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야 | 생활·민속/민속|생활·민속/민속 |
|---|---|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 지역 |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
| 시대 | 현대/현대 |
| 성격 | 의례|혼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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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기 사항 시기/일시 | 2011년부터 |
중국 연변 지역 한인[조선족]들의 대규모 한국 이주와 더불어 나타나는 새롭고도 다양한 혼인 양상.
중국의 한인들은 대체로 19세기 후반부터 한반도에서 중국 동북 지역으로 유입된 조선인 및 그 후예들로서 1990년대 이전까지 중국 동북 지역에 집거해 살면서 촌락형의 민족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해왔다. 중국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문화는 한반도로부터 유입된 한민족 문화가 그 지역의 시대적 변화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지속 혹은 새롭게 변화되고 재형성된 것이다.
중국 동북 3성으로 유입된 한인들의 혼례 문화는 각 성 및 각 지역마다 서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즉 동북 3성 각 지역으로의 이주와 함께 유입된 혼례 문화는 완전히 그대로 지속되거나 혹은 완전히 새롭게 구성된 것이 아니라, 각 성 및 각 지역의 시대적 특징과 지역적 특징 속에서 그 지역의 문화적 요소들과 절충되면서 세부적인 면에서 일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혼례 문화의 일반적인 절차와 원칙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한인의 전통 혼례는 대체로 혼례식 전의 의혼, 약혼, 택일, 예장함, 혼례식에서의 초행, 신랑 큰상, 신행, 신부 큰상, 바가지 엎기, 손님 접대, 신랑 다루기, 합례, 혼례식 후의 예단 드리기(현구고례), 3일후 부엌 듦, 첫길(근친) 등의 절차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각 시대마다 각 지역마다 그리고 각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그 진행 양상은 차이를 보여 왔다. 뿐만 아니라 한인들의 혼례 문화는 유입 초기부터 1949년 이전까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이후부터 1965년까지, 1966년부터 1976년 문화 대혁명 시기, 1977년 이후 개혁개방 시기부터 현재까지 등 사회 변동에 따른 시대별로 나누어 볼 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현재의 혼례식은 여러 시대에 걸쳐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방향으로 변화된 현대식 혼례식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부터 한국으로 입국한 한인[조선족]들이 늘어남에 따라 한국에서 혼례식을 치르는 한인[조선족]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인[조선족]들의 혼례식은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내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부터 중국 한인들의 한국 이주는 약 20여 년 동안 진행되어 왔으며,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중국 한인들은 귀화자까지 합하여 약 60여 만 명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200여 만 명의 중국 한인 중에서 약 1/3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지역을 놓고 볼 때 한 가정에는 적어도 한 명, 많으면 한 가족 성원 모두가 한국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한 가정의 친척이나 친구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때문에 친척이나 친구의 대부분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가정에서는 불가피하게 한국에서 혼례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아직 보편적인 현상으로 대두되지는 않았지만, 2011년부터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1년 『길림 신문』에는 「조선족들 결혼식, 설모임 이젠 외국에서도」라는 주제로 "재한 한인] 50여 만 명, 한국 인구 '1% 시대'가 되면서 친지들이 한국에 많고 인민폐 강세로 한국에서의 소비 수준이 늘면서 한국에서 결혼식, 가족 설모임, 동창회 등의 행사가 많아진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연변 모이자’ 사이트(2012. 7. 24)와 『길림 신문』의 2014년 10월 9일 기사에도 다음과 같은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차 한국으로 떠난 최송화 씨는 한국에서 남자 친구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이들 커플은 올해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하고 7월로 날짜를 잡았지만 결혼 장소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서 자란 중국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옳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자신들은 물론 양가 부모들이 모두 한국에 가있고 친척들도 한국에 나간 사람들이 더 많아 결국은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연변 모이자 사이트, 2012.7.24.)
