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에서 백마(白馬)와 관련한 항일 연군의 활동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

1992년 7월 김태갑, 박창묵이 편찬하고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판한 『항일 전설 설화집』 ‘연길현’편에 이광인이 정리한 것이 수록되어 있다. 2006년 보고사에서 간행한 『향토 전설집』에 ‘항일 전설’과 관련하여 동일한 내용이 재수록 되었다.

백금일대의 송림촌 덧고개 아랫 마을에는 백씨 성을 가진 한 가정이 살고 있었는데, 그 집에는 백씨가 친자식처럼 기르는 백마(白馬) 한 필이 있었다. 원래 이 백마는 백씨의 아버지가 유격대 활동을 하면서 타고 다니던 말이었다. 당시 백마를 타고 다니던 아버지의 용맹은 일본군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어느 날 백마가 홀로 백씨의 집 앞에 와서 울부짖었다. 백씨는 백마가 진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아버지 신상에 변고가 생겼음을 짐작했다. 백씨는 백마를 타고 숲 속에 이르자 아버지가 피 범벅이 되어 쓰러져 있었다. 아버지는 일본인을 몰아낼 때까지 싸우라며 아들에게 당부하고 세상을 떠났다.

백씨는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항일 조직에 가담하여 유격대 원조 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백마도 젊은 주인에 뜻에 따라 근거지를 드나들며 식량, 소금 등의 필수품 등을 운반했다.

어느 날 새벽, 백씨는 산 너머에서 총소리가 나자 백마를 타고 고개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남전사와 다리에 관통상을 당한 여전사가 있었다. 백씨는 그들을 보자 백마를 건네주며 떠나보냈다. 두 전사는 항일연군 제1로군 제2방면군의 남창수와 최희숙 이었다. 그들은 1940년 3월 ‘홍기하 전투’를 치른 다음, 유격대 활동을 하다가 일제 토벌군에게 쫓기는 중이었다.

남창수와 최희숙은 백마를 타고 토벌대의 추격대를 벗어나려 했지만, 토벌대와의 거리는 점점 좁아졌다. 그러다 남창수가 총에 맞아 두 전사는 백마에서 떨어졌다. 두 중상자는 다시 백마를 타려 했지만, 상처가 위중하여 백마를 함께 탈 수 없었다. 적의 추격이 점점 접근하자 최희숙은 남창수을 먼저 백마에 태우고, 백마의 엉덩이를 손으로 툭 쳤다. 그러자 백마를 달리기 시작했고 최희숙은 그 모습을 지켜봤다. 결국 최희숙은 토벌대에 체포되어 온갖 고문을 당하다가 장렬히 희생되었다.

「백마에 깃든 이야기」의 주요 모티프는 ‘백씨 아버지의 죽음’, ‘백씨의 유격대 원호 활동’, ‘최희숙의 희생’ 등이다. 이 이야기는 모두 백마와 관련한 항일 활동이 서술되고 있다. 먼저 백씨 아버지는 백마를 타며 항일 활동을 하였으며, 백씨 역시 백마를 가지고 유격대 원호 활동을 하였다. 또한 항일 연군의 두 전사인 남창수, 최희숙도 백마를 타고 추격대의 추격을 벗어나고자 했다. 요컨대, 「백마에 깃든 이야기」는 백마와 관련한 항일 유격 대원의 영웅담이라 할 수 있다. 덧붙여 자신을 희생하여 남창수를 살리는 최희숙의 동지애를 통해 이 이야기의 희생담도 살필 수 있다.

• 장덕순 외, 『구비 문학 개설』(일조각, 2006)
• 김태갑·박창묵 편, 『항일 전설 설화집』(연변인민출판사, 1992)
• 연변대학 조선 문학 연구소, 편 『향토 전설집』(보고사, 2006)
• 하미경, 「중국 조선족 항일 설화 연구」(『국어 국문학』 34, 부산 대학교, 1997)
• 허경진·김창화, 「조선족 항일 투쟁관련에서 생성된 설화에 대하여」(『영주어문』 23, 영주 어문 학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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