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한자 戱曲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시대 현대/현대
정의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중국 내 한인들이 창작한 극문학.

개설

중국 한인 문학은 다른 지역과 달리 연행예술의 전통이 강하다. 이는 만주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 그들이 겪고 지향했던 실천적인 삶과 문학에서 비롯한다. 이주 한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토착 지주에 대응하고 동시에 일제에 저항해야 했다. 생존과 정착을 위해 그들은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투쟁 의욕을 고양해야 했기에 문학은 민족의식을 드러내는 문화적 결과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대중들을 선동하고 궐기시키는 투쟁의 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학의 적극적인 역할은 중국 건립 이후에는 당의 문예 원칙과 사회주의 사상을 고양하기 위한 대중 예술 활동으로 이어졌다. 재중 한인 문학에서 희곡이 다른 장르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제 강점기 시기

재중 한인의 희곡은 일제 강점기 시기에 행해진 창작과 공연 등에 연원을 둔다. 이 시기는 크게 만주국 시기 이전과 이후 시기의 내용이 구분이 된다. 전자는 항일 투쟁 부대에서 공연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항일 투쟁과 사회주의 혁명 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이 강조되고, 만주국 시기에 발표된 창작과 공연은 친일과 반공을 전면에 노골적으로 내세운다. 내용상 이들은 대조적이지만 당시 중국 한인 사회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대중의 의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자 한다는 점에서 예술성보다는 대중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항일 투쟁 부대에서 공연된 작품은 전문적인 작가가 아닌 부대의 선전대에서 창작한 작품들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까마귀라는 필명으로 전하고 있는「혈해지창(血海之唱)」(1937)과 「싸우는 밀림」(1938)이 있다. 만주국에서 생산, 공연된 작품 중 완결된 작품으로 현재 전하는 작품은 『만선 일보』에 게재된 이헌의 「곽첨지 사는 마을」, 김우석의 「김동한(金東漢)」 등 두 편이 있다. 항일 무장 단체에서 생산된 희곡은 창작 의도 자체가 항일 의지를 고양하는 데 있었던 만큼 갈등이 단순하고 첨예하며 항일 유격대원을 영웅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만주국 시기 작품들은 전문 작가가 창작한 작품으로 항일 무장 단체에서 창작, 공연된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사건 전개가 복잡하며 입체적이다. 두 경향의 작품들 모두 앞으로 전개될 신중국 건설 이후 한인 희곡 문학의 초석이 되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중국 건국 이후

중국 건국 이후의 희곡 문학은 새로운 중국의 건설과 부흥에 발맞춰 공산당의 문예 정책을 실천하고 수행하는 차원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사회주의 체제로 변환되어 가는 한인[조선족] 사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작품들(김태희의 「우리 조장 동무」(1950), 최수봉의 「농민 학교로 가는 길」(1953), 최정연의 「완두씨」(1954) 등)과 항일 무장 투쟁, 중국 내 해방 전쟁, 그리고 한국 전쟁 등 한인의 역사적인 경험을 다룬 직품들(최정연의 「귀환병」(1957), 황봉룡의 「장백의 아들」(1959) 등)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주목할 만한 희곡 문학의 성과로 「삼노인」 극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화룡시에서 구연되어 오던 곡예 형식을 공연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노래와 설(說), 그리고 만담과 연극이 어우러지는 형식이다. 진보적이고 평범하고 낙후한 세 유형의 노인이 등장하여 논쟁 형식으로 극을 전개하는데, 연변 지역의 방언을 활용한 지방적, 민족적 특색을 잘 드러낸다. 중국 건국 초기 이주 한인 사회에 제기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극적 양식이자 성과라 할 수 있다. 삼노인 공연은 2008년에 중국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편으로 중국 건국 이후 한인의 희곡 문학은 공산당의 문예 정책을 기본적으로 충실하게 수행해 왔는데 1950년대 후반 중국의 정치적 환경이 극좌화되면서 희곡의 경향도 편향성이 강해진다. 사상투쟁과 계급투쟁만이 강조됨에 따라 민족성과 민족어에 기반을 둔 한인의 희곡 문학은 다른 문학들과 마찬가지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개혁개방의 시기에 문학예술에 대한 새로운 노력을 통해 쇄신을 모색하게 되고, 그 결과 다양한 경향의 작품이 창작되거나 공연되면서 희곡 문학은 활기를 띤다.

영화적 기법을 사용해 4인 무리를 풍자하는 황봉룡의 「괴상한 약력표」(1979), 개혁개방의 분위기 속 조선족 농촌의 새로운 활기를 보여주는 최정연의 「해토 무렵」(1981)을 비롯해 해학을 기본으로 하는 경희극의 유행도 이 당시 희곡 문학의 성과였다. 김훈의 「두부장사」(1981), 이광수의 「도시+농촌=?」(1984) 등의 작품은 공연에 올라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주 한인들이 연변 지역을 떠나 도시로 진출하거나 한국으로의 이동이 빈번해지지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이광수의 「해톨부대」(1996), 한원국의 「돈=X」(1996) 등과 같이 개인의 욕망이나 한인 사회의 병폐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작품들이 다수 발표되었다.

참고문헌
  • 조성일, 권철 주편, 『중국 조선족 문학사』(연변인민출판사, 1990)
  • 서연호, 「연변 지역 희곡 연구의 예비적 검토」(『한국학 연구』3, 고려 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1991)
  • 김재석, 「연변 조선족 극문학의 극적 특성과 공연 기법 연구」(『어문학』 64, 1998)
  • 구재진 외, 『해외 한인문학 창작현황 자료집 3-중국 조선족문학』(한국문학번역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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