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안도현에서 ‘할아버지 무덤의 명칭 유래’와 관련하여 전승되고 있는 한인 설화.

「손자를 구해준 할아버지무덤」은 ‘할아버지 무덤’의 명칭 유래를 설명하는 지명 전설(地名傳說)이다. 어느 조부가 죽어서까지 요귀에 홀린 손자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는 데서 조부의 무덤을 “할아버지 무덤”으로 불렀다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리룡득[남, 1940년 안도현 명월진 출생, 민간 문학가]이 안도현 석문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차준의 아들에게 채록했다. 2006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동북 조선족 거주 지역 지명 전설』에 관련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1950년대 안도현 석문진 북산촌 왜지골에 ‘차준’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어느 겨울, 차준은 명월구에 나가 장을 본 후 밤늦도록 술을 마시다가 집으로 향했다. 차준이 토월산 기슭을 한창 넘을 때 20대의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나 자신의 집에 들러 몸이나 녹이고 가라고 유혹했다.

차준은 여인의 유혹에 빠져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한참이 지나, 차준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자 누군가 차준의 뺨을 때리며 ‘엄동설한에 요귀에게 홀렸으니 어서 고개를 넘어 집에 가라’고 호통을 쳤다. 차준이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넘어진 곳은 바로 조부의 무덤 앞이었다. 차준은 자신의 뺨을 때린 것이 조부의 혼이었음을 깨닫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차준은 엄동설한에 귀신에 홀려 이곳저곳을 훑고 다니다가 심한 동상에 걸려 손가락을 잘라야 했다. 이후로 사람들은 차준을 구해준 조부를 기리기 위해 그 무덤을 “할아버지 무덤”이라고 불렀다.

「손자를 구해준 할아버지무덤」의 모티프는 ‘손자의 요귀 홀림과 죽은 할아버지의 호통’이다. 한국 설화 중에 ‘도깨비와 밤새 씨름을 했는데 그것이 빗자루더라’, ‘한밤중에 재를 넘다가 처녀 귀신에 홀려 이곳저곳을 헤맸다더라’라는 식의 민담이 있다. 이 작품은 그러한 민담의 이야기 구조를 온전히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민담과 달리, 처녀 귀신에게 홀린 손자를 이미 죽은 할아버지가 제 무덤으로 이끌고 와 정신을 차리게 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덧붙이고 있다. 민담과 전설이 절충된 형태의 설화라고 할 수 있다.

• 『한국 구비문학 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리룡득, 『동북 조선족 거주 지역 지명 전설』(연변인민출판사, 2006)
•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 『지명 전설집』(보고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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