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1923년 재만 한인의 합법적 자치 문제를 야기 시킨 함경북도 경성군 용성면 출신의 조선 청년 최창호에 대한 중국 군인의 총격 살인 사건.

1920년대에 이르러 만주 지역의 한인 사회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었다. 여기에 재만 한인의 과반수 이상이 소작인의 처지에서 중국인 지주들로부터 당하는 불이익과 열악한 경제 상황 등은 재만 한인의 불만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한인 사회는 이같은 문제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였으며, 한인 사회는 최창호 사건을 계기로 합법적인 자치 운동을 전개하고자 하였다.

1923년 2월 13일 북간도 용정촌 시장 부근에서 한인 청년 최창호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중국 군인의 총에 맞아 사살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이 발생하자 한인들은 1923년 2월 14일 3000여 명의 군중이 모인 가운데 용정시에서 주민 대회(住民大會)를 개최하고 일본 국적에서의 탈이 운동(脫離運動)을 일으킬 것을 결의하였다.

이어 2월 26일에 개최된 전 간도 주민 대회(全間島住民大會)에서는 70여 명의 대표가 회의를 갖고 ‘우리의 생로(生路)가 만족(滿足)히 개척(開拓)되지 못할 시(時)’는 적극적으로 국적 탈이 운동을 개시할 것과 중국 정부에 항의할 것을 결의하였으며, 조선인 자체(自體)의 자치 기관(自治機關) 설치안을 가결하였다.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계속된 전 간도 주민 대회에서는 일본 국적으로부터 이탈하는 문제와 한인 자치 문제, 그리고 한인에 대한 이중 법률(二重法律) 철폐 문제 등이 논의 되어졌다.

이 운동은 비록 친일 단체에 의해 주도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였지만, 중국 관헌의 무고한 한인 학살 사건에 대해 중국 당국에 항의하는 합법적인 자치 기관을 설립하여 한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하는 취지하에서 추진되었다는 측면에서 대중적인 지지를 획득하고 있는 면이 있었다.

이 운동은 일본 영사관과 중국측으로부터 운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통보가 집행위원회에 전달되어졌고, 집회가 있을 때마다 일제와 중국 당국의 방해가 계속됨으로써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중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창호 사건은 1920년대 중반 이후 일제의 만몽 적극 정책(滿蒙積極政策)과 중국 당국의 한인 구축 정책(韓人驅逐政策) 사이에서 이중적 탄압에 직면해 가고 있던 한인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고 하겠다.

• 황민호, 「1920년대 재만 한인 사회 민족 운동 연구」(숭실 대학교 사학과 박사 학위 논문, 1996)
• 김태국, 「만주지역 ‘조선인민회’ 연구」(국민대 박사학위논문, 2001)
• 황민호, 「재만 한인의 합법적 자치 운동의 전개와 '自治'에 대한 국내 언론의 인식」(『한국 민족 운동사 연구』 47, 한국 민족 운동사 학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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