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차병걸[조선족 민담 구연 예술가]이 ‘홍감사의 혼인 내력’을 구연한 한인 설화.

「홍감사 금강산 구경」은 홍감사가 청년 시절에 금강산 구경 차 떠난 길에서 정숙한 집안의 규수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내력을 설명하는 민담(民譚)이다. 홍감사가 청년 시절에, 비록 궁벽한 시골에서 자랐지만 예의범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절개 높은 규수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차병걸[남, 1925년 평안남도 순천군 신창면 출생, 1939년 흑룡강성으로 이주]의 구연 작품으로, 그가 1985년부터 구연한 420여 편의 설화 중 120편을 선정하여 2010년에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에서 『차병걸 민담집』(연세 대학교 국학 총서 73, 중국 조선 민족 문학 대계 26)으로 발간했다. 이 자료집에 본편이 수록되어 있다.

옛날, 홍도령이 살았다. 홍도령은 위세 등등한 서울 대감의 장자였을 뿐만 아니라 학식도 매우 뛰어났다. 홍도령은 부모에게 금강산의 풍광이 천하제일이라 하니, 한번 구경을 다녀오겠노라고 했다. 부모는 선뜻 허락했다. 홍도령이 강원도에 접어들었을 때, 어느 외딴 초가에 들러 하룻밤 유할 것을 청했다. 그러자 한 처녀가 나와 ‘부모님이 안 계시니 들일 수 없다’고 거절했다. 홍도령은 다급해 다시 청했다. 처녀는 어쩔 수 없이 아랫목에 이부자리를 펴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윗목에서 길쌈을 했다.

홍도령이 보아하니, 처녀의 자태가 매우 고왔다. 홍도령은 색이 동하여 코를 고는 척하며 뒤척이다 한 발을 처녀의 무릎에 올려놓았다. 처녀는 홍도령의 발을 고이 놓아 주었다. 그러나 홍도령은 자는 척하며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에 처녀가 홍도령을 일으켜 세우고는 ‘밖에 나가 회초리를 꺾어오라’ 했다. 홍도령이 부끄러워 회초리를 꺾어 오자, 처녀는 홍도령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후리 쳤다. 홍도령의 종아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처녀는 홍도령의 다리를 삼베로 감싸주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그랬노라고 했다.

이튿날 아침, 처녀의 부모가 돌아오자 처녀는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고했다. 그러자 처녀의 부모는 회초리를 꺾어와 처녀의 종아리를 치며, ‘정조를 지킨 것은 잘 한 일이나, 일개 여자로서 사내대장부에게 손을 댄 것은 잘 못한 일이라’고 했다. 홍도령은 금강산 구경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과거에 급제하여 감사가 되었다. 그리고 처녀를 아내로 맞아들여 백년해로 했다.

「홍감사 금강산 구경」의 모티브는 ‘홍도령의 금강산 여행과 한 처녀의 정조’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에게 ‘정조’를 강요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지만, 정조는 여전히 우리시대에도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

비록 전통적인 관념을 바탕으로 형성된 작품이지만, ‘정조를 지킨 젊은 처자가 그 덕으로 홍감사의 아내가 되었다’는 내용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시대의 ‘성(性) 가치관’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 『한국 구비문학 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 『차병걸 민담집』보고사, 2010
• 차병걸, 『팔선녀』(연변인민출판사, 1986)

• 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