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야 | 생활·민속/생활 |
|---|---|
| 유형 | 음식물/음식물 |
| 지역 |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
| 시대 | 현대/현대 |
| 성격 | 음료 |
|---|---|
| 재료 | 잡곡류|엿|약재 |
| 관련의례/행사 | 결혼|장례|기제|묘제|기타 행사 |
| 계절 | 연중 |
잡곡류를 발효 또는 증류시켜 만든 한인들의 음료.
중국 동북3성의 한인들이 마시는 술에는 맥주, 막걸리 따위의 발효주와 소주, 고량주 따위의 증류주, 과실이나 약재를 알코올과 혼합하여 만드는 혼성주 등이 있다. 한인들은 술을 매우 즐긴다. 성인 남자들의 경우는 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남들과 어울려 취하도록 술을 마신다. 여자들의 경우에도 술을 약간씩은 다 마시고, 경우에 따라 취하도록 마셔도 별다른 흠이 되지 않는 풍토이다. 심지어는 중학생 이상의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잔치 날 같은 때에 ‘비주’, 즉 맥주같이 약한 술을 조금 마시는 것은 허용된다. 어른들이 학교 졸업생들에게 술을 따라주어 마시게 하기도 한다.
두만강 북안 일대를 제외하고 청(淸)나라 시기에 중국으로 이주해온 한인들은 대부분이 만족이나 한족 지주들의 머슴이나 소작농으로 살았기에 그들의 생활도 매우 어려웠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인들이 술을 즐겼음은 1909년 장백부 지부(長白府知府)가 편찬한 『장백 회정록(長白滙征錄)』에 적혀 있다.
민국(民國) 시기 주류에는 청주(淸酒), 감주(甘酒), 토주(土酒) 등이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1926년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 지역 삼도구(三道溝)[지금의 화룡시(和龍市)]에 400여 가구의 이주 한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중 200여 호가 술을 팔았다고 한다. 이는 당시 한인들이 술을 얼마나 즐겼는지를 알 수 있다.
한편, 술 가운데 달콤한 술인 감주는 한인들이 청량 음료로 즐겨 마시었다. 민국시기 윤화수의 『백두산행기』에는 “간도 농촌에서 자랑할 만한 것은 하절(夏節)에 감주라는 것이다. 이것은 거의 집집이 괴여두고 청량제로 먹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감주를 먹어보자고 합의했다. 일거에 3배를 먹었더니만 만사 태평춘(萬事太平春)이다. 그리고 냉열한 맛은 용정에서 한 컵에 일금(一金) 15전 하는 아이스 크림과는 바꾸지 아니하겠다.”라고 감주를 극찬하고 있다.
현재 한인[조선족]들은 가정에서 술을 만들지 않으며, 상점 등지에서 판매하는 고량주(高粱酒) 와 맥주, 탁주(濁酒) 등을 즐겨 마신다. 차례나 제사에 사용하는 술도 상점에서 구입한다.
주류(酒類)로는 화주(火酒), 소주(燒酒), 탁주[막걸리], 청주, 토주, 약술 등이 있다. 그 가운데 한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것이 소주인 ‘빼주[白酒]’와 ‘비주[맥주]’이다. ‘빼주’는 알콜 농도가 40~60도 되는 독주로 한국에서 ‘빼갈‘이라고 부르는 술이다. 흑룡강성(黑龍江省) 신락촌(新樂村)에서는 주로 오상현(五常縣)에서 제조된 빼주를 사다가 마시는데,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인기가 높다.
한국에 취업하러 다녀 온 바 있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마시는 소주는 도수도 낮아 밋밋할 뿐더러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다음날에 머리가 몹시 아픈 반면에 빼주는 뒤끝이 산뜻하다며 이 술을 예찬한다.
