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吉林省)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 혼춘시(琿春市) 춘화진(春化鎭)에서 ‘도룡봉’과 관련해서 전해지는 지명 설화.

「도룡봉」은 혼춘시 춘화진에 있는 도룡봉의 지명 유래를 설명하는 지명 전설(地名傳說)이다. 어느 늪에서 신이 된 도룡신이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장마, 가뭄 등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물론 전염병을 고칠 비방(秘方)을 알려준다.

1978년 한정춘이 혼춘시 마적달향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조선족] 박인숙에게서 채록했다. 채록자 한정춘은 1953년 길림성 혼춘시에서 출생한 문학가로 『연변 일보』 향토 문학상과 연변인민출판사 이영식 아동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 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룡봉」 지명 설화는 2010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혼춘하 유역 전설집』에 수록되어 있다.

혼춘하 상류에 있는 춘화진에서 동쪽으로 가면 북쪽 기슭에 높이 솟아있는 산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도룡봉’이라고 부른다. 수천 년 전, 혼춘하는 종종 물이 넘쳐 강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산으로 긴급히 피신하고 농작물을 잃는 등 고생이 많았다.

어느 날 누추하고 다리를 저는 늙은이가 마을 이장의 집을 찾았다. 늙은이는 이장에게 새벽에 큰물이 질 것이니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산속으로 피하라 이르고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장은 의아했지만 마을 사람들을 산속으로 피신시켰고, 그 밤에 정말로 큰 홍수가 나 강이 범람했다. 사람들은 크게 안도하며 이장을 칭송했고 이장은 늙은이의 예언이 맞음을 신기해했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난 어느 봄, 그 늙은이가 다시 이장을 방문하여 큰 가뭄이 들 것이니 우물을 파야 한다며 우물 팔 자리를 정해주고 또 자취를 감추었다. 이장은 보통 늙은이가 아님을 알고 황급히 뒤를 쫓았지만,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장은 마을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늙은이가 알려준 자리에 우물을 팠다. 정말 그 해 큰 가뭄이 들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우물 덕분에 가뭄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다.

그런데 가뭄으로 인해 주변 마을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도사님이 다시 나타나 이 어려움을 해결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물에 제사를 지냈다. 아흐레 동안의 제사를 지내고, 두 번째 아흐레 제사를 지내려 할 때쯤, 도사가 이장을 찾아왔다.

도사는 이장에게 자신은 사람도 아니고 더군다나 도사가 아니라고 했다. 다만 도룡신으로 여러 마을을 다니며 사람들을 구제하기에 바로 올 수 없었다고 했다. 이장은 전염병을 고칠 방법을 묻자, 도룡신은 산 중턱 샘물을 하루에 세 번씩 마시면 모든 병이 나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이후 마을 사람들을 정말 병마의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도룡신이 있다는 그 산을 ‘도룡도사봉’ 또는 ‘도룡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도룡봉」의 모티브는 ‘도룡신의 인간 구제’이다. 한 늪에서 수백 년을 산 도롱뇽이 도룡신으로 화하여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닥칠 재해를 미리 알려주는가 하면, 닥친 재해를 극복할 비방도 알려준다. 도룡신이 인간을 구제하는 이유가 제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두만강, 압록강, 혼춘하 등지에서 전승되고 있는 전설 중 강이나 늪에 서식하고 있는 어류나 양서류가 신이 되어 인간을 구제하는 유형이 전하고 있어 이들 유형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보인다.

• 『한국 구비 문학 대계』(한국학 중앙 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한정춘, 『혼춘하 유역 전설집』(연변인민출판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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