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 | 錢=X |
|---|---|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 지역 |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
| 시대 | 현대/현대 |
| 성격 | 장막극 |
|---|---|
| 작가 | 한원국 |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936년 4월 10일(음력) |
| 저자 몰년 시기/일시 | 2008년 |
|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 1996년 |
| 편찬|간행 시기/일시 | 2007년 |
| 관련 사항 시기/일시 | 1959년 |
| 관련 사항 시기/일시 | 1959년 |
| 관련 사항 시기/일시 | 1959년 |
1996년 한인[조선족] 극작가 한원국이 발표한 장막극.
「돈=X」는 극작가 한원국이 창작하여 발표한 장막극으로, 한원국 최고의 문제작 가운데 하나이다. 이 작품은 ‘코리안 드림’을 둘러싼 연변 사회의 해체와 정체성 혼란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국교가 정상화된 시점은 1992년이다. 국교 정상화는 중국 사회의 개혁개방 정책과 맞물리면서, 연변조선족자치주 한인[조선족]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야기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 진출하여 큰돈을 벌겠다는 의식 변화는 한국에 대한 열망과 동경을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코리안 드림으로 인해 적지 않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한국으로의 이주를 소개하는 브로커들의 농간으로 금전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겨나기도 했고, 이주를 위해 이혼을 단행하고 한국에서 위장 결혼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가정이 해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모들이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이주하고 아이들이 연변조선족자치주 지역 사회에 방치되면서 청소년 범죄와 일탈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기에 이르렀고, 궁극적으로 한인[조선족]의 대규모 이동을 종용하여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한인[조선족] 사회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돈=X」는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자식들과 이웃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한국행을 고집하는 어머니 ‘미옥’에게서 비롯된다. 미옥이 떠나면서 그녀의 자녀들은 경제적·사회적으로 고초를 겪게 되고, 이것은 육체적·신체적 상처로 남게 된다. 미옥이 욕심을 버리고 연변조선족자치주에 머물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원국은 1984년 「9번 새각시」를 필두로 하여 「그 총각과 택시 아가씨」(1987), 「처녀들 영원히」(1988), 「무도장 사랑가」(1989), 「해란강변 세 자매」(1991), 「돈=X」(1996) 등의 장막극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들을 아우르는 몇 가지 공통점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작품의 중심 소재이자 작가의 기본적 관심이 남녀 간의 연애와 사랑의 문제에 귀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씨암탉」에서 예고된 작가의식의 변화가 현격하게 발현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애’에 대한 관심과 창작 상의 반영은 시기별로 차이를 보인다. 한원국의 1976년 이전 작품 세계에서는 남녀 간의 연애가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의 후기 희곡 가운데에서 비교적 앞 시기에 속하는 1984~1988년에 발표된 작품에서는 사랑을 해프닝으로 다루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무도장 사랑가」(1989)나 「돈=X」(1996)에 접어들면서, 이전 작품에서 해프닝으로 다루어지던 연애 감정이 획기적으로 변모한다. 두 작품은 남녀 간의 애정이 성사되지 않고 파국을 맞는 결말을 취하고 있다. 「무도장 사랑가」의 애복과 불뚝 커플, 「돈=X」의 김화와 경호 커플은 밝은 장래를 기약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애복과 불뚝은 결혼한 부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에 대한 감정이 변하며 이혼하게 되고, 김화와 경호는 상대에게 애정과 관심을 지니고 있었지만 김화의 가정이 파탄나면서 정상적인 연애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특히 「돈=X」는 사랑을 해프닝으로 다루는 경향에서 벗어나 사회에 대한 문제적 시각을 포함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돈=X」에서 미옥은 자식들과 이웃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한국행을 고집한다. 이것은 자식들의 교육과 경제적 부를 획득하기 위한 바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홀로 남게 되는 두 자식의 고통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미옥의 출국을 위해서 위장 이혼했다는 남편(아이들의 의붓아버지)은 곧 집안에 정부(윤미)를 끌어들이고, 이것으로 모자라서 딸인 김화를 성폭행한다. 김화는 의붓아버지에게 강간당한 후 자살하려고 하지만, 때마침 교통사고를 당한 동생 준길을 돌보게 되면서 자살을 포기하고 만다.
