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황구연[조선족 민담 구연 예술가]이 ‘귀돌이가 명의가 된 내력’을 구연한 설화.

「귀돌이와 천문도사」는 아비의 유언을 좇아 명의가 되기 위해 노력한 귀돌이의 사연을 설명하는 인물 전설(人物傳說)이다. 아비의 유언으로 명의가 되기 위한 귀돌이의 노력과 천문도사(天文道士)의 조력, 귀돌이의 나태, 천문도사의 질책, 귀돌이의 새로운 깨달음 등으로 전개되고 있다.

황구연[남, 1909~1987, 경기도 양주군 출생, 1937년 길림성 연길현(현 용정시) 이주]의 구연 작품으로 그의 두 번째 자료집인 『파경노』[민족출판사, 1989]에 수록되어 있다. 이후 2007년에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에서 『황구연 민담집』[연세 대학교 국학 총서 73, 중국 조선 민족 문학 대계 24]을 발간했는데, 이 자료집에도 동일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옛날 두만강 기슭의 한 마을에 사는 노부부가 ‘귀돌이’라는 외동아들을 낳았다. 귀돌이가 10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임종에 이르러 귀돌이에게 의원이 되어 어미를 보살펴줄 것을 부탁했다.

귀돌이는 삼년상을 치른 후, 의원이 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귀돌이는 어느 서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5년간 글을 익혔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노인들을 만나 그간의 병고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귀담아 들었다.

그렇게 8년이 지났을 때, 어느 숲속에서 백발 노인을 만났다. 백발 노인은 귀돌이에게 침구(鍼具)와 천서(天書)를 건네며, ‘10년 전에 천문도사로부터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침구와 천서는 아무 쓸모없을 것이다.’고 경계하고 사라졌다.

귀돌이는 고향으로 돌아와 침구와 천서를 바탕으로 병자를 치료했다. 귀돌이가 명의가 되어 돌아왔다는 소문이 사방에 퍼졌다. 귀돌이는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귀돌이의 환자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이무렵, 한 장사가 귀돌이에게 아비의 병을 고쳐줄 것을 청했다. 귀돌이는 귀찮아 갖은 핑계를 댔다. 그러자 장사가 귀돌이를 강제로 업고 축지법을 써 어느 동굴로 데리고 갔다.

보아 하니, 늙은 뱀이 비늘이 벗겨진 채 누워있었다. 귀돌이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천문도사의 가르침을 다시 새기며 정성껏 치료했다. 사실 늙은 뱀은 천문도사가 귀돌이의 환자 대하는 초심(初心)을 일깨우기 위해 변한 것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귀돌이는 죽는 날까지 환자를 정성껏 보살폈다.

「귀돌이와 천문도사」의 모티프는 ‘귀돌이의 인간 치료와 천문도사의 조력’이다. 한민족의 전통적인 신앙관에서, ‘천문도사’는 하늘의 글을 인간에게 전수하는 역할을 하는 신격(神格)이다.

이 작품에서도 천문도사가 귀돌이에게 침구와 서책을 전달함으로써 귀돌이가 명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귀돌이가 날이 갈수록 나태하게 환자를 돌보자, 천문도사가 뱀으로 화하여 귀돌이를 다시 일깨운다.

귀돌이에게 하늘의 의술을 전수시키는 것은 물론 귀돌이를 다시 채찍질하는 천문도사의 조력을 통해, 과학과 의학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질병 치유를 열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한국 구비문학 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황구연, 『천생배필』(연변인민출판사, 1986)
• 황구연, 『파경노』(민족 출판사, 1989)

• 「파경노」
• 설화
• '이야기 왕' 황구연과 민간 문예가 김재권
• 황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