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요령성 심양시에서 사람으로 변신 한 쥐가 주인 행세를 하다가 결국 고양이에게 물려 죽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

조선족 설화 학자 배영진(裵永鎭)이 1981년 한인[조선족]이 모여 사는 심양시 소가둔에 설화 채집을 갔을 때 한 친척으로부터 김덕순이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며 소개를 받았다. 이에 배영진은 김덕순(당시 81세)을 만나 며칠을 두고 채록을 하였다. 당시 구술된 자료 중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는 리유」는 1983년 발행된 『김덕순 고사집(金德順故事集)』(상해 문예 출판사)에 「老鼠為啥怕貓」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1991년 민속원에서 간행한 『조선족 구비 문학 총서(朝鮮族口碑文學叢書)』(21)에 전체 내용이 영인되었다. 2005년 보고사에서 발행한 『김덕순 민담집』에도 그 내용이 번역되어 있다.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는 리유」는 『김덕순 민담집』의 제목을 따른 것이다.

옛날에 어떤 부부가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았다. 집안 살림이 넉넉하여 쌀이 많았기에 쥐가 들끓었지만 할머니는 쥐를 내쫓지 않고 먹을 것을 주었다. 그렇게 할머니가 주던 것을 받아먹던 쥐는 점점 커져서 요정이 되었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외출하자 쥐요정은 할아버지로 둔갑하여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식구들은 그가 가짜 할아버지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였다. 진짜 할아버지가 오자 가짜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진짜 할아버지를 내쫓았다.

쫓겨난 할아버지는 산중을 방황하다가 불빛이 보이는 집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노부부가 17세 딸을 데리고 살았다. 노부부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함께 지내자고 했다. 노부부는 할아버지의 행동과 심성이 마음에 들어 자신의 딸을 주려고 했다. 할아버지는 한사코 거부했지만 둘은 결국 혼인을 하고 신부는 석 달 만에 출산하였는데, 그것은 아이가 아니라 아주 작은 범 새끼였다. 할아버지는 크게 놀랐지만 버릴 수 없어 고양이라 이름 짓고 키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할아버지가 깨어나니 아무도 없고 고양이만 누워있었다. 할아버지가 황급히 일어나 호랑이 세 마리가 가는 것을 보고서 처가 식구들이 호랑이인 것을 깨달았다. 호랑이와 동거 생활을 마친 할아버지는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할아버지가 가짜 할아버지를 만나는 순간 고양이가 가짜 할아버지의 목을 꽉 물었다. ‘찍’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쥐요정의 정체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는 리유」의 주요 모티프는 ‘쥐의 둔갑’, ‘할아버지의 쫓겨남’, ‘ 할아버지와 범의 동거 및 고양이의 출생’, ‘둔갑한 쥐의 징치’ 등이다. 이 이야기는 사람으로 둔갑하여 주인 행세를 하는 쥐의 변신을 다룬다는 점에서 신이담(神異譚) 중 변신담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이 이야기는 진짜와 가짜를 놓고 서로 겨루기에 ‘진짜 주인, 가짜 주인’, ‘진가쟁주(眞假爭主)’라고도 불린다.

특히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는 리유」는 쥐를 징치하는 고양이가 할아버지와 범의 교혼을 통해 출생한다는 점에서 이류교혼(異類交婚)라는 신화적 성격을 지닌 모티프가 있음이 주목된다.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배영진, 『김덕순 고사집』(상해 문예 출판사, 1983)
• 손진태, 『조선 민족 설화의 연구』(을유 문화사, 1947)
•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 편『김덕순 민담집』(보고사, 2010)
• 임채완 외, 『근현대 중국 조선족 문헌집』(북코리아, 2012)
• 최래옥, 『한국 구비 전설 연구』(일조각 1981)
• 최인학, 『백두산 설화』(밀알, 1994)
•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 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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