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한인 제1세대 구비 문학 채록자 정길운이 1979년 연변인민출판사에서 간행한 이야기집.

정길운은 한인 제1세대 구비 문학 채록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구비 문학 조사 사업을 민족의 아름다운 얼굴과 넋을 찾는 성스러운 일로 간주하고 수년 간 구비 문학 조사에 매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길운은 『천지의 맑은 물』, 『백일홍』이라는 두 권의 설화집을 간행하였다.

앞서 간행한 『천지의 맑은 물』은 문화 대혁명 때 독초(毒草)로 지적받고 거의 소각을 당하였다. 다행히 중국에도 개혁개방이 이루어지면서 『천지의 맑은 물』 역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정길운은 『천지의 맑은 물』을 복원하고 혹시 모를 정치적 구설에 다시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천지의 맑은 물』에 수록된 설화들을 약간씩 수정하고 새로운 설화를 보충하여 『백일홍』을 간행하였다.

『백일홍』은 정길운의 두 번째 채록 설화집으로서 38편의 설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앞서 간행된 『천지의 맑은 물』에 실린 12편을 재수록하고, 새로 26편의 이야기를 추가한 것이다.

「해란강」, 「백일홍」, 「망두석 재판」, 「우물 안의 개구리」 등 21편의 전설과 민담과 「별천지」, 「씨름판에서 있은 일」, 「어머니의 마음」, 「올가미 전투」, 「장찰반장 김봉숙」 등의 5편의 항일 전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이야기집에 수록된 「해란강」은 한인들에게 널리 전승되는 강천(江川) 설화 중 하나이다. 이 전설은 ‘지하국 대적 퇴치’형 설화와 유사한데, 총각 ‘해’와 처녀 ‘란’이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을 제거하는 이야기이다. 선악의 대결을 통해 선이 승리하는 대결담의 형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백일홍」은 백일홍이 백 일 동안 피는 이유에 관해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적대자와 투쟁을 통해 청춘 남녀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19세기 말엽 경상남도동해안에서 태어난 배선녀 할머니가 그녀의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라고 정길운이 밝힌 바 있다.

이 책에는 「별천지」,「어머니의 마음」 등의 항일 전설도 수록되어 있다. 두 전설은 다친 유격대원 옥란이를 숨겨주는 박 노인과 적에게 쫓기는 유격 대원을 자기의 사위로 위장하여 위기를 면하게 한 어머니를 통해 항일 유격대와 민중 간의 유대 관계를 말하고 있다.

한편 『백일홍』은 우행담(愚行譚)과 지혜담(知慧譚)에 속하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먼저 우행담에 속하는 것으로는 「사흘 사또」,「각자는 무상치」,「수화상극」 등이 있다. 「사흘 사또」에는 어리석은 양반집 아들이 아버지의 힘으로 사또가 되었다가 사흘 만에 쫓겨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멍청한 양반 아들과 똑똑한 평민 부인이 대비되어 양반에 대한 민중의 부정적 태도가 발견된다. 「각자는 무상치」와 「수화상극」에도 실생활과 유리된 채 글만 읽고 있는 양반들의 무지와 무능을 비판한다.

다음으로 지혜담에 속하는 것으로 「주먹재판」,「천냥 내기 거짓말」 등이 있다. 「주먹재판」은 이항복의 어린 시절을 일화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 양반이 자기 집 담장 안으로 넘어온 이웃집 감나무의 감을 따서 자기의 것이라고 우긴다. 그러자 어린 이항복이 자기의 팔을 양반집 안에 넣고 이것도 양반의 것이라며 곤경을 주는 것이다. 강자와 약자의 갈등이 약자의 지혜로써 유쾌하게 승리하는 이야기라 볼 수 있다.「천냥 내기 거짓말」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옛이야기를 공짜로 듣는 노정승을 골리는 머슴 총각의 이야기로, 약자가 지혜로써 강자를 유쾌하게 승리하는 지혜담으로 볼 수 있다.

『백일홍』은 한인 제1 세대 구비 문학 채록자를 대표하는 정길운이 간행한 설화집이다. 앞서 간행한 『천지의 맑은 물』이 문화 대혁명 때 탄압을 받아 소각되자, 이후 『천지의 맑은 물』에 수록된 설화를 수정하고 새로운 설화를 추가하여 간행한 것이 『백일홍』이다. 총 38편의 이야기가 있으며 21편의 민담, 전설과 5편의 항일 전설이 수록되어 있다.

• 김선풍 편, 『조선족 구비문학총서』(민속원, 1991)
• 김동훈, 『중국 조선족 구전 설화 연구』(한국 문화사, 1999)
• 김동훈·허경진·허휘훈 편, 『정길운·김레삼 채록 민담집』(보고사, 2007)
• 길운 정리, 『百日紅』(연변인민출판사, 1979)

• 구비 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