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吉林省)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 혼춘시(琿春市) 반석향(磐石鄕)에서 ‘신선봉’과 관련해서 전해지는 설화.

「신선봉」은 ‘신선봉’의 지명 유래를 설명하는 지명 전설(地名傳說)이다. 남편의 외도와 구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식을 기르던 복녀에게 홀연히 백발노인이 나타나 인삼과 금덩이를 주며 남편은 잊고 자식들과 잘 살라고 한다. 이때부터 산봉우리에 백발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 산봉우리를 ‘신선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1989년 10월 한정춘이 혼춘시 반석향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조선족] 김혁신에게서 채록했다. 채록자 한정춘은 1953년 길림성 혼춘시에서 출생한 문학가로 『연변 일보』 향토 문학상과 연변인민출판사 이영식 아동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 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선봉」 설화는 2010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혼춘하 유역 전설집』에 수록되어 있다.

혼춘벌 남쪽에는 높이 치솟아 있는 ‘신선봉’이 있다. 먼 옛날, 이 산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에는 ‘복녀’라는 여인이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잇고 있었다. 복녀의 남편은 늘 외간 여자와 난봉을 부리며 복녀를 구박했다.

그러던 어느 해, 몇 해째 집을 나갔던 남편이 남루한 차림에 병까지 얻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복녀는 남편의 병을 고치려고 깊은 산 속으로 약초를 캐러 들어갔다. 무턱대고 산길을 걷던 복녀는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복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산으로 내려갈 길을 짐작해 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늪을 발견했다.

이때 어디선가 백발 할아버지가 나타나 복녀에게 이곳까지 오게 된 연유를 물었다. 복녀가 사정을 고하자, 백발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건네며, 지팡이가 안내하는 곳으로 가면 좋을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복녀는 백발 할아버지의 말을 따랐다. 그랬더니 한참을 가다가, 지팡이가 커다란 인삼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복녀는 인삼을 달여 남편에게 먹였다. 남편은 하루 만에 씻은 듯 나았다. 그리고는 복녀에게 어디서 이런 인삼을 구했느냐고 윽박질렀다. 복녀가 사실을 고하자, 남편은 그 늪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백발 할아버지를 만나, 아내의 병을 고치고자 하니 인삼을 달라 부탁했다. 백발 할아버지는 큰 학을 불러 남편을 물고 날아가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라고 했다.

이렇게 남편은 죽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복녀는 남편이 걱정되어 다시 백발 할아버지를 찾았다. 백발 할아버지는 복녀에게 자신이 이 산의 산신이라고 밝히며, 금덩이를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남편은 잊고, 자식들을 잘 기르라고 당부했다. 이때부터 산봉우리에 백발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 산봉우리를 ‘신선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신선봉」의 모티브는 ‘복녀의 선행과 백발노인의 도움’이다. 외도와 구박을 일삼은 남편이지만, 복녀는 남편이 병이 나자 병을 고치기 위해 깊은 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백발노인에게 인삼을 받아 남편의 병을 고친다. 남편은 이 사실을 알고 돈을 벌고자 백발노인에게 인삼을 요구하지만, 백발노인은 남편을 응징한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이야기 전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한국 구비 문학 대계』(한국학 중앙 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한정춘, 『혼춘하 유역 전설집』(연변 인민출판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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