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특별한 이야기

샌프란시스코 한인의 민속 문화 전승

분야 정치·경제·사회/사회·복지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정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거주 한인들을 중심으로 재미 한인의 민속 문화 전승 개관.

개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남쪽의 샌프란시스코만과 북쪽의 산파블로만을 남북으로 잇는 주변 지역 일대를 일컫는다. 이 글은 2007년과 2008년에 수행된 두 번의 설문지 조사 결과에 토대를 둔 류종목의 논문에 의거해 작성되었다. 류종목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거주하는 이민 경력 10년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민속 문화의 전승을 설문조사하였다. 설문지는 새너제이(San Jose) 지역에서 54매, 프리몬 지역에서 48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18매, 그 밖의 25개 지역에서 1매에서 6매씩 총 198매를 회수하였다. 연령대는 60대 70명, 40대 46명, 50대 35명, 70대 27명, 30대 16명 순이었다. 그리고 서울, 경기 출신과 대졸 이상자가 1/3 내외를 차지했다. 이러한 수치는 도시 엘리트 계층의 이민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이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설문 응답자를 이민 온 시기를 기준으로 정리하면, 1950년대에 이민을 온 자가 2명, 1960년대에 12명, 1970년대에 51명, 1980년대에 87명, 1990년대에 46명으로 대체로 1970~198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이 조사는 재미 한인 1세와 1.5세를 기준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재미 한인 2세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위의 조사에 근거하여 아래 서술되는 민속 문화의 전승 양상은 미국 전체 한인 사회의 양상을 대표하지 않으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거주 한인 1세대 및 1.5세대에 국한된 것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민속 문화의 전승과 문화 접변

민속 문화의 존재 원리는 일반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 즉 전승력에 있다.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잃어버린 민속은 생명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전승력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는 객관적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류종목은 편의상 설문 응답자를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민속 전승에 참여하고 있는가에 따라 전승률을 가늠하였다. 예를 들어 설날 관련 항목이 5항목이라면 응답자 전원이 모든 항목에 다 참여하는 것으로 응답했다면, 곧 전승률 100%가 된다. 따라서 민속 항목별 전승률은 (항목별 참여자 수 / 설문 응답자 총수) × 100으로 나타난다. 이를 전승 지수라 할 때 전승 지수가 높을수록 전승력이 강할 것이고, 낮을수록 전승력이 약할 것이다. 전승 지수는 이주 이전의 민속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전승 지수가 최소한 50 이상이면 그 민속의 전승은 원형을 유지하려는 ‘구심적 전승’이라 할 수 있고, 그 미만이면 타 문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원심적 전승’이라 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의 민속 전승은 이러한 두 가지 양상이 모두 드러난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한인들의 명절과 세시 풍습을 묘사하면서 민속 문화의 구심적 전승과 원심적 전승 양상을 기술하고자 한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재미 한인 사회에서는 문화 접변에 의해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문화 접변이란 서로 다른 문화 전통을 가진 여러 사회가 접촉할 때 발생하는 문화의 변화 과정과 그 결과를 말한다. 여기서는 한국의 민속 문화가 타 문화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현상을 ‘능동적 문화 접변’이라 일컫고, 타문화에 한국의 민속 문화가 영향을 받아 거의 교체 상태에 이른 것을 ‘피동적 문화 접변’이라 부른다. 재미 한인 사회의 돌잔치를 중심으로 문화 접변의 능동적 양상을 살펴보고 산전 하례로서 베이비샤워를 예시로 미국 문화에 영향을 받은 피동적 문화 접변 양상을 확인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결혼 의례 및 장례 의례를 중심으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 사회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접변 현상을 확인하고자 한다.

