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김덕순[조선족 민담 구연 예술가]이 ‘어느 효자 이야기’를 구연한 설화.

「장생불로초」는 어느 효자의 지극한 효성에 감복해 하늘이 장생불로초를 내려주어 홀어미를 구명했다는 것을 설명하는 민담(民譚)이다. 효자는 하늘로부터 장생불로초를 내려 받는 것은 물론 고을 원님의 딸과 결혼하지만, 불효자는 결국 천벌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덕순[여, 1900~1988, 경상북도 출생, 1930년 길림성 장백현으로 이주]의 구연 작품으로 『김덕순 고사집』[상해 문예 출판사, 1983]에 수록되어 있다. 이후 2010년에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에서 『김덕순 민담집』[연세 대학교 국학 총서 73, 중국 조선 민족 문학 대계 25]을 발간했는데, 이 자료집에도 동일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옛날 어느 홀어미가 ‘불효(不孝)’와 ‘지성(至誠)’이라는 두 아들과 함께 살았다. 이름대로 불효는 홀어미를 홀대했고, 지성은 홀어미를 극진히 봉양했다. 홀어미가 병이 들자, 지성은 장생불로초를 구하러 길을 떠났다.

남쪽으로 정처 없이 가다가 밭갈이하는 농부에게 장생불로초를 캘 수 있는 방법을 물으니, ‘밭가는 것을 도와주면 알려주겠노라’고 했다. 이에 지성은 삼일 밤낮으로 밭을 갈았다. 그러자 농부는 ‘남쪽으로 내려가면 강가에서 빨래하는 할머니가 있을 것이니 물어보라.’고 했다.

지성이 빨래하는 할머니를 만나 다시 물으니, ‘검은 옷을 흰색이 될 때까지 빨아주면 알려주겠노라.’고 했다. 지성은 다시 삼일 밤낮으로 빨래를 했다. 할머니는 ‘남쪽으로 가면 어부가 배를 손질하고 있을 것이니 물어보라.’고 했다.

지성이 어부를 만나 다시 물으니, ‘배를 산으로 끌어다주면 알려주겠노라.’고 했다. 지성은 삼일밤낮 배를 끌어 산에 댔다. 어부는 ‘저 산 속으로 가면 백발 노인이 있을 것인데, 그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지성이 백발 노인을 만나자, 백발 노인은 지성에게 장생불로초를 건네며 속히 홀어미의 목숨을 구하라고 했다. 그러나 불효가 먼저 이 사실을 알고, 지성이 오는 길목에 숨었다가 지성의 눈을 멀게 하고 장생불로초를 빼앗아 먹었다.

지성은 며칠간 대성통곡하며 퉁소만 불었다. 지성의 구슬픈 퉁소 소리를 우연히 들은 원님이 그 사연을 알게 되었다. 원님은 불효를 잡아 극형에 처했고, 지성은 딸과 혼인케 했다.

「장생불로초」의 모티프는 ‘지성의 효성과 백발 노인의 장생불로초 선사’이다. 한인 설화에서 흔히 백두산의 산신을 확인할 수 있다. 백두산 산신은 때로는 존엄하지만, 때로는 부드럽고 온화하게, 저 멀리 천상계에 머무는 아득한 신이 아니라, 인간 곁에서 인간다운 면모까지 갖춘 신격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백두산 산신과 더불어 백두산의 장생불로초를 관장하는 백발 노인[삼신노인( 蔘神老人)]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수호자로 종종 등장하고 있다. 과학과 의학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때에, 백두산 산삼의 약성에 기대어 질병을 치료하고자 한 갈망이 응축되어 삼신노인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삼신노인은 속계의 인간에게 장생불로초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심성을 갖추고 있어야 장생불로초를 허락한다. 이러한 삼신노인의 신격을 이 작품을 통해 추출할 수 있다.

• 『한국 구비문학 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김덕순, 『김덕순 고사집』(상해 문예 출판사, 1983)
•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 편 『김덕순 민담집』(보고사, 2010)

• 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