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吉林省)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 안도현(安圖縣)에서 항일유격대가 한 노인의 도움으로 승리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

1992년 7월 김태갑, 박창묵이 편찬하고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판한 『항일 전설 설화집』 ‘안도현’ 편에 이용득이 정리한 것이 수록되어 있다. 2006년 보고사에서 간행한 『향토 전설집』 ‘항일 전설’ 항목에도 동일한 내용이 재수록되었다.

1940년 10월 어느 날 남도 집단 부락 서쪽 문 어구에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났다. 노인은 보초를 서는 경찰에게 가서 인사를 하더니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경찰이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자, 노인은 자신의 아들이 이곳의 경찰이 되었기에 멀리서 아들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런 사람은 없다고 노인을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노인은 막무가내로 아들을 보러 마을 안에 있는 경찰서로 가겠다고 떼를 썼다.

그러자 경찰은 어쩔 수 없이 노인을 마을 안에 들어가도록 허락했다. 마을에 들어온 노인을 주변을 살펴보며 경찰서로 향했다. 소장을 만난 노인은, 소장에게 자신의 아들을 찾겠다며 경찰서 주변을 둘러보기를 희망했다. 소장은 노인이 아들을 반공특설부대에 보낸 점을 훌륭하게 여겨 이를 허락했다. 노인을 경찰서 주변을 살펴봤지만, 결국 아들을 찾지 못하고 그 마을에서 나왔다.

그 이튿날 밤 12시, 경찰서에 항일유격대가 소장의 이름을 부르며 쳐들어왔다. 경찰소 안에서는 유격대원들이 소장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수군거렸다. 그제야 경찰소장은 그 노인이 항일유격대에서 파견한 정찰원임을 알았다. 소장은 불같은 호령을 내리며 최후의 발악을 했지만, 노인의 안내를 받은 유격대원은 쉽게 경찰서의 포대까지 점령하였다.

그리고 항일군들은 집집을 다니며 선동고동사업을 하니, 마을의 농민들은 자신들이 방금 탈곡한 출하곡을 자발적으로 내놓았다. 농민들 입장에서 어차피 일본군에게 출하곡을 빼앗길 테니, 일본군을 소멸해달라는 희망에서 자발적으로 출하곡을 내놓은 것이었다. 그렇게 항일군은 노인의 정찰 덕분에 일본에게 빼앗길 5,000여 근의 출하곡식을 얻을 수 있었다.

「지혜롭게 출하곡을 얻다」의 주요 모티프는 ‘노인의 정찰’과 ‘항일유격대의 출하곡 획득’이다. 노인은 자신의 아들을 찾는다는 거짓말을 하여 경찰 분주소의 지형 지물을 정찰하여 항일 유격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노인의 지혜롭고 용감한 행동이 돋보이기에 지혜담이자 영웅담으로 읽을 수 있다. 아울러 항일 유격대에 자발적으로 출하곡을 내주는 백성들의 모습을 통해 한인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과 항일 유격대의 승리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 김태갑 · 박창묵 편, 『항일 전설 설화집』(연변인민출판사, 1992)
•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 편 『향토 전설집』(보고사, 2006)
• 하미경, 「중국 조선족 항일 설화 연구」(『국어 국문학』 34, 1997)
• 허경진·김창화, 「조선족 항일 투쟁관련에서 생성된 설화에 대하여」(『영주어문』 23, 영주 어문 학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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