회사에서 말미를 맡는 영업팀 강 과장을 보고 “서울에는 또 어째, 어디 숨겨놓은 애인이라도 만나러 가는 게 아닌가?”라는 종사자들의 우스개에 강 씨는 메기입을 벌려 히죽이 웃으며 “애인은 먼 놈의 애인, 내 여동생과 매부가 한국에 있잖소. 그래서 그 딸년이 제 부모 있는 서울에 가서 결혼식을 올린다는가. 신랑 부모도 다 그쪽에 있다고 하는구만. 왕복 비행기 표를 끊어주면서 오라는데 가야지 어떡하오. 아무튼 친척들이 거의 다 그 쪽에 나가있으니 그럴 법도 하지”라고 심드렁해서 대꾸한다.(『길림 신문』, 2014. 10. 9.)
이와 같은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중국 한인들이 한국에서 혼례식을 치르는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양가 부모와 친척, 친구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양가 부모 또는 친지, 친구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살고 있다면, 예전에 비해 한화의 가치가 절하된 상황에서 굳이 항공료를 지불하고 중국으로 돌아와서 혼례를 치를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 한인들의 경제적 타산들은 아래 인터뷰 내용에서도 알 수 있다.
만일 중국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면 양가 부모들의 왕복 비행기 티켓 비용만 한화로 300만원 이상이 듭니다. 거기에 결혼식 당일 드는 혼례차 임대비 등 모든 비용을 다 내려면 중국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한국에서 치르는 것보다 돈이 훨씬 더 많이 듭니다.(『길림 신문』, 2014.10.9.)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중국 한인 혼례식은 어떠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2012년 7월 8일, 한국안산시의 상록수 웨딩홀,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간 신부 최송화(32세)씨와 신랑 김호(36세)씨는 하객들의 축복 속에서 혼례식을 올렸다(연변 모이자, 2012.7.24). 그 부부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혼례식에 관한 모든 것을 웨딩 업체에 맡기며, 그들은 혼례식 전 웨딩업체에 웨딩 촬영, 예식장, 신랑 신부 드레스 대여, 신부 신랑 화장, 당일 촬영 녹화, 사진 액자 두개, 사진첩 네 개, 신부 부케 등 항목을 포함해서 한화로 총 300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중국에서도 현재에는 웨딩 업체에 관한 전부를 도맡아하는데 그 비용이 단일하지 않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지역의 한 웨딩 업체에서의 비용을 보면, 포함되는 항목의 양에 따라 4,888위안 내지 28,888위안으로 서로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는 가정 형편에 따라 웨딩 업체에서 서로 다른 가격의 상품을 택한다. 만약 경제적으로 중간 수준에 있는 가정이라면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혼례식을 한번 치르는데 웨딩 업체에만 거의 인민폐 1만 5천 위안 즉 300만 한화 정도 쓰게 된다.
이와 같이 혼례식 전의 준비 단계는 중국과 한국에서 거의 비슷한 절차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혼례식은 기존의 혼례식과는 질적으로 다른 절차로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에서의 혼례식에서는 예식장에서 큰상을 받고 바가지를 엎는 절차가 가장 중요한 절차이다. 예식장에서 사회자가 결혼식을 시작하면 신랑 신부가 예식장 앞으로 입장한다. 입장한 뒤 하객들 앞에서 선물을 교환하고 맞절을 하며 양가 부모에게 절을 올린다. 그리고 신랑 신부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샴페인 술잔으로 된 탑에 술을 붓고 촛대에 점화하는 등 웨딩 업체에서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구매한 절차들을 진행한다. 이러한 절차들은 모두 한국 혼례식에서 진행하는 절차와 유사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절차들이 끝나면 큰상 받기 절차가 진행되며, 신랑 신부는 큰상에서 교배주를 마시고 바가지를 던지는 절차를 진행한다. 