구심적 전승과 원심적 전승으로 살펴본 한인의 민속 문화

모든 문화가 그렇듯이 민속 문화도 변이 전승된다. 샌프란시스코 한인들의 민속 역시 이주 이전의 민속을 원형으로 나름의 동력에 따라 변이하고 있는 중이다. 동일한 공간에 살고 있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민속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주민인 샌프란시스코 한인은 시간의 이동뿐만 아니라 공간적 이동을 경험한 만큼, 더욱 큰 폭으로 민속이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민속 문화 전승 지수가 50 이상인 것을 구체적 행사별로 나열하면, 가장 높은 것이 설날 떡국 먹기로 97, 한복 소지가 96, 이어서 양력설 쇠기가 74, 출산 후 미역국 먹기가 69, 하루 두 끼니 이상 한국 음식 먹기가 61, 추석날 송편 먹기가 58, 설날 세배하기가 55의 순이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음식문화의 전승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전승 지수가 50이상이면 그 민속의 전승은 원형을 유지하려는 힘이 상대적으로 강하므로 구심적 전승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 문화에 관한 한 전승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음식 문화의 구심적 전승이 강하다는 것은 일상적인 식단에 대한 응답에서도 드러난다. 평소 식단을 기준으로 하루 두 끼 이상씩 한국 전통 음식을 먹는 사람의 전승 지수가 61이고, 그것도 주식인 밥, 김치, 된장찌개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식 위주의 식생활이 보편화되어 있음을 가리킨다. 샌프란시스코 한인들은 거의 대부분[90%] 하루 한 끼 이상씩 한식을 먹고 있으며 한인들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으로 밥[181명], 김치[173명], 된장찌개[145명], 불고기[111명], 국수[110명], 냉면[73명], 청국장[45명] 등이라는 점에서도 한인들이 한식을 주식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음식 문화의 구심적 전승 양상이 매우 강하다는 것은 설날의 떡국 먹기, 추석의 송편 먹기 등 세시 음식의 전승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것은 설의 행사로서 전승의 맥이 유지되고 있는 세배[전승 지수 55], 윷놀이[전승 지수 43], 설빔 입기[전승 지수 35], 차례 지내기[전승 지수 14] 등과 비교해 보면, 설날 떡국 먹기[전승 지수 97]가 민속 전승으로서 얼마나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그뿐만 아니라 출산 후 미역국 먹기[전승 지수 69]도 그 밖의 임신을 위한 여러 의례들의 전승 지수가 8.6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그 전승력이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음식 문화가 다른 종류의 민속에 비해 강한 전승력을 가진 것은 순수한 자연의 맛을 살리는 한국 음식의 강한 흡인력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이미 입맛이 길들여진 상태에서 이민을 온 1세대가 가족의 식단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세시 풍습으로 가장 강한 전승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설이다. 전통적인 음력설 쇠기[31]보다 양력설 쇠기[74]가 더 보편화되어 있다. 이러한 전승 지수는 이중으로 설 쇠기를 하는 가정도 다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양력설 쇠기가 더 많은 것은 음력 설날은 미국의 공식 공휴일이 아니어서 가족들이 함께 모이기가 힘들다는 점과 연관되어 있는 듯하다. 설의 주요 행사로는 떡국 먹기 외에, 세배, 윷놀이, 설빔 입기가 있다. 많지는 않지만 차례를 지내는 응답자도 28명에 이르렀다. 설 민속 중 세배가 비교적 높은 전승 지수[55]를 보여 주는 것은 미국 사회가 평등화된 사회로서 가족 내에서도 한국처럼 부자 관계가 반드시 상하 관계의 질서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추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설날 행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설의 세시 풍습은 구심적 전승에서 원심적 전승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추세는 추석의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난다. 추석 역시 송편을 먹는 것[58] 외에 추석빔 입기[21], 성묘[23], 차례[17] 등이 주요 행사이다. 실제 추석을 지키고 있다는 사람은 1/3[전승 지수 30]이 되지 않는 만큼, 추석은 전승의 구심력을 잃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밖의 세시 풍습으로는 대보름날 오곡밥 해먹기[전승 지수 40], 부럼 깨기[전승 지수 35], 귀밝이술 먹기[10] 등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 민속들 역시 점차 전승력을 잃고 있다.

