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황구연[조선족 민담 구연 예술가]이 ‘명기 노화와 암행어사 노수신의 인연’을 구연한 설화.

「명기 로화」는 명기 노화(路花)가 자신을 처단하려고 한 암행어사 노수신(盧守愼, 1515~1590년)을 지혜로써 감화시켰다는 것을 설명하는 인물 전설(人物傳說)이다. 명기 노화가 어명을 받잡고 자신을 처단하려고 온 암행어사 노수신마저 미(美)와 지(知)로써 감화시켰음은 물론 노수신의 첩이 되어 백년해로했다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박창묵과 황상박이 채록한 황구연[남, 1909~1987년, 경기도 양주군 출생, 1937년 길림성 연길현[현 용정시] 이주]의 구연 작품으로 『황구연 전집』(김재권, 연변인민출판사, 2007) 중 제3권 “력사 이야기” 편에 수록되어 있다.

조선 성종 때, 전라도 장성에 ‘노화’라는 경국지색의 기녀가 살았다. 장성의 관원들은 노화의 미모에 빠져 자신의 재산은 물론이고 관아의 재물까지 노화의 치마폭에 넣어주었다. 조정에서는 노수신를 암행어사로 차출해 노화를 처단하라 명했다. 노화는 노수신이 암행어사로 온다는 말을 듣고, 장성 입구의 주막에 먼저 들러 그 주모에게 하룻밤만 주막을 통째로 빌려 달라 했다. 그리고는 소복을 갈아입고 노수신을 기다렸다. 노수신은 주막에 들러 하룻밤 잠을 청했다. 그런데 주모의 미모에 반해 잠이 오지 않았다. 욕정을 억제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노수신은 주모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러자 주모는 뜻대로 숙청을 들 것이니, 자신의 팔목에 이름 석 자를 써 달라 청했다. 노수신은 주모의 팔목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써주고는 정을 통했다.

이튿날, 노수신은 관아에 들러 노화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어명으로써 처형을 명했다. 그러자 노화가 “노화의 흰 팔에 누가 이름을 새겼는가 / 흰 살에 먹물이 배겨 글자마다 분명하다 / 천원강 푸른 말이 흐르다가 마를지라도 / 님과의 굳은 맹세는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는 시를 읊조렸다. 노수신은 주모가 노화임을 깨닫고 노화를 풀어주었다. 노수신은 입궐하여 모든 일을 밝히고 스스로 죄를 청했다. 그러나 성종은 노화의 지혜에 감복해 노수신에게 그녀를 첩으로 맞아들일 것을 명했다. 노수신은 노화를 첩으로 들여 백년해로했다.

「명기 로화」의 모티브는 ‘명기 노화의 미모와 지혜’이다. 이 작품에서 명기 노화의 이름은 아마도 “노류장화(路柳墻花)”에서 차용한 듯하다. 즉 노류장화는 ‘길가의 버드나무와 담장의 꽃’처럼 아무나 쉽게 만질 수 있다는 뜻으로 천한 기생을 빗댄 말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노화는 한낱 노류장화에 지나지 않는 인물이 아니다. 미색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뿐만 아니라 탁월한 지혜로써 자신을 처단하러 온 암행어사 노수신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심지어 노수신은 성종에게 노화를 향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고 그녀를 첩으로 맞아들인다.

• 『한국 구비문학 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김재권, 『황구연 전집』(연변인민출판사, 2007)
•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 『황구연 민담집』(보고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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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왕' 황구연과 민간 문예가 김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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