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아 잘 있거라」

한자 豆滿江아 잘 있거라
분야 문화·교육/문화·예술
유형 작품/음악·공연 작품 및 영상물
지역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성격 영화
양식 만주웨스턴
작가 유한철(각본)|정진우(각색)
감독 임권택
출연자 김석훈|황해|문정숙|엄앵란|장동휘|허장강|박노식|이대엽
주요등장인물 영우(김석훈)|창환(황해)|경혜(엄앵란)|연화(문정숙)|민사장(허장강)|와키노(장동휘 분)
공연시간 99분
창작|발표 시기/일시 1962년 2월 7일
초연|시연장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4가 310번지
정의

1962년 한흥 영화사에서 만주로 독립운동을 떠나는 학생독립단의 탈주와 전투를 그린 영화.

개설

영화 「두만강아 잘 있거라」은 ‘만주 웨스턴’의 효시작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만주 웨스턴 장르는 당시로서는 접근할 수 없었던 만주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한국인들이 상상력을 통해 동시대의 영화적 공간으로 수용하면서 탄생했다. 한동안 만주 웨스턴 장르는 한국 영화의 특수한 장르로 제작·연출·감상되었다.

「두만강아 잘 있거라」는 임권택의 연출 데뷔작으로 만주 웨스턴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로 알려져 있다. 유한철 각본, 정진우 각색으로 제작되았고, 한흥 영화사가 제작사로 참여하였다. 기획은 최관두, 촬영은 최호진, 조명은 윤창화, 편집은 김희수, 음악은 박춘석, 미술은 원제래, 특수효과는 이문걸, 스틸은 정기성, 현상은 성림이 담당하였다. 김석훈, 황해, 문정숙, 엄앵란, 장동휘, 허장강, 박노식, 이대엽 등이 출연하였다.

구성

이 영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만주 웨스턴 장르의 시초라는 점이다. 학생 독립군은 탈출 과정에서 일본군과 교전을 하는데, 그 과정은 총과 말이라는 전통 마카로니웨스턴의 특징을 수용하고 있다. 정작 만주 벌판에서의 전투는 이 영화에서 실현되지 않지만, 총격전을 바탕으로 한 액션 활극은 한국적 웨스턴 장르의 문을 여는 역할을 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두 개의 플롯으로 갈라지는 서사구조이다. 학생 독립단을 이끄는 두 명의 영웅이 남과 북, 동과 서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조는 흥미진진하다. 영우와 창환은 두 개의 플롯을 이끄는 인물이며, 경애와 연화는 각각의 영웅을 보좌하는 연인의 역할을 맡는다.

두 개의 플롯은 결말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그 합류 지점에서 벌어지는 두만강 전투는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전투 장면으로 평가될 수 있다.

내용

영화의 첫 장면은 일본군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영우’[김석훈 분]의 모습이다. 영우와 그의 동지들은 서대문 형무소를 파괴하여 독립투사들을 구출한 직후 피신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집에서 어머니께 하직 인사를 드리고 동지들과 함께 두만강을 넘어 만주로 향하고자 한다. 영우와 동지들은 이성호[이성우 분] 선생님의 지도하에 학생독립단을 만들어 일제에 대항하고 있었는데, 변절자의 신고로 이성호 선생님이 체포되고 만다. 뿐만 아니라 영우의 어머니[황정순 분] 역시 헌병대에 끌려가서 결국에는 고문 끝에 사망하고 만다. 하지만 학생 독립단은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만주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이성호의 체포에는 영우의 애인 경애[엄앵란 분]의 사진이 계기가 되었다. 경애의 외삼촌 ‘민사장’[허장강 분]은 경애에게서 영우와 이성호가 함께 찍은 사진을 훔쳐 헌병대장 와키노[장동휘 분]에게 밀고하고, 이를 경고하러 갔던 경애의 모습이 학생 독립단에게 포착되면서, 경애가 변절한 것으로 영우에게 알려진다. 영우에 배신감에 절망하고, 경애는 영우를 찾기 위해서 길을 떠난다. 하지만 경애의 행적은 민사장에게 노출되고, 도리어 영우 일행을 위태롭게 만든다.

학생독립단은 두 부대로 나뉘어 조선의 북쪽으로 이동한다. 한 부대는 영우가 이끄는 부대로 구월산을 지나 두만강으로 향하고, 다른 한 부대는 창환이 이끄는 부대로 고성(건봉사)를 지나 두만강으로 향하기로 한다. 영화의 중심 서사는 두 부대를 탈출 과정과 이 탈출을 저지하는 헌병대장 와키노의 대결에 모아진다. 학생 독립단은 조선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와키노는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학생 독립단 일행을 집요하게 추격한다. 와키노의 추격에는 조선이 밀정과 변절자들의 도움 하에 진행된다.

한편 영우를 따라간 경애는 우여곡절 끝에 영우를 만나게 되고, 영우는 오해를 풀고 경애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창환 일행은 변절자의 밀고에 걸려 몰살당하고, 창환만 간신히 살아 밀고자를 처벌하고 와키노가 있는 거리로 잠입한다. 그곳에서 창환은 연화의 도움을 받아 적의 추격을 따돌리고, 필요한 정보를 얻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영우와 창화는 두 개로 갈라진 플롯을 이끄는 주동인물이다. 영우는 경애-민사장과의 갈등을 정리하며 만주로 향하는 부대를 이끌고, 창화는 애인이었던 연화의 정보를 받으며 일본군의 군사 기지를 공격하는 사명을 완수한다.