주목되는 한 가지 사안은 한복 소지의 전승 지수가 96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샌프란시스코 한인이라면 거의 모두가 한복 한 벌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실제로 한복을 입는 사람[전승 지수 25]은 극히 적다. 그것은 그만큼 한복 입기의 전승력이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샌프란시스코 한인들이 일상적으로 입는 옷은 거의 대부분 간편복이다. 양복을 입는 사람[17명]도 많지 않았다. 일상적으로 한복을 입는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일상적으로 자신들의 전통 의상을 입는 인도인, 유대인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복은 주로 한국의 명절날[68명], 결혼식, 회갑연, 칠순연과 같은 행사[31명], 교회의 특별 행사[49명] 때에 입었다. 전혀 입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52명이었다. 요컨대 한인들은 전통 한복이든 개량 한복이든 한 벌씩 소유하고 있으며 한복을 평소에는 입지 않으나 한국 명절날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에는 입는다. 여기서 샌프란시스코 한인들 역시 한복을 곧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특별한 옷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능동적 문화 접변의 양상으로서 돌잔치

능동적 문화 접변 현상으로 대표적인 것은 출산 의례 중 미역국 먹기이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산모는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다르다. 일반적인 미국인은 평소에도 미역국을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혐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출산 후라고 해서 미역국을 먹을 리가 없다. 그런데 동양계 미국인들 사이에 미역이 산후에 피를 맑게 하는 데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평소 미역을 먹을 줄 아는 동양인들이 산후 조리용으로 미역국을 따라 먹기 시작했다. 한국의 전통 민속이 동양계 미국인들에게 퍼지면서 그들의 산후 조리 문화에 능동적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류종목은 이와 유사한 능동적 문화 접변 현상을 국제결혼한 한인 가정의 돌잔치에서 직접 관찰하였다.

“2008년 5월 11일 한국인 아내 문미경[여, 37]과 미국인 남편 톰(Tom)[남, 37]의 첫딸인 쟈스민(Jasmin)[여, 1]의 첫돌 파티가 그들의 자택인 프리몬 팔크너(Fremont Falkner)가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쟈스민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과 문미경이 출석하는 프리몬 소재 로고스교회 교인 다수였다. 아담한 1층짜리 집의 입구는 온통 풍선과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현관에는 한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쟈스민이 인사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 위에 ‘Welcome to Jasmin's 1'st Birthday Party’라고 예쁘게 써 붙여 놓았다. 집 안에도 거실 전체를 풍선과 꽃들로 장식하고 큰 케이크로 돌상을 차렸다. 벽에는 온통 쟈스민의 사진들로 가득하다. 먼저 아이의 엄마가 쟈스민을 안고 남편과 함께 돌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쟈스민을 물론 문미경과 톰도 한국에서 보내왔다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다음은 간단한 예배를 드린 후 뷔페식으로 차린 음식을 먹었다. 음식은 양식과 한식을 고르게 차렸다. 특히 모두배기 떡과 팥밥이 인상적이었다. 그 밖에 불고기와 닭다리 튀김, 빵 종류 등, 그야말로 퓨전식이다. 다음은 생일 케이크 커팅과 돌잡이 순서로 진행되었다. 청진기, 칫솔, 볼펜, 달러 지폐, 마우스, 마이크 등을 거실 바닥에 놓고 쟈스민으로 하여금 하나를 골라잡도록 한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칫솔을 집었다. 치과의사가 되리란다. 사실 미국인들은 첫돌 잔치란 개념이 없고 물론 첫돌 잔치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쟈스민의 아버지 쪽 가족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관 안쪽, 오른쪽 벽에도 영문으로 돌잡이의 의미를 써서 붙여 놓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다 돌잡이할 실물들을 배치해 놓았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일동 모두가 기념 촬영을 하고 행사를 마쳤다.”

이러한 과정은 한국의 전통 방식과 사뭇 다르다. 전통은 현재의 환경에 맞춰 변이되면서 전승되는 만큼, 한국에서도 전통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전통은 변이되는데, 그것이 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의 가정에서 일어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미국인들은 첫돌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애당초 첫돌 잔치 개념 자체가 없다. 그래서 이 날도 이 행사의 의미를 이해시키기 위해 돌잡이의 의미를 비롯해 첫돌 잔치의 민속을 중간 중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쟈스민의 아버지는 장남이었는데, 이 첫돌 잔치에 참석한 여러 형제들은 하나같이 이 행사를 매우 인상 깊게 받아들이면서 자기 자식들이 첫돌을 맞이하면 똑 같은 방식으로 축복해 주리라 다짐했다. 이것은 미국 사회 내에 한국의 민속 문화가 어떤 식으로 능동적 문화 접변을 일으키는지 보여 준다.

