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 | 분식 없는 生活記錄 |
|---|---|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 지역 |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
| 시대 | 현대/현대 |
| 성격 | 현대 소설 |
|---|---|
| 작가 | 김훈 |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955년 5월 18일 |
|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 1983년 |
| 편찬|간행 시기/일시 | 1986년 |
한인[조선족] 작가 김훈의 소설집 『청춘의 활무대』에 수록된 단편 소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김훈의 단편 소설로 1980년대 중국 한인[조선족]의 출산 풍경을 다루고 있다. ‘산실(産室)’ 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작가’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 경과를 보고하는 형식으로 전체 서사가 전개된다. 오해와 화해가 교차하는 세상 살이의 풍경이 그려져 있고, 다양한 인물 군상의 내면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작품의 서두에는 작가로 등장한 화자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느 한 작가는 창작담에서 자기는 다른 작가들이 보고도 그냥 지나칠 그런 생활의 구석에서 뭔가 찾아내어 작품을 만든다.”고 했다. ‘구석 문학’을 한다는 것이다. 나도 한 번 그런 ‘구석 문학’을 해보려는 충동에 떠밀려 병원 산실 앞을 찾았다. 아래에 내가 산실 앞에서 목격한 이들을 두서없이 적는다.” 이러한 진술은 「분식 없는 생활기록」의 프롤로그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이 프롤로그에서 작가의 모습은 서사의 진실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작가’의 기술은 김훈의 술회라기보다는 작가로 위장한 내포화자의 소설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는 내포화자를 작가로 내세워서 신빙성을 강조하고 자연스러움을 도모하려는 문학적 장치인 셈이다.
한편 이 소설은 ‘여덟시’, ‘여덟시 반’, ‘아홉시 반’, ‘열한시’ 등의 소제목을 붙이고 있다. 이러한 소제목은 시간의 경과를 지칭하여 소설적 상황이 변화하는 풍경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시간이 경과하며 인물 군상이 늘어나고 각종 사건이 발생하는 소설적 구성은 가독성을 가중시키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작가는 산실[산부인과 출산실] 앞에서 여러 명의 인물을 지켜본다. 가장 먼저 ‘맥주배’를 한 남자와 주름살투성이의 ‘노친’이 묘사된다. 그리고 ‘남색옷’을 입은 사람과 ‘캡[모자]을 눌러쓴 청년이 나타난다. 이후 ‘원피스’를 입은 여인, ‘안경쟁이’, ‘상고 머리’ 등이 가세하고, 각종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여덟시].
여덟시 반이 되면 상고 머리가 안경쟁이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돈을 안 가지고 온 것을 알게 된 안경쟁이는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뜬다. 상고 머리가 필요로 하는 돈 9전은 맥주배가 빌려주고, 이 돈으로 상고 머리는 아내의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산실 앞에서 여러 사람이 만나고 오해를 겪기도 한다.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기도 하고, 오랫동안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들이 화해를 이루기도 한다. 태어난 자식으로 인해 생의 활기를 찾는 사람도 있고, 결혼하지 않은 연인이 겪는 수모를 목격하고 결혼에 용기를 내는 사람도 생겨난다. 서로 흉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해 헌혈을 하기도 하고, 그러한 모습에 감동하여 원한을 잊고 타인을 용서하기도 한다. 산실 앞은 태어나는 아이들로 인해 온갖 감정과 사건이 얽히는 곳이 된다. 김훈은 이러한 사건이 얽히는 곳에 작가를 세워둠으로써 인정과 온정이 피어나는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하고자 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용광로처럼 녹아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한 점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을 ‘맥주배’, ‘안경쟁이’ 등과 같이 외면적 특징에 따라 지칭했는데, 그들의 특징이 간략하지만 효과적으로 그려진 점이 주목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세계는 철저하게 감추어지지만, 외면과 행동 묘사만으로도 그들의 심리를 추론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철저하게 적용한 소설이지만, 그로 인해 독자들의 능동적인 독서가 가능해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작가는 “생명이 탄생하는 곳에서 존재 가치를 잃었던 사람이 새 생명을 찾는 풍경”을 그리고자 했다. 작가는 이러한 창작 의도를 작중 인물의 대사를 통해 작품 안에 녹여내고자 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헌혈하는 사람, 생판 모르는 남을 보호하고 병원을 찾는 사람, 자식의 탄생을 통해 생의 의욕을 되찾는 사람, 태어난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올곧게 바꾸어야 한다고 회개하는 사람, 오래된 원한을 청산하고 남에 대한 비판을 거두는 사람 등이 이 작품에서 묘사된다. 이를 통해 ‘산실’은 생명의 탄생지일 뿐만 아니라, 영혼의 산실이자 갱생의 터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