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감의 자손들」

한자 고令監의 子孫들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성격 장막극
작가 한원국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36년 4월 10일(음력)
저자 몰년 시기/일시 2008년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2007년
편찬|간행 시기/일시 2007년
관련 사항 시기/일시 1959년
정의

한인[조선족] 극작가 한원국이 2007년에 발표한 장막극.

개설

「고영감의 자손들」은 극작가 한원국이 창작하여 발표한 장막극으로, 한원국 희곡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작이다. 이 작품은 중국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수난 4대의 이야기를 ‘살구나무’라는 전통적인 소재[연극적 오브제]를 중심으로 엮어내고 있다. 자식 칠성이를 전쟁에서 잃고 손자 팔성이와 증손자 구성이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고영감에게 여전히 시련은 끊나지 않고 있다. 팔성이는 노름과 사기죄로 경찰[공안]에 구속되고, 구성이는 자신의 뜻과 다른 길을 걷고자 한다.

구성

한국 문학의 전통적인 형식 중 하나인 ‘수난 3대’의 구성과 유사한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염상섭의 「삼대」나 채만식의 「태평천하」에 나타나는 조/부/손의 가족 계층 구조가 이 작품에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고영감’/‘전쟁에서 전사한 아들 칠성이’/‘문제아로 성장한 팔성이’/‘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구성이’의 ‘4대’(실질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로 따지면 3대)는 전쟁과 가난 그리고 개방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 중국 사회와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한인[조선족]들의 삶의 풍경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극적 장치를 이루고 있다.

내용

고영감의 가정에는 4대가 북적거리고 있다. 비록 고영감의 아들 칠성이는 전쟁에서 전사하면서 일찍 세상을 떴지만, 그의 아들 팔성이는 성장하여 다시 아들(고영감의 증손자) 구성이를 낳았다. 극중 현재에서 팔성이는 아내와 함께 시내로 분가한 상태이며, 구성이는 군대에 복무 중이다.

막이 열리면 마당에 있는 칠성나무를 향해 치성을 드리는 고태호(고영감)의 모습이 나타난다. 고영감은 칠성이의 탄생과 가족의 번성이 모두 칠성나무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나무를 신주단지 모시듯 경건하게 대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면 멀쩡한 것처럼 보이는 고씨 집안에는 적지 않은 분란이 도사리고 있다. 일단 분가하여 나간 팔성이는 망나니짓으로 집안을 위태롭게 만든다. 노름에 빠져 재산을 탕진할 뿐만 아니라, 어머니(고영감의 며느리) 효순이 모아 놓은 돈을 훔쳐 달아나고 만다. 그 돈은 칠성이가 전사한 대가로 받은 ‘열사금’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효순에 대한 이웃집 외팔이 촌장 황룡수의 구애도 고영감에게는 신경 쓰이는 일이다. 아들 칠성의 친구였고 함께 전쟁터에 나갔다. 황룡수는 팔을 하나 잃었지만, 살아서 귀향했고, 이후 촌장이 되어 고영감의 마을을 넉넉하게 이끈다. 하지만 고영감은 자신의 며느리에게 구애를 하는 황룡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차에, 마을 급수 개선을 위한 상수도 공사를 위해 살구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소식에 질겁하고 만다.

모범적으로 성장한 구성은 아버지로 인한 어머니(윤경숙)의 처지를 이해하고, 아버지 대신 자신의 몫을 다하려는 선량한 청년이다. 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를 모시고,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를 가진 ‘가족의 희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성이가 좋아하는 쌍가매는 황룡수의 딸로, 고영감에게는 기피하고 싶은 인물(가문)이다. 이로 인해 고영감과 구성이 사이에도 갈등이 생겨난다.

이 작품의 마지막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가족들의 처신에 실망한 고영감이 살구나무를 베는 장면이다. 살구나무를 베는 고영감의 모습은 지난 시대에 대한 회한을 간직한 전 시대의 모습을 대표하며,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완고한 고집을 상징하기도 한다.

특징

「고영감의 자손들」은 가족사를 통해 전쟁의 역사와 열사 추모 정신 등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중국의 현대사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침을 거듭하는 가족의 구도를 통해 새로운 시대와 지난 시대의 갈등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아들 세대를 대표하는 칠성과 증손자 세대를 대표하는 구성은 군인으로 설정되어 있어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받고 있고, 손자 세대인 팔성과 할아버지 세대인 고영감은 시대의 올바른 가치를 망각하고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문제적인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조/부/손/증손의 교차 구조는 한국 문학사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가족사 구도라 할 것인데, 희곡 작품으로는 특징적으로 한원국에 의해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고 하겠다.

의의와 평가

한원국의 작품 중에서도 사회상이 밀도 있게 반영된 작품이며, 한국 문학사의 전통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작품이다. 고영감이 애지중지하는 살구나무는 이 집안의 운명을 좌우하는 바로미터에 해당하는데, 칠성이의 전사와 팔성이의 구속에 고영감은 살구나무를 처분하기로 결정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살구나무를 향해 도끼질을 시작하는 고영감의 모습은 새로운 시대를 인정해야 하는 지난 세대의 울분을 표현하면서도,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간난신고에 괴로워하는 문제적 자아(고영감)의 내면적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땅에서 한인[조선족]이 겪어야 하는 간난신고(艱難辛苦)를 압축해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받을 수 있겠다.

참고문헌
  • 김남석, 「조선족 극작가 한원국의 초기 희곡 연구」(『한국 극예술 연구』30, 한국 극예술 학회, 2009)
  • 김남석, 「한원국 희곡의 변모 양상과 연변 조선족 사회의 변화상 연구」(『인문 과학 연구』25, 강원 대학교 인문 과학 연구소,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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