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황구연[조선족 민담 구연 예술가]이 ‘현감이 된 어느 머슴의 내력’을 구연한 설화.

「첫날밤의 약속」은 아내의 내조와 정절에 힘입어 현감이 된 어느 몰락한 양반 자제의 내력을 설명하는 인물전설(人物傳說)이다. 몰락한 명문가의 자제가 현명한 아내를 만나 10년 간 글공부에 전념하여 고령현감이 되었다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박창묵, 황상박이 채록한 황구연[남, 1909~1987년, 경기도 양주군 출생, 1937년 길림성 연길현[현 용정시] 이주]의 구연 작품으로 『황구연 전집』(김재권, 연변 인민출판사, 2007) 중 제6권 “사랑 이야기” 편에 수록되어 있다.

옛날, 전라도 광주에 참판 고경명의 후손인 ‘고유’라는 젊은이가 조실부모하고 머슴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웃마을 박좌수 댁에 고명한 딸이 있었다. 하루는 고유가 박좌수 댁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박좌수가 바둑 두기를 청했다. 고유는 꾀를 내어 박좌수에게 ‘제가 지면 좌수님 댁에서 일 년 간 삯 없이 머슴일을 하겠으니, 만약 이기면 딸과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 박좌수는 어이가 없어 바둑 두기를 그만 두었다. 그러나 오히려 박좌수의 딸이 고유의 관상을 보고 그와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박좌수는 그제야 딸의 뜻을 알고 결혼을 허락했다. 결혼 첫날밤, 박좌수의 딸은 고유에게 베 여러 필을 건네며 내일 아침 밝는 대로 10년 간 글공부를 하러 떠나라 했다. 두 사람은 눈물로 첫날밤을 보냈다. 고유는 한 마을에 당도하여 그곳의 훈장에게 몸을 기탁하고 5년 간 글공부에 전념했다. 그리고 5년 간 이곳저곳을 떠돌며 이름난 선비들을 만나 학문을 닦았다. 그리고 알성시에 합격하여 왕을 알연할 수 있게 되었다. 왕은 고유의 사정을 듣고 고령현감 자리를 제수했다. 고유는 금의환향하여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삯바느질을 하며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었다. 이에 고유는 관원은 물론이고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에게 큰절을 올렸다.

「첫날밤의 약속」의 모티브는 ‘박좌수 딸의 내조’이다. 이 작품에서 박좌수의 딸은 몰락한 양반의 자제인 어느 머슴과 결혼하고,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여 지아비를 뒷바라지 한다. 결국 지아비는 과거에 급제하여 고령현감을 제수 받는다. 그리고 관원은 물론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에게 큰절을 올린다. 이토록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지아비를 내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조선 시대에 현감으로 신분으로 백성들 앞에서 아내에게 큰절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전제가 되었을 때라야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서로에 대한 신뢰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 『한국 구비문학 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김재권, 『황구연 전집』(연변인민출판사, 2007)
•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 『황구연 민담집』(보고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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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왕' 황구연과 민간 문예가 김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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