회 산하의 100여 개 한인 도넛 가게가 일시에 경쟁업체였던 마마무(Mama Moo)사로 우유 공급 업체를 바꾸었다. 그 결과 우유 업체 간의 경쟁을 유도해 우유 공급 가격을 낮추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한편 도넛협회는 시나 주 당국과의 유대 관계를 통해 협회 회원들의 실질적인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였다. 특히 텍사스주의 식품 관련 종사자들이 3~5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하는 식품 서비스 운영 과정[Food Service Management Course]의 교육 비용을 낮추는 데 노력하여 150달러였던 교육 비용을 도넛협회 정회원에게는 80달러로 낮추게 하였다. 또한 던킨 도넛 등의 대형 도넛 체인점을 물리치고 소규모 자영업체를 보호하는 등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수년 전에 한인 도넛 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교통량이 많은 사거리마다 도넛 가게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한인 업체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길 하나를 두고 한인 가게가 서로 마주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한인 도넛 사업체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 그 이유는 DFW 지역의 도시개발에 따른 상권 확대, 신규 주택단지 조성 등의 개발 붐으로 신흥 주거지역이 생겨나고 그곳에 도넛 가게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도넛 사업을 시작하여 한인 도넛 가게의 위상을 높인 선행 사업가들의 업적과 명성에 힘입을 뿐만 아니라 적은 자본금, 쉬운 기술, 안정된 수입 보장의 삼박자가 맞기에 한인들이 새롭게 도넛 사업에 뛰어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한인이 운영하는 세탁소, 뷰티 서플라이, 청소 등은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공격적 업체와 경쟁을 해야 하지만, 도넛은 이미 던킨 도넛 등과의 싸움에서 나타났듯이 자본력이 아니라 맛을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사업이기에 한인들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인들의 도넛 사업 성장의 또 다른 연결고리는 한국인의 특성인 가족 중심의 문화 때문이다. 도넛 사업으로 성공한 이민자가 한국이나 타 주에 있는 가족을 불러들여 도넛 사업을 하게 하고, 이들이 또 다른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들여 사업에 참여하게 하기 때문이다. 도넛 사업을 해서 망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쉽게 접근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업종인 것이다.

그렇다면 유독 텍사스에서만 도넛 사업이 성황인 이유는 무엇일까? 북텍사스 한인도넛협회 이상윤 회장에 따르면 도넛 반죽과 맛은 건조한 기후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테네시(Tennessee)나 애틀랜타(Atlanta)같이 습한 지역에서는 도넛 사업이 활성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후 조건에 덧붙여 더 중요한 것은 도넛 사업에 뛰어든 한인들의 노력이다. 그래서인지 텍사스에서 도넛 사업을 하던 사람이 버지니아(Virginia)주로 옮겨 가서 ‘텍사스 도넛’의 간판으로 사업을 하고 성공한 한인도 있고 미주리(Missouri)주에서 달라스 도넛을 지역 명물로 만든 한인도 있다.

의의와 평가

달라스의 한인 도넛 사업은 한민족 특유의 성실과 친절함, 그리고 부지런함과 우수한 맛을 향한 집념이 만들어 낸 특화된 사업이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대형 프랜차이즈의 끈질긴 도전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달라스는 물론 텍사스를 장악한 한인 도넛 사업은 새벽에 출근해서 도넛을 만들어 내는 성실함과 손님을 고귀하게 여기는 친절, 그리고 무엇보다는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 내는 우수한 맛 때문이다. 노력과 땀과 친절을 바탕으로 한 도넛 사업은 북텍사스 한인들의 아메리칸드림을 현실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 신기해, 『달라스 초기 한인 이민사』(교보 퍼플, 2014)
  • 「“도넛, 텍사스 한인들의 자부심”」(『코리아타임스 텍사스』, 2019.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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