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분야 생활·민속/생활
유형 음식물/음식물
지역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성격 저장 식품|발효 식품
재료 배추|무|고추 가루|파|마늘|영채|젓갈
관련의례/행사 김장하기
계절 10월 중순
정의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소금에 절인 배추나 무 등을 고춧가루, 파, 마늘 따위의 양념에 버무린 뒤 발효를 시켜 만든 한민족의 대표 전통 음식.

개설

중국 동북 3성 한인들은 겨울 동절기를 보내기 위하여 저장 식품으로 김장을 통해 김치를 만들고 저장하였다. 중국 한인의 김치문화는 19세기 중엽 이후 중국 동북으로 이주해 온 후손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원래 출신지에 따라 상이한 방식을 지니고 있다가 이주지에서의 지리환경, 경제 여건에 맞추어 적응·변용되는 양상을 보인다. 초기 교류가 원활하지 못했던 전통사회에서는 연변이라는 지역정체성이 더 명확하였으나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적 여건, 주변국과의 무역 및 한중교류, 그리고 한류문화의 유입 등에 따라 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졌기에 출신지역에 따른 특징과 시기에 따른 변화상을 살펴야 한다.

한인들은 한반도 각지에서 유입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인구 비중으로 봤을 때 함경도, 평안도, 경상도 출신이 압도적이다. 따라서 김치 및 음식문화도 그 영향권 아래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평안도 사람들은 중국 요령성 등지[요령성 동남부지역, 길림성의 집안시와 공주령지역, 내몽골의 통료지역 등]로 이주해 평안도문화권을, 함경도 사람들은 중국 길림성 지역[연변조선족자치주, 장백조선족자치현, 흑룡강성 동남부지역, 내몽골 동부지역 등]에 이주하여 함경도 문화권, 경상도 사람들은 함경도와 평안도 사람들이 차지한 땅을 지나 북쪽[길림성의 길림지역, 흑룡강성 북부지역, 요령성의 무순지역 등]으로 이주하여 경상도 문화권을 형성했다.

평안도 김치는 소금을 적게 넣고 고춧가루 사용양도 적다. 쇠고기로 육수를 내어 김치를 만든 뒤 3~4일 뒤에 항아리에 넉넉하게 붓는데 겨울철 살얼음이 낀 김치국물에 메밀면을 만 것이 바로 냉면이다. 젓갈로는 새우젓과 조기젓을 쓴다. 경상도 김치는 멸치젓이나 갈치젓을 넣는다. 남쪽지역의 겨울은 온도도 그리 낮지 않고 짧았기에 국물을 추가로 붓지 않으며 양념의 비율이 높다.

하지만 이주 초기에는 만주지역의 기후 조건이 가장 흡사한 함경도를 제외하고는 출신 지역의 김치문화를 고수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김치의 가장 주재료인 배추보다 갓이나 영채같은 강한 향이 나는 채소의 재배가 더 용이했고 젓갈, 해산물 등 고향에서 사용했던 재료를 구할 수도 없었가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이 길고 혹독하게 추운 에서 김치를 먹으려면 제조방식을 바꾸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따라서 연변의 김치문화는 함경도식 김치문화를 근간으로 타지역의 김치문화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되었다.

함경도 김치는 젓갈을 적게 사용하는 대신 젠치라고 하는 향신료를 쓴다. 젠치씨를 갈아서 김치의 양념으로 사용하면 김치가 빨리 발효되는 것을 막아 오랜 기간 저장해 두고 먹을 수 있게 된다. 제철 채소를 구할 수 있는 기간이 여름철 3개월에 불과해 한반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긴 겨울을 나야했던 이 지역에서 젠치씨는 김치를 장기간 저장하는데 중요하게 쓰였다.

함경도에서 가지고 온 갓씨를 뿌려 재배한 갓으로 담근 김치도 독특하다. 절인 갓에 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를 두고 골고루 버무려 독에 무와 함께 한 돌기씩 엇바꿔 넣고 우거지를 덮어서 익혔다. 갓김치는 국물이 발그스름한 고운 색을 내며 향긋한 냄새와 약간 매우면서도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인데 연변으로 이주하면서 국물양이 많아지고 무는 빠지게 되었다. 김치와 더불어 동태식혜, 가자미식혜, 도루메기식혜, 창난식혜, 동태순대, 명란젓 등도 모두 이주민과 함께 연변 땅에 전파되었다.

김치 종류

1970년대까지 연변지역에서 가장 많이 담갔던 김치는 배추김치, 채지, 영채김치, 갓김치 등이다. 재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연변의 기후에는 배추보다 영채와 갓의 재배가 용이했기 때문에 한인 김치문화에서 영채김치와 갓김치는 배추김치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마늘, 오이, 고추, 더덕, 깻잎, 양배추을 등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에 담가 만드는 장아찌도 김장 때 함께 마련한다. 김장김치가 떨어진 봄, 여름에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달래, 빨간무, 애기배추를 비롯해 콩나물, 오이로 물김치나 겉절이를 만들어 먹는다.

