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 | 金德順 故事集 |
|---|---|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 유형 | 문헌/단행본 |
| 지역 | 요령성 심양시 |
| 시대 | 현대/현대 |
| 성격 | 설화집 |
|---|---|
| 편자 | 배영진 |
| 번역자 | 김동훈·허경진·허휘훈 |
| 간행자 | 상해 문예 출판사|민속원|보고사 |
| 표제 | 『金德順故事集』 |
| 간행 시기/일시 | 1983년 |
1983년 중국 설화 연구자 배영진(裵永鎭)이 요령성(遼寧省) 심양시(瀋陽市)에서 거주하는 김덕순(金德順)을 대상으로 채록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설화집.
『김덕순 고사집(金德順故事集)』의 편찬자인 배영진은 중국의 설화 학자로서 김덕순을 만나게 된 경위를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배영진은 "1981년 4월 한인[조선족]들이 모여 사는 심양시(沈陽市) 소가둔(蘇家屯)으로 설화 조사하러 갔을 때 한 친척으로부터 소개받기를 김덕순 할머니는 대단한 이야기꾼으로 몇 날 며칠을 들어도 이야기가 끝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즉시 찾아가 만났더니 81세의 노령이었지만 정신이 맑았고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찾아온 목적을 말하자 할머니는 ‘내가 아는 고사는 모두 허튼소리고 쓸 만한 것이 없소’라며 사양했으나 끝내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 이야기에 나는 도취되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며칠을 두고 들었는데 100여 화를 계속 말했는데도 중복이 없었다."라고 하였다.
배영진은 김덕순[당시 81세]을 만나 며칠을 두고 100여 편의 이야기를 채록하였다.
그가 구술한 이야기들은 1983년 상해 문예 출판사에서 『김덕순 고사집(金德順故事集)』이란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1991년 민속원에서 간행한 『조선족 구비 문학 총서(朝鮮族口碑文學叢書)』(21)에 전체 내용이 영인 되었으며 2005년 보고사에서 발행한 『김덕순 민담집』에 그 내용이 번역되어 있다.
『김덕순 고사집』은 73편의 이야기와 33편의 이야기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김덕순이 구연한 민담들은 대부분 이야기 구성이 완전하며 또한 세계적인 이야기 유형에 속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의 민담 전승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환상적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분류에 속하는 것은 「목동과 선녀」,「북두칠성」,「사람에게 머리칼이 있게 된 유래」,「바다물이 짠 이유」,「장화와 홍련」,「우렁각시」,「삼형제」,「금섬 공주」 등이 있다.
그중에서 특색 있는 이야기들로는 전실 자녀와 계모 간의 갈등을 다룬 「콩쥐와 팥쥐」,「장화와 홍련」,「북두칠성」,「계모」등의 ‘계모’형 이야기가 있으며, 형제간의 대립을 다룬 「흥부와 놀부」,「코가 길게 된 형」,「바다물이 짠 이유」등의 ‘형제’형 이야기도 있다.
이 두 부류의 이야기는 “가난한 사람이 행복을 성취하게 되었다”는 옛말을 즐겨 해온 김덕순의 인생관이 잘 담겨있다.
또한 「목동과 선녀」, 「용궁 공주와 농부」,「우렁 각시」,「용과 봉의 배필」, 「뱀처녀」,「사람에게 머리칼이 있게 된 유래」 등 이류교혼(異類交婚)을 다룬 이야기가 있다.
그중에서 「목동과 선녀」는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세계에서 ‘백조처녀’형 유형으로 널리 전하는 설화이며,「뱀처녀」는 한족(漢族)에게 전승되는 「백사전(白蛇傳)」이야기와 같은 유형에 속하는 것이다. 이는 한민족 설화와 중국 한족의 4대 전설[「맹강녀」, 「견우직녀」,「양산백과 축영대」,「백사전」] 과의 비교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맹강녀」전설을 연상시키는 「동해에 뱅어가 생긴 유래」가 주목된다. 이 이야기는 여주인공이 태어나면서 성례를 치르기까지의 과정과 만리장성 축조 공사에 끌려간 남편을 찾으러 떠났지만, 결국 죽은 남편의 유골을 발견하고 폭군의 횡포에 항거하는 모습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서사구조는 「맹강녀」이야기와 유사하다. 다만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뱅어로 변한 점은 「맹강녀」에서는 드문 내용이기에 조선족 설화와 한족(漢族) 설화의 차이점을 비교할 때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한편, 김덕순의 이야기는 사실적 성격이 강한 민담들이 있어 주목된다. 「상민을 업신여긴 자의 말로」,「처녀와 세 문둥이」,「삼형제」,「일곱 살짜리가 재물신을 청하다」,「금덩이가 돌멩이로 변하다」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이야기들은 민중과 지배 권력자 간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즉,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강자의 횡포에 신음하면서도 그에 체념하지 않고 횡포를 당당히 물리치며, 약자가 주인의 되는 삶을 이룩하고자 하는 신념과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이 부류의 이야기들은 현실의 상하 관계를 이야기로나마 극복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소망이 담겨있다.
『김덕순 고사집』은 중국에서 처음 출판된 민간 고사 이야기꾼이 말하는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이 책의 발표는 민간 이야기 수집·정리 작업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채록자 배영진의 회견기를 중심으로 그 의의를 간략히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김덕순 할머니의 이야기 내용은 매우 다양하며 청자의 성과 연령 또는 신분에 따라 구분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노인들을 상대로 했을 때는 선량한 노인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로 종말에는 복을 받는다는 내용을, 젊은 부녀들을 상대했을 때는 고부 관계나 효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점은 화자가 다양한 설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화자의 설화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설화가 단순히 케케묵은 옛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민중의 사상과 생활이며 설화를 통해서 삶의 기능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설화 의식을 분명히 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속담이나 수수께끼 혹은 금기어 등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이야기의 유기성을 높이며, 교훈을 강조하는데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장면의 이동, 주인공의 위기 또는 사건의 국면마다 적절히 사용되는 수수께끼나 속담은 그 내용의 의미를 쉽게 이해시킬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질적으로 우수함을 입증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김덕순 할머니가 이야기꾼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연유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김덕순 할머니는 훌륭한 구연자라는 것이다. 단순한 화자가 아닌 연기자로서의 구연자이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내용의 강도가 상하로 조정되는데, 이는 마치 조선 후기 직업적으로 설화나 고전 소설을 구연했던 설낭(說囊)이나 전기수(傳奇叟)와 같은 존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