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정길운[민간 문예가 협회 연변 분회 주석 역임]이 ‘항일 전선에서 활동했던 박지형의 활약상’을 채록한 한인 야사.

「박지형」은 일제 강점기에 혼춘(琿春) 일대에서 항일 전선을 펼쳤던 박지형의 활약상을 설명하는 야사(野史)이다. 전편에서 박지형의 기개가 잘 드러나고 있다.

정길운[남, 1919~1991, 충청북도 영동군 출생, 1943년 길림성 연길현(현 용정시) 이주, 중국 민간 문예가 협회 연변 분회 주석 역임]이 김승국에게서 채록한 자료로 한인[조선족]의 첫 구비 설화집인 『천지의 맑은 물』[연변인민출판사, 1962]에 수록되어 있다. 이후 2007년에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에서 『정길운·김례삼 채록 민담집』[연세 대학교 국학 총서 73, 중국 조선 민족 문학 대계 27]을 발간했는데, 이 자료집에도 동일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혼춘현 경신(敬信)에 ‘박지형’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박지형은 기골이 장대했으며 힘이 셌다. 정세가 혼란스러웠던 때, 왜놈들이 경신 지역을 삼키려 몰려들었다. 박지형은 분을 참지 못하고 뜻 맞는 동지들을 모아 왜놈들을 몰아내자고 결의했다. 박지형과 동지들은 양손에 도끼와 칼을 들고 회룡봉에 올랐다. 박지형과 동지들은 그곳에 숨어 있다가 한밤중에 왜놈들의 거처를 급습했다. 그러나 박지형이 실수로 사냥개에게 물리고 말았다. 왜장은 박지형을 꽁꽁 묶어 감옥에 넣었다.

이튿날, 박지형은 감옥 안에서 밥그릇을 내리쳤다. 간수가 의아해하며 감방으로 들어오자, 박지형은 간수를 내리쳐 죽였다. 수갑을 풀고 간수의 총을 취했다. 그리고 장교 사무실에 들어가 네 명의 간부를 죽이고, 16자루의 총을 취해 달아났다. 어느 날, 박지형이 회룡봉으로 향하는데, 왜놈들이 조선 백성들을 묶어 끌고 갔다. 박지형은 왜놈들을 단번에 때려죽였다. 묶여 끌려가던 한 사람이 박지형에게 다가와 자신은 항일 연군(抗日聯軍) 소속이라며 함께 활동하자고 제안했다. 박지형은 그 사람을 따라 항일연군이 되었고, 후에 항일 전선에서 크게 활약했다.

「박지형」의 모티브는 ‘박지형의 항일 투쟁 운동’이다. 동북 항일 연군(東北抗日聯軍)은 1936년에 중국 공산당의 지도 아래 만주 지역의 모든 항일 무장 운동 세력을 통합하여 조직한 항일 투쟁 단체이다. 동북 항일 연군은 항일 전투 및 선전 활동에 주력했는데, 특히 열차 습격이나 헌병대를 공격함으로써 일제 침략의 상징물에 대한 파괴에 집중했다. 이 작품을 통해서도 동북 항일 연군의 위상 및 활약상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 『정길운·김례삼 채록 민담집』(연변대학 조선문학연구소, 2007)
• 『한국 구비문학 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 『황구연 민담집』보고사, 2007
• 정길운, 『천지의 맑은 물』(연변인민출판사, 1962)

• 동북 항일 연군
• 동해용왕이 사납게 맴돌이치던 전설의 회룡봉 마을
• 설화
• 혼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