두 개로 갈라졌던 부대는 두만강 도하를 위해 합류하고, 연화의 내통을 감지한 헌병대는 연화의 행방을 추적하여 독립단 일행을 공격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는 두 개의 인상적인 전투가 배치된다. 하나는 눈덮인 설산에서 스키를 타며 총격전을 벌이는 전투이고, 다른 하나는 두만강가에서 일격필살의 의지로 전면전을 벌이는 전투이다. 두 전투를 치루면서 영우와 연화는 죽고, 창화와 경애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두 사람은 먼저 간 동지들의 넋을 기리며, 만주에서 조국 해방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

의의와 평가

정성일은 「두만강아 잘 있거라」가 임권택의 첫 영화이자 첫 전쟁 영화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임권택은 정창화로부터 영화 감독의 역량을 물려받았지만, 정작 정창화는 전쟁 영화를 감독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임권택은 자신의 데뷔작을 낯선 장르에서 시작한 셈이다. 정성일은 더욱 조심스럽게 이 영화가 ‘액션 활극’에 가까운 영화이며, ‘말과 총격전에 가까운 웨스턴 형식’을 이어받고 있다고 상술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두만강아 잘 있거라」가 ‘독립군 웨스턴’ 형식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한편 박유희는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년)는 서대문 형무소를 파괴하고 두만강을 건너 만주로 탈출하려는 청년들[김석훈 분, 이대엽 분, 황해 분 등]과 그들을 쫓는 일본군 앞잡이(허장강 분)]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일본 헌병 대장[장동휘 분]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는 만주를 배경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만주로 가기 위한 싸움을 보여줌으로써 ‘만주’라는 공간이 당시에 지녔던 의미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만주’는 ‘독립운동이 가능한 공간’이자 ‘도망자들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인물들에 의해 지향”되는 공간을 그린 영화라고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시욱은 임권택의 데뷔작인 「두만강아 잘 있거라」가 임권택의 데뷔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수 10만 명을 동원하여 흥행에 성공한 영화였다고 평가하고, ‘대설원을 무대로 벌리는 일대 총격전’, ‘‘몹신’과 ‘스릴’ 있는 컷팅’은 ‘액션물’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신인으로서는 성공이라는 긍정적인 찬사를 인정하고 했다.

이시욱은 「두만강아 잘 있거라」에서 “클라이맥스의 전투 장면만 놓고 보면 전쟁 영화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전제하고, “휴전선 혹은 그 부근의 격전지를 무대로 전투가 벌어지는-그리고 그를 통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명료히 한-전쟁영화와 달리, 이 경우에는 전투 지역이 두만강”이라고 정리한다. 학생 독립 단원들이 산을 통해 은밀히 ‘북쪽으로’ 향한다는 설정은 “‘빨치산’의 모습과 겹쳐”진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국경 바깥에서 본대가 나타나 추격해온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는 것 역시 한국 전쟁 당시 중국군의 개입을 상기하게 한다. 이처럼 만주활극은 그 설정만으로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설정은 「두만강아 잘 있거라」에서 학생들이 서대문 형무소를 파괴하고 독립운동가를 석방하는 이미지는 당대 4·19 의거를 이끈 학생들의 이미지와 겹친다고 평가하며, 이 작품에서 만주는 투쟁가들의 안식처이자 이산 가족들의 재회 장소 그리고 일본군을 섬멸하는 설욕의 공간이라고 가치 부여하고 있다.

이영제는 「두만강아 잘 있거라」가 만주 웨스턴의 전사(前史) 같은 영화라고 전제하면서,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를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조선 내부에서 벌어지는 ‘무력 투쟁’을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만주 웨스턴이 만주를 무력 투쟁의 장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 영화만은 만주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무력 충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상징적인 시작을 보인다고 할 것이다.

참고문헌
  • 박유희, 「만주 웨스턴 연구」(『대중 서사 연구』20, 대중 서사 학회, 2008)
  • 한석정, 「만주 웨스턴과 내셔널리즘의 공간」(『사회와 역사』84, 한국 사회사 학회, 2009)
  • 이상우, 「식민지 극장의 전시된 만주 표상들-1940년대 초반의 만주 활극과 정체성의 퍼포먼스」(『민족 문 화연구』51, 고려 대학교 민족 문화 연구원, 2009)
  • 이영재, 「신화의 창출, 무법의 창출-한국 영화의 만주 표상」(『사이』8권, 국제 한국 문학 문화 학회, 2010)
  • 이시욱, 「1960년대 만주 활극 연구: 액션 영화의 활극성 문제를 중심으로」(『한국 예술 연구』창간호, 한국 예술 종합 학교 한국 예술 연구소, 2010)
  • 한국 영화 데이터 베이스 (http://www.kmdb.or.kr)
  • 정성일, 「'임권택x101; 정성일, 임권택을 새로 쓰다」(http://www.kmd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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