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 | 鷄卵有骨 |
|---|---|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 지역 |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
| 시대 | 현대/현대 |
| 성격 | 현대소설(단편소설) |
|---|---|
| 작가 | 최정연 |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920년 1월 8일(음력) |
| 편찬|간행 시기/일시 | 2000년 |
2000년 한인[조선족] 작가 최정연의 『울고 웃는 인생길』에 수록된 단편 소설.
자신의 소설 아이디어를 도난당한 ‘박복’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대단히 짧은 소설이지만, 소설가가 아이디어를 절취당하고 실의에 빠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회적 관계망이 좁은 사회일수록 자신의 창작 모티프를 남에게 빼앗기는 경우가 흔한데, 이 작품은 그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의 이름을 ‘박복(朴福)’으로 설정하고 ‘박복(薄福)하다’는 의미를 연결하고 있다.
이 작품의 서두에는 다음과 같은 설정이 담겨 있다. “이 글[작품 「계란유골」]은 1987년 5월 어느 날 나의 일기의 절록이다.” 이러한 설정은 작가가 소설의 문면에 등장하여 실제 이야기처럼 이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그리고 억울한 일을 당한 박복의 이야기를 마치 실제의 사실인 것처럼 풀어놓는다. 이러한 설정이 사실에 의거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소설적인 장치를 통해 작품의 신빙성을 높이고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려 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소설 기법으로 판단된다.
소설의 현재에서 박복은 아들의 결혼식 자금이 없어 결혼식을 주선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임신한 며느리에게 면목 없어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던 중 자신이 구상해 오던 소설 「앵두장수」를 탈고하면 다소간의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며칠 밤을 세워가며 소설을 집필하였고, 결국에는 5만자에 가까운 중편소설을 탈고했다.
소설을 완성한 박복은 잡지사에 가지고 가서 편집자에게 게재를 의뢰했다. 편집자는 처음에는 흥미롭게 작품을 보는 듯하더니, 점차 건성건성 작품을 읽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박복은 차츰 초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윽고 「앵두장수」의 독서를 마친 편집자는 심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주일 전에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단편소설이 투고되었고, 이에 흥미를 느낀 잡지사는 그 작품을 게재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이다.
박복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미 도난당했고, 다른 이에 의해 새로운 소설로 탈바꿈되었다는 사실을 되돌릴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박복을 한탄하면서, 자신을 배신한 자에 대해 큰 실망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고, 자신만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는 사실에 소설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예감만 안게 된다.
작품의 제목은 ‘계란유골’이다. 이 말은 조선의 재상 황희가 겪은 일에서 유래한다. 평소 황희가 청렴하여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안 임금은 하루 동안 남대문을 거치는 상품을 모두 황희에게 주라는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그날따라 비가 내려 어떠한 물건도 남대문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그나마 저녁 무렵 간신히 남대문을 통과한 계란마저도 먹을 수 없는 곯은 것이었다.
계란이 ‘곯았다’는 음이 ‘골(骨)’과 비슷하여 ‘계란유골’이라는 말이 생겼다. 운이 나쁜 사람은 좋은 기회를 좀처럼 만나기 어렵고, 설령 좋은 기회를 잡는다고 해도 곧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 작품에서 박복은 본래 박복(薄福)한 인물이었다. 그나마 소설을 통해 돈을 마련하려 했지만, 그마저 누군가에게 빼앗기고 자신 역시 표절을 범한 작가로 전락하는 불운을 겪게 된다. 이 과정을 작가 최정연은 ‘계란유골’이라는 사자성어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계란유골」은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인간 세상에 일어나는 아이디어 절취와 작품 표절의 문제를 촌철살인의 시각으로 포착한 소설이다. 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비윤리적 상황을 박복한 자의 하루에 기대어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희극적으로 느껴지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윤리적 무감각과 이기적인 세속의 풍광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제법 큰 무게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정연의 단편 소설이 지닌 향취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