김화는 준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여기저기에서 돈을 융통하려고 하지만, 의붓아버지가 집안 물건을 차용하고 거액의 돈을 빌려 도망간 후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몸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김화는 ‘향화’라는 이름으로 술집에서 일하게 되고, 그녀의 육체를 탐하는 남자들에게 시달리는 곤궁한 처지가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 준길은 갈수록 병이 악화되고, 병원비는 갈수록 더 많이 필요하게 되면서 김화는 깊은 절망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병원비 마련을 위해 어두운 향락의 세계로 더 깊이 발을 들여놓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작품의 결말은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떠났던 어머니 미옥이 돌아와서 자신이 없는 사이에 붕괴되어 버린 가정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미옥은 그때서야 돈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이미 붕괴되어 버린 가정을 되살릴 가능성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돈=X」에는 젊은 남녀 김화와 경호가 등장한다. 김화와 경호는 모범 학생으로 학업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우등생이었다. 이들은 특히 수학을 잘해서 성(省)에서 개최하는 수학콩쿠르에 나가 입선한 후에 전국수학콩쿠르에 나가기로 약속했고, 이를 지키고자 열심히 공부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김화의 가정 형편이 악화되면서 김화는 공부를 포기해야 했고, 그녀는 밤의 술집과 어두운 세계를 전전하며 돈을 벌어야 할 입장에 처하게 된다. 특히 김화가 돈을 버는 방법이 이른바 매춘(처음에는 인신매매)이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 작품은 한편으로는 성적 타락이 만연한 연변조선족자치주 사회의 모습을 고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순수한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이 파괴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그려내고자 했다.
「돈=X」에서 발견되는 작가의 애정관은, 3명의 여자를 놓고 어떤 여자를 신부감으로 고를 것인가로 해프닝을 겪는 작품[「처녀들 영원히」] 들에 비해, 훨씬 냉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냉정함은 「무도장 사랑가」에서도 관찰된다. 이 작품에서도 다양한 커플들이 서로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하지만 모든 커플들이 행복한 미래를 보장 받는 것은 아니며, 그 중에는 불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애복의 결정도 보인다.
작품 속에서 달라진 애정관에 주목하면, 한원국의 애정관 내지는 연애관이 변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에 근접하면서, 그는 작품 속에서 행복하고 낙관적인 결말을 거부하기 시작했으며 한층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중반 희극적인 톤으로 일관하던 남녀 간의 사랑의 풍속도는 1990년대에 접근하면서 침울하고 절망적인 색채를 담지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 김화는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빚을 갚기 위해 술집에 팔려갔다가 남자들의 성 노리개로 전락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의 인생행로는 고전 소설 「심청전」이나 채만식의 「탁류」에 나타나는 여성의 수난을 연상시킨다. 한원국은 김화라는 순결했던 여성이 자아와 육체를 훼손당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연변조선족자치주 한인[조선족] 사회가 앓고 있는 병폐와 코리안 드림의 허상을 고발하고자 했다. 이것은 돈이라는 물질적 가치에 현혹당하고, 유흥업소와 소비 풍조가 만연하며, 가정의 붕괴를 방관하는 사회 풍조에 일침을 가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한원국은 문화대혁명 이후 문학적 이념을 재창조하는 데에는 거의 집중하지 않다가, 대신 1980년대 접어들면서 남녀 간의 애정문제를 기조로 하는 희극적 성향의 희곡을 집중적으로 창작한 바 있다. 1984년 「9번 새각시」를 필두로 하여, 「그 총각과 택시 아가씨」(1987년), 「처녀들 영원히」(1988년) 등은 이러한 작품군에 속한다. 이 세 작품에 나타나는 사랑의 풍속도는 해프닝과 희극적 톤에 의거하고 있다. 특히 「처녀들 영원히」 같은 작품은 남녀 간의 애정 찾기 과정을 확대한 전형적인 대중극이다.
대중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 작품들은 큰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중국 사회가 대대적으로 개방되고 외국 문물과의 접촉이 확대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고 사회 모순을 파악하게 된 이들에게는 이러한 웃음만이 삶의 위안과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원국은 이 시기를 거치면서 확장된 문제제기를 담보할 수 있는 소재를 취사선택하고자 했고, 이러한 의도에 따라 그가 주요한 작품 소재이자 비중 있는 작가적 관심사로 다루고 있었던 남녀 간 애정 풍속도의 층위와 방향을 변형시킨 것이다.
긍정 일변도의 애정 행각(1984~1988년)을 다루던 작품 성향이 사회적 압력[개방화와 사회 구조의 변화]을 거치면서, 절망과 비판의 애정 풍속도[1990년대 무렵]로 변모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원국의 문제작 「돈=X」는 연변조선족자치주 한인[조선족] 사회를 비판적으로 묘사하고 사회 내부에 산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않는 연애의 풍경을 그려내었다. 이 작품에서 남녀 간의 사랑은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과 모순을 드러내는 매개 요소로 작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