피동적 문화 접변의 양상으로서 베이비샤워

재미 한인은 다인종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미국 사회 내의 한 구성원으로서 소수 민족이라는 문화 환경적 핸디캡을 안고 살아간다. 특히 이민 초기에는 현지에 빠르게 정착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고향에서 가져온 문화와 의례를 원형 그대로 준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미국 문화는 합리성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이민자들은 이러한 미국 문화의 편이성에 쉽게 녹아들기 마련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생활, 출산 전후의 의례, 결혼 및 장례 의례, 세시 풍습 등 모든 민속 문화에서 미국 문화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먼저 베이비샤워(baby shower) 의례를 통해 피동적 문화 접변 양상을 살펴보자.

베이비샤워는 재미 한인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피동적 문화 접변 양상이다. 베이비샤워 행사는 출산이 임박한 산모를 격려하고 축하하기 위한 행사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작되었는데, 유럽을 거쳐 점차 많은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서도 급속히 확산되어 새로운 출산 의례로 자리 잡았다. 베이비샤워 행사는 일반적으로 산모 주위의 친구들 중 한 명이 주관하는데, 간단한 음식과 선물 등을 준비한다. 다른 여러 친구들과 함께 산모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각자 준비해 온 선물을 산모에게 주고 격려와 축하를 함께 하는 행사이다. 선물은 아기 옷, 기저귀를 비롯한 각종 베이비용품, 상품권 등이다. 산모가 직접 리스트를 작성하여 친구들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 행사는 산전 하례로서 그 의미는 출산을 앞둔 산모에게 출산의 두려움을 없애 주며 베이비용품을 미리 준비해 둠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있을 것이다. 어떻든 이러한 산전 하례는 미국 문화의 전승에 의한 것, 즉 피동적 문화 접변에 의한 것으로 재미 한인 사회에서 목격되는 신풍속도이다.