연원 및 변천

김장철은 한인들에게 있어서 한 해의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직장마다 질 좋은 가을 배추를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사람을 파견하여 예매를 해둔다. 그리고 수확기에는 인원과 트럭을 동원하여 배추를 직원들의 집까지 배송해 주는데, 당시로서는 가장 중요한 직원 복리 중의 하나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10월 말일이면 가을 배추를 실은 차가 연길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녔으나, 그 이후로는 이런 정경을 볼 수가 없었다. 아파트에 더 이상 김치 움을 따로 짓지 않았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많이 제고되어 대부분 가정에서 그때그때 사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치 냉장고가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에 사는 한인들은 50포기 이상 대량으로 김장하지 않으며, 한국의 겉절이와 같은 즉석 김치를 수시로 담가먹거나 또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포장된 김치를 사서 먹는다. 또는 농촌에 계신 부모님이 보내준 김치를 먹기도 한다.

2000년대 이후 취업 방문 등으로 한국 문화를 접한 젊은 층 증가하면서 농촌사회에서도 김장 김치의 종류에 변화가 생겼다. 김장용 배추김치에 마늘, 고춧가루, 생강, 젠치씨, 새우젓 등 핵심 양념만을 사용해왔으나, 남한식으로 멸치액젓, 부추, 파, 양파, 쌀죽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장김치 품목으로 ‘채지’ 대신 ‘깍두기’를 담게 된 것도 한국의 영향이 크다. 단단한 청무로 단순한 양념만을 넣어 만든 기존의 ‘채지’ 대신 1990년대 후반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흰무를 재료로 남한식 양념에 버무린 ‘깍두기’를 선호하게 되었다. 여름에 먹는 깻잎김치 역시 한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원래 연변지역에서는 깻잎을 장아찌로만 만들어 먹었다. 생깻잎에 양념을 버무려 김치로 담가먹는 변화는 한국을 다녀온 경험자들이 늘어나면서 가속화되었다. 연변지역 김장김치 종류와 담금법의 변화는 농촌에서 위성방송을 통해 한국 TV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면서 크게 바뀌었다.

만드는 법

함경도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변조선족자치주와 흑룡강성 동부 지역에서는 양념 재료로 소금·마늘·고춧가루·생강·무·부추·향채씨·사과와 배 등을 쓴다. 이 중에서 소금·마늘·고춧가루·생강·무는 필수재료이며, 사과와 배, 향채씨는 가정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된다.

젓갈 및 해산물을 광범위하게 쓸 수 있게 된 시기가 1980년대 이후이다. 고향이 경상도인 흑룡강성 노년층 한인들은 갈치젓의 살을 발라내 잘게 다져 고춧가루와 소금에 섞어 김칫소를 만드는데 계획경제시기(1949년~1978)에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갈치 대신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사람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도 김치에 젓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드물게 동태살을 으깨서 양념과 버무려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젓갈이나 액젓이라는 단어 자체도 익숙하지 않았다. 소고기를 육수로 끓여 김치양념에 넣어 만드는 경우는 있었으나 생선을 발효시켜 삭힌 젓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연변조선족자치주의 배추 김치는 상대적으로 맛이 담백하다. 젓갈은 발효를 촉진시켜 김치를 빨리 익게 함으로써 아삭한 상태를 오래 유지시킬 수 없어 북쪽으로 갈수록 사용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소금과 고춧가루를 적게 써서 김치가 희고 싱거운 것이 특징이다. 날씨가 상대적으로 추운 지역에서 김치를 너무 짜게 할 필요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국 이후 연변조선족자치주 지역에서 확보할 수 있었던 해산물은 한국에서 건너온 명태와 갈치가 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김치와 향채씨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특히 함경북도 출신의 가정에서는 향채씨를 김치에 넣는 경우가 많다. '젠채', '젠추'라고도 부르는 이 향신채는 전라도와 황해도에서는 고수라 부르고, 중국에서는 보통 향채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향채의 표준어는 원수(芫荽)이며, 그 별칭으로 호수(胡荽), 향수(香荽), 향채(香菜)를 쓴다. 이들은 모두 같은 종류에 속하나 지리적 위치나 종자 때문에 맛에서 약간의 차이가 난다. 이 중에서 함경도의 젠치가 향이 가장 강하다. 향채를 전라도에서는 ‘고수’라 부른다. 작은 타원형 알갱이 모양의 향채씨는 조금 매운맛이 난다. 향채씨는 약한 불에 볶아 빻아서 가루를 내어 사용하는데 김치를 만들 때는 김칫소 양념에 소량만 섞어 쓴다.

향채씨 대신에 참깨 혹은 들깨 가루를 넣는 집도 있다. 이외에도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특산인 배나 사과를 김치에 넣는 가정이 많은데, 잇닿아 있는 흑룡강성 동부 지역에서도 이곳의 사과와 배를 얻어 김치에 넣기도 했다. 다만 너무 많이 넣으면 김치가 쉽게 검은색을 띠기 때문에 다른 양념보다 적게 넣는다. 그러나 요령성 심양이나 흑룡강성 하얼빈 지역의 한인들은 김치에 과일을 넣는 경우가 거의 없다.