이때 신랑 신부집 부모님들은 큰상 앞에서 춤을 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큰상을 받고 바가지를 엎는 절차를 치르지 않고 한국 현대식 혼례에서의 혼례식만 치르며, 한국인들이 혼례식을 올린 후 진행하는 폐백은 진행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하객들이 큰 예식장 내의 10명씩 앉는 테이블에 앉아 혼례식이 끝난 후 직접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지만, 한국에서는 식이 끝난 후 따로 분리된 식사 장소로 옮기며 음식들도 모두 뷔페식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모든 혼례식이 끝난 뒤 중국에서는 결혼 피로연을 치루지만, 한국에서의 혼례식에서는 한국인들의 혼례식에서 처럼 직접 신혼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피로연은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면 한국에서 차리고, 중국에서 살지만 한국에 가서 혼례식을 올린 사람들은 중국에 돌아와서 중국의 친척 및 친구들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에 따르면, 이때 진행하는 피로연은 단지 친척, 친구들과의 간단한 식사가 아니라, "연회장에 결혼 축하 플래카드도 걸고 사회자와 가수를 초청하여 결혼식 못지않게 잔치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형태로 진행되기도 한다. 가까운 친척들도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노래하고 춤추며 신혼부부를 축복해준다"(연변 모이자, 2012.7.24) 이와 같이 한국에서 결혼식을 치른 중국 한인들은 누구나 다 한번쯤은 중국에서 피로연을 차리고 고향 사람들을 초대한다.
현재 한국에서 치르는 혼례식에 참가한 중국 한인들은 예식장 혼례식의 간소함, 손님 접대에서의 뷔페 음식, 혼례식 후의 신혼 여행 등 기존의 혼례식과는 비교되는 절차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조카 잔치로 서울에 다녀왔는데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걸 보니 간단하면서도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있어 좋은 인상을 남겼다. 세련되게 장식한 예식장은 생화로 은은한 꽃 향이 장내를 감돌았고 주례를 서는 사람은 조용하면서도 엄숙하게 사회를 이끌어나갔다. 여기서처럼 주례, 악대, 가수, 가족이 마구 뒤엉켜 온 장내가 떠나가도록 들볶아대지 않았으며 진행시간도 길지 않았다. 신랑 신부더러 ‘바가지를 뒤엎게’ 하고 양가 부모와 친척들이 나와서 춤판도 벌리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이제부터라도 이런 형식의 예식이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식을 올리고 식사는 다른 장소로 옮겨 뷔페식으로 했다. 이것도 우리가 본받을 바가 아닌가 생각한다.(『길림 신문』, 2014.10.9)
그렇다면, 전체 ‘한국행 원정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얼마이며, 축의금은 얼마 정도즘 될까. 『길림 신문』(2014.10.9)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어느 한 혼례식의 신부 측에서의 축의금과 예식장에 지출한 비용은 각기 한화 1000만원, 900만원으로 거의 맞먹는다. 구체적으로 그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신부 측에 총 90명으로서 중국 한인과 한국인이 각각 60명, 30명 정도이다. 중국 한인 하객들 가운데서 고모, 이모, 삼촌들은 축의금을 50만원 내지 100만원, 사촌들은 20만 내지 30만원, 그리고 6촌이나 더 먼 친척이나 부모의 친구, 동창, 옛 이웃들은 10만원씩 낸다. 그 외에 한국인들은 3만원 내지 10만원의 축의금을 가지고 온다.
혼례식에서 웨딩 촬영에 사용된 비용은 150만원은 신랑 측에서 부담한다. 뷔페에 들어간 음식 비용은 하객 수에 따라 1인당 3만 6천원씩 지불되며, 선물 비용은 4천원 정도이다. 제주도 신혼 여행 비용도 1인당 27만원까지 계산하면 실제로 혼례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중국과 한국이 비용 상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중국 한인들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행 원정 결혼식’이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 한인들의 결혼식은 현재 새로운 풍속도를 그리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 한인들의 혼례 문화는 100여 년간 변화를 거듭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지속, 변화, 발전되어 왔다. 한국행 원정 결혼식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 한인의 혼례 문화는 또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