결혼 및 장례 의례에서 나타나는 문화 접변 양상

샌프란시스코 한인 사회에는 아직 중매, 궁합보기, 맞선 보기, 청혼서와 허혼서 보내기, 택일, 함 보내기 등 민속 전승의 일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전승 지수 15] 예식의 형식은 거의 예배와 신식으로 바뀌었다. 예식의 형식은 예배 형식이 101명, 신식이 75명, 전통식 22명이다. 전통식으로 했다는 응답자의 모구가 70대 이상인 것으로 보아, 전통 혼례는 사실상 맥이 끊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신식 결혼식은 국내에서도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기독교 신자 여부와 상관없이 교회에서 예배 형식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경향이 있는데, 재미 한인 사회 역시 그러한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국내와는 다른 재미 한인 사회의 문화 접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교회에서 하는 예배 형식의 결혼식 진행은 국내에서 하는 것과 대동소이하다. 양가 혼주 촛불 점화, 신랑 및 신부 입장, 찬송, 축복 기도, 성경 말씀 봉독, 설교, 혼인 서약, 성혼 선포, 맞절, 축복 기도, 양가 부모에게 인사, 하객에게 인사, 신랑, 신부 행진 순으로 진행된다. 신랑과 신부의 들러리를 세우는 것과 신랑이 입장할 때 검은 안경을 쓰는 것과 같은 해프닝을 벌이는 경우 들러리도 똑같이 하고 뒤따르는 것 등은 미국의 풍속을 따른 형태이다. 또 결혼식 후 반드시 피로연을 열고 신랑 신부는 물론 신랑과 장모, 신부와 시아버지, 사돈끼리 그리고 하객들끼리 어울려 춤을 추며 몇 시간에 걸쳐 여흥을 즐기는데 이 또한 미국의 결혼 파티에 영향을 받은 형태이다. 그러나 결혼식이 모두 피동적 문화 접변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물 혹은 현금으로 축하하기, 결혼식 후의 폐백 드리기 등은 한국 전통식을 따른 것이다. 즉 예배 형식의 결혼식 순서가 전통 혼례의 소례, 대례에 해당한다면 그 후의 폐백 드리기는 신행 후의 구고례에 해당하므로 결혼식 전체를 보면 미국식과 한국식의 절충형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장례식은 미국식에 의한 피동적 문화 접변이 진행된 상태로 판단된다. 장례식의 형식 중 한국 전통 방식을 지킨다는 사람은 13명으로 전체 응답자 142명 중 9%이다. 또 장례식 준비 절차에서 전통 방식으로 한다는 사람의 전승 지수가 11에 불과하고 장례식의 내용면에서도 17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장례의 형식이 기독교식이라는 응답자가 120명이고 장례식의 장소가 장례식장 82명, 교회당 42명인 것으로 볼 때 장례식은 전체적으로 미국식으로 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은 장례식장에서 장례의 절차를 주관하는 미국식 장례 풍속에 영향 받은 바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에서 장례 기간의 결정은 대체로 유족의 판단에 의존하지만 미국에서는 거꾸로 장례식장의 형편에 따라 3일장, 5일장 또는 10일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신의 처리도 마찬가지인데, 일단 장례식장에 시신을 맡기면 그 처리는 전적으로 장례식장 책임 하에 이루어진다. 미국의 장례식장에서는 유족들이 밤을 새면서 장례식장을 지키지 않는다. 유족들이 관여하고 참여하는 과정은 장례 예식의 순서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예식을 진행하는 일뿐이다. 예배 형식을 취하는 경우 예식의 순서는 출상 전날 밤의 추모 예배, 출상 당일의 발인 예배, 그리고 장지에서의 하관 예배 순으로 진행된다. 상복으로는 대체로 검은 양복, 양장[240명 중 80명]을 입는다. 이때 심지어 검은 색안경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모든 절차는 미국의 장례 형식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분위기에서도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흰 바지저고리[6명]나 흰 치마저고리[45명]를 입거나 굴건제복[8명]을 하고 상장[6명]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한국적 전통을 고수하는 소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결론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강한 전승력을 가진 것으로 조사된 민속은 설날 떡국 먹기, 한복 소지, 양력설 과세, 출산 후 미역국 먹기, 한국 음식 먹기, 추석날 송편 먹기 등이었다. 여기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음식 문화의 전승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반면 추석은 거의 지내지 않으며, 추석날의 행사도 송편 먹기 외에는 전승력이 매우 약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 동부 지역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포착된다. 미국 동부 지역 한인들 역시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과 같은 미국 명절을 훨씬 더 잘 지킨다. 1월 1일 양력설은 한인들에게 새해맞이로서의 의미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 날은 미국에서도 공휴일인 만큼 한인들은 가족과 함께 모여 떡국을 먹고, 세배를 하고 세뱃돈도 주는 등 전형적인 한국식으로 지낸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표적인 명절인 추석을 지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마찬가지로 결혼식과 장례식도 전형적인 미국식으로 치러지는 것이 관찰된다. 미국 동부 지역 한인들에게서도 이미 피동적 문화 접변이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적인 측면 모두가 미국화된 것은 아닌 것이, 미국식 명절을 지낼 때도 음식을 한국식으로 해먹는다는 것은 앞서 지적한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지역 한인에게서와 같이 한국 음식 문화의 강한 전승력을 보여 준다.

참고문헌
  • 최협, 『미국 하와이 지역 한인 동포의 생활 문화』(국립민속박물관, 2003)
  • 『샌프란시스코 지역과 한인들: 한인 이민 100년사』(샌프란시스코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 2004)
  • 류종목, 「재미 크리스천 동포의 한국 민속 문화 전승과 문화 접변」(『석당논총』43, 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2009)
  • 성미애·이소영,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이민자의 생활 의례 및 한국인 정체성」(『한국가정관리학회지』34-3, 한국가정관리학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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