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吉林省)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 혼춘시(琿春市)에서 유격 대원 황정해가 일본 헌병대에게 잡혔다가 탈출한 것과 관련하여 전해지는 이야기.

1992년 7월 김태갑, 박창묵이 편찬하고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판한 『항일 전설 설화집』 ‘안도현’ 편에 이영애가 정리한 것이 수록되어 있다. 2006년 보고사에서 간행한 『향토 전설집』에도 항일전설과 관련하여 동일한 내용이 재수록되었다.

1935년 대황구(大荒溝) 유격대에서 황정해라는 소년이 통신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황정해는 마창권과 함께 통신 연락을 떠났다. 때가 한창 가을이었기에 산길을 걸어가다 보니 머루가 새콤달콤하게 익어 있었다. 정해와 창권은 머루를 보며 뛰어가다가 일본군을 맞닥뜨렸다. 그 둘은 비밀 쪽지를 불에 태우고 일본군이 오자 머루를 따먹으러 온 척 했다. 그러나 일본군은 정해와 창권이를 공산군이라며 체포했다.

황정해는 춘화 헌병대에 끌려와서 유격대의 정보를 묻는 헌병대에게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러나 정해는 아무 것도 모른다며 고문을 버텨냈다. 매일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몰매를 맞았지만, 그는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유격대의 비밀을 지켜냈다. 헌병대는 정해에게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자 정해를 불러내 헌병대 안에서 잡일을 시켰다.

이때부터 황정해는 기회를 엿보아 헌병대의 소굴에서 뛰쳐나와 유격대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다짐을 했다. 황정해는 헌병대의 심부름을 하느라 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해가 총명하게 심부름을 잘했기에 헌병 대원들은 황정해를 헌병 대장에게도 칭찬을 했다. 어느 날 헌병 대장이 심부름을 하던 황정해를 불렀다. 그는 정해에게 자신의 구두를 닦으라며 심부름을 시켰다. 이때부터 정해는 헌병대 대장실에 마음대로 드나들며 대장의 심부름을 계속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정해에게 탈출할 기회가 왔다. 헌병 대장이 대낮에 술이 많이 취한 채 대장실에서 곯아떨어진 것이다. 정해는 몰래 대장실에 가서 대장의 권총을 빼낸 다음, 자신의 바지춤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보초병이 정해에게 어디를 가냐고 물었지만 정해는 대장의 심부름을 간다며 유유히 헌병대를 빠져나왔다. 술이 깬 헌병 대장이 정해와 권총을 찾았지만, 정해는 그의 권총을 가지고 대황구 유격대로 돌아온 뒤였다.

「황정해의 탈출기」의 주요 모티프는 ‘황정해의 체포’, ‘황정해의 권총 획득 및 탈출’ 등이다. 소년 황정해는 통신병으로 유격대에 참여하다가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한다. 그러나 황정해는 총명하게 행동하여 헌병 대원과 헌병 대장의 신임을 얻고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 어린 소년이 자신의 지혜로 일본 헌병대에서 탈출하였기에 항일 전설이면서 아지담(兒智譚)이기도 하다.

• 김태갑 · 박창묵 편, 『항일 전설 설화집』(연변인민출판사, 1992)
•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 편 『향토 전설집』(보고사, 2006)
• 하미경, 「중국 조선족 항일 설화 연구」(『국어 국문학』 34, 1997)
• 허경진·김창화, 「조선족 항일 투쟁관련에서 생성된 설화에 대하여」(『영주어문』 23, 영주 어문 학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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