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 백산시 무송현에서 부녀망지와 관련하여 전해지는 지명 설화.

「부녀망지」는 송화호 북쪽 화수림자 근처 작은 늪의 이름 유래를 설명한 지명 설화이다. 절름발이 사내가 홀로 살다 연꽃이 피는 늪[池] 근처에서 여자아이를 주워 딸처럼 키웠는데, 그 이름을 ‘야초’라 불렀다. 이들 부녀는 가난했으나 다복했고, 아버지가 병으로 앓아눕자 야초는 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서 병을 낫게 하였다. 어느 해 흉년이 들어 가난에 허덕일 때 야초가 겨울철에 연꽃이 많이 피던 얼은 늪을 건너오다가 그만 빠져 죽고 말았다. 앉은뱅이가 된 아비도 자식이 죽었는데 살아서 무엇 하겠느냐면서 늪에 들어가 야초를 따라 죽었다. 그 후부터는 늪에 연꽃이 피지 않았다. 이후 사람들은 이 늪을 ‘연꽃 늪’이라 부르지 않고, ‘부녀망지(父女亡池)’라 부르게 되었다.

1987년 한정춘이 무송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조선족] 리영에게서 채록했다. 채록자 한정춘은 1953년 길림성 훈춘시에서 출생한 작가로 『연변 일보』 향토 문학상과 연변인민출판사 리영식 아동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부녀망지」 설화는 2010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송화강 유역 전설집』에 수록되어 있다.

송화호 북쪽 기슭 화수림자 근처 ‘부녀망지’라는 작은 늪이 있다. 옛날 어느 때인지 이 부근 작은 마을 동구 밖에 절름발이인 사내가 홀로 살았다. 그는 너무나 가난했지만, 언제나 가족이 생기기를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약초를 캐고 돌아오는 길에 연꽃이 피는 늪 곁에서 어린애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곳으로 가보니 벌거벗은 어린 아기가 울고 있었다.

아이는 계집애였는데 배가 고픈지 울고 있었다. 절름발이는 아이를 안고 애 엄마를 수소문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뜻하지 않게 아이를 얻은 사내는 동냥젖을 먹이며 키웠다. 마을 사람들은 절름발이의 딱한 사정을 보고 걱정을 했다. 주위 사람들은 홀아비가 애를 기르는 것이 고달픈 일이니 키우겠다는 사람한테 주라고 했지만, 절름발이는 한사코 그들의 말을 거절하며 계집애를 정성껏 키웠다. 절름발이는 아버지가 되었고, 딸애에게 ‘야초’라는 이름을 달아주었다. 이 근방엔 애가 태어난 곳을 잊지 않도록 이름을 지어주어야 잘 자란다는 풍습이 있다.

딸애에게는 어머니가 돈을 벌려고 멀리 나갔다고 말하며,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고 하였다. 절름발이는 쉴 틈 없이 일했고, 결국 몸이 더 나빠져 앉은뱅이나 다름없이 되었다. 야초가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으나 일이 힘들었다. 힘들어도 서로를 잘 챙겼고 이웃들에서 효녀와 효녀를 기른 아비로 칭찬이 잦았다.

그러나 야초의 아비는 병석에 누웠고, 야초는 깊은 산을 헤매며 약초 한 뿌리를 구해왔다. 약초를 달여 먹은 뒤 아버지는 병석에서 일어났으나, 가난을 벗어나지는 못했고, 더욱이 큰 흉년이 들어 이웃들도 야초네를 돕기가 어려웠다.

그 후 야초네에게 재앙이 들이닥쳤는데, 야초가 깊은 늪 속에 빠져 생사불명이 되고 말았다. 겨울이라 얼었다고 생각한 야초는 늪 가운데를 걸어오다 그만 빠지고 말았다. 겨울 늪 속에 빠진 야초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앉은뱅이가 된 아버지도 자식 없이 살아 뭐하냐며 늪 속으로 뛰어들었다.

연꽃이 만발하였던 연 늪은 야초네 부녀의 목숨을 빼앗은 뒤로 연꽃이 피지 않았다. 이후로는 이 늪을 ‘연꽃 늪’이라 부르지 않고 ‘부녀망지’로 부르게 되었다.

「부녀망지」의 모티프는 ‘어느 부녀(父女)의 죽음’이다. 이 작품에서 절름발이는 부모를 잃은 한 여아를 딸처럼 키운다. 딸아이는 장성하여 절름발이를 제 부모처럼 지극히 봉양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한겨울, 어느 늪에 빠져 목숨을 잃는다. 혈육의 정을 넘어, 제 자식이 아님에도 친자식처럼 애지중지 딸아이를 키운 절름발이의 사랑과 제 부모가 아님에도 친부모처럼 지극히 아비를 봉양한 딸아이의 효성, 이러한 전통적인 인간애의 관념을 계승하려는 목적에서 이 작품을 형성, 전승했다고 할 수 있다.

• 한정춘, 『송화강 유역 전설집』(연변인민출판사, 201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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