김치와 젓갈

경상도 사람들은 원래 김치에 젓갈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흑룡강성에 이주한 뒤 해산물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민물 고기를 대체용으로 사용했다. 하얼빈 근처의 아성이나 탕원의 한인들은 붕어 새끼를 김장용 젓갈로 사용했다. 가을철에 논두렁에 채발을 놓거나 강가에 나가 붕어나 버들치 같은 작은 물고기를 잡아 그것을 절구에 으깨어 다른 양념과 함께 김치에 사용했다. 이외에도 갈치 고기를 발라내 잘게 썬 뒤 다른 양념과 섞어 사용한 경우도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와 달리 한국과의 무역이 거의 없었던 하얼빈 지역에서는 대련으로부터 들어온 갈치가 상대적으로 흔했기 때문이다. 경상도는 본래 더운 지역이라 김치를 짜고 맵게 담갔다. 추운 흑룡강성에 살면서 이들은 지금도 김치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는다. 그리고 연변조선족자치주와 마찬가지로 김치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배추 김치 사이사이에 구운 빵 모양으로 무를 썰어 넣기도 한다.

평안도풍의 심양 한인들은 김치를 담글 때 조기를 젓갈로 사용했다. 무역이 발달한 대도시라서 중국산 조기를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조기를 골라 머리를 떼어낸 뒤 몸통을 갈아 장으로 만들고 그것을 마늘, 생강, 고추 가루와 섞어 양념으로 쓴다. 개혁개방 이전까지 생활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마늘조차 귀해 달래를 캐서 사용했다는 사람도 많다. 이 외에도 드물게는 청국장을 날것으로 김치에 넣는 집도 있었다.

1970년대에는 국내무역을 통해 새우젓이 조달되었기 때문에 상류층을 중심으로 김치에 새우젓을 사용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시장에서 새우젓이 팔리기 시작하고 북한산 해산물이 유통되면서 김치에 새우젓을 광범위하게 이용하기 시작하였고 함경도출신 이주민들은 명태를 넣어 담기도 했다.

젓갈을 많이 넣으면 본연의 맛이 없다. 즉 톡 쏘고 쨍 한 맛이 없으며 처음에는 맛이 있지만 적숙기간이 길지 않으므로 9개월간 김장김치를 먹다보면 김치맛이 쉽게 변해버린다. 젠치씨는 가난한 시대의 산물로 젓갈과는 어울리지 않으며, 이런 김치를 먹어보면 향신료 냄새가 나 한족이나 젊은이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김장김치의 보관 방법을 보면, 연변이나 흑룡강성에서는 추운 날씨 때문에 김치를 움에 보관해 둔다. 늦가을 집 앞 채전에 2m 깊이의 네모난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큰 나무로 들보를 놓고 사이사이 짚이나 수숫대로 지붕을 인다. 거기에 흙을 덮고 작은 문을 내면 낮은 봉분 모양의 김치 움이 완성된다. 그 안에 김칫독을 가지런히 들여 놓고 김장김치를 보관한다. 김치 움의 한 모퉁이에는 무, 감자, 배추, 파 등도 보관하는데, 무나 감자는 모래에 파묻어 둔다. 이런 김치 움은 해마다 파고 묻기를 반복한다. 여름이 되면 물이 차올라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3월이 지나면 기온 상승으로 김치가 물러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인들 사이에서는 영채 자체가 배속의 기름도 제거해주고, 상처가 나서 염증이 생기면 영채를 쪼아서 붙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씨앗 자체가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전해지기도 한다. 영채의 효능에 대한 부분은 널리 알려져 중국 전역에서도 비싸고 귀한 김치로 알려져 있지만, 그 수확량이 적어 사계절 먹기 힘든 음식 중 하나이다. 이는 영채 자체가 중국에서도 북쪽 지방 그리고 제한된 기간에만 재배되기 때문이다.

2021년 우리 정부에서는「공공 용어의 외국어 변역 및 표기 지침」을 제정하여 김치와 발음이 유사하면서 중국어에서 적당한 매운맛을 나타내는 ‘辛’(신)을 사용해 중국어 표기를 '辛奇(신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판매되는 김치에 공식적으로 泡菜(파오차이)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참고문헌
  • 『중국 길림성 한인 동포의 생활문화』(국립 민속 박물관, 1996)
  • 『중국 흑룡강성 한인 동포의 생활문화』(국립 민속 박물관, 1998)
  • 박영선·정영숙, 「중국 연변 조선족의 고향별 한국 전통 명절 음식과 일상 음식의 선호도와 섭취 빈도」(『동아시아 식생활 학회지』 17-2, 동아시아 식생활 학회, 2007)
  • 천수산, 『중국 조선족 풍속』(북경 민족 출판사, 2008)
  • 『중국, 경상도 마을을 가다』(한국 경상북도·(사)인문 사회 연구소, 2011)
  • 최민호, 「고집과 포용: 중국 조선족 음식문화의 변천과 특징」(『한국학 연구』31, 2013)
  •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문화체육관광부, 2021)
  • 최민호, 「연변조선족 김치문화의 특징과 변천」(『김치, 한국인의 흥과 한』, 세계김치연구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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