사람들이 사다먹는 술 중 빼주 다음으로 즐겨 마시는 것은 ‘비주’이다. 중국산 비주도 한 병에 가격이 저렴하고, 알콜 농도가 낮아 청년층에서 즐겨 마시는데, 점차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비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가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술들을 담가 마신다. 대개의 가정에서 ‘탁주’, 즉 막걸리를 담그는데, 이는 청주와 대칭되는 명칭이다. 탁주는 설 차례상에 올리기도 하는데, 옥수수를 물에 푹 불린 다음 맷돌에 갈아서 가마에 넣고 끓인 다음 독안에 넣어 발효시킨다. 약 6~7일이 지나면 그것을 퍼내어 천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고 짠다. 여과되어 나온 액체가 탁주이다.
청주는 ‘맑은술’이라는 뜻이며, 탁주를 빚는 방법과 비슷하다. 옥수수를 물에 불린 다음 맷돌로 갈아 가마솥에 넣고 끓인 다음 대야에 담아서 냉각시킨다. 다음 엿싹을 쳐서 한동안 있다가 독안에 넣는다. 그 다음 옥수수 가루 누룩을 작은 천주머니에 담아 독안에 넣고 발효시킨다. 약 7~10일이 지나면 액체 표면에 노란 색깔을 띤 기름이 뜬다. 그러면 술을 마실 수 있다.
토주는 옥수수를 물에 담가 불렸다가 맷돌로 갈아서 가마에 넣고 끓인 다음 냉각시킨다. 옥수수 가루 누룩을 넣은 후 독의 입구를 봉하고 발효시킨다. 약 7일 지난 후 그것을 가마에 넣고 그 위에 빈 대야를 띄워놓는다. 솥 가마 변두리에 볏짚이나 천을 똬리 모양으로 얹어놓고 솥 뚜껑을 거꾸로 덮는다. 불을 가열할 때 자주 찬물을 붓거나 얼음을 놓는다. 가마 안에서 증발되는 기체가 차가운 솥 뚜껑에 부딪쳐 액체로 변하여 대야 안에 떨어진다. 이것이 토주인데 도수는 약 30도이다.
약술은 인삼, 뱀, 꽃, 웅담 등의 다양한 재료에 빼주를 넣어 담그는 각종 술이다. 이 중 뱀술은 뱀에 구기자, 불로초, 인삼 등의 약초를 넣어 담그며, 백화주는 수많은 종류의 꽃들을 넣고 빼주를 부어 담그는 것이다. 웅담주는 약술 중에 최고로 여긴다.
한국 속담에 “밥 먹기는 봄 같이 하고 국 먹기는 여름 같이 하며 장 먹기는 가을처럼 술 먹기는 겨울 같이 하라.” 는 말이 있는데, 이는 술은 찬술이 좋다는 말이다. 현재 한인[조선족]의 술을 마시는 방식을 보면 중국 문화의 영향이 많이 나타난다. 우선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시는 경우, 밥 혹은 국수와 같은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음식들은 모두 올려 안주로서 먹는다. 술 마시기가 다 끝난 뒤에야 주식을 올려 남은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따라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좁은 의미의 반주(飯酒)의 개념, 즉 밥을 먹으면서 곁들여 마시는 술이라는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주도(酒道)에 있어서도 한국과는 상당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손님들이 내방 했을 경우 먼저 그 집의 가장이 손님들의 연령 등 사회적 지위의 순서에 따라 윗사람부터 차례로 술을 따라주는데, 상대방의 술잔을 가져다가 잔을 채워서 건네준다. 모든 사람들의 술잔을 채운 후 가장의 인사말과 함께 다 같이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한다. 보통은 한국에서 하듯이 자기가 마셨던 잔을 남에게 건네주고 따라주는 식으로 하지 않고, 상대편의 잔이 어느 정도 비었으면 채워주거나 마저 비울 것을 권한 뒤에 그 잔에 따라준다. 이러한 주도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에 다녀 온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잔을 마시고 권하는 풍속도 생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