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 백산시 장백조선족자치현에서 한자샘물과 관련하여 전해지는 지명 설화.

「한자샘물」은 백두산 북쪽 아래 기슭 근처 샘물의 이름 유래를 설명한 지명 설화이다. ‘한자’라는 사내아이가 몹쓸 병을 얻어 이를 고치고자 산속을 헤매다 사슴에게 이끌려 병을 고치는 샘물을 만났다. 사슴은 산신 할아버지로 변해 이 샘물로 병을 고치라 하며 사라졌다. 병이 다 나은 한자는 병에 걸린 마을 사람들에게 샘물을 팔아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을 갖자마자 샘물의 약효는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욕심으로 이웃에게 면목이 없던 한자가 자살하려는데, 산신 할아버지가 나타나 너의 욕심으로 샘물의 약효가 사라진 것이라고 하며 꾸지람하였다.

그날 이후 한자는 욕심을 버리고 샘물을 길어다 마을 사람들에게 주었다. 샘이 있는 곳에다가 물을 잘 길 수 있게 터도 닦아 놓았다. 그러자 샘물의 약효가 다시 살아나 많은 사람이 병을 고치게 되었다. 한자는 한평생 이 샘물을 지키며 살았는데, 이로써 이 샘물은 ‘한자샘물’이란 이름으로 일컬어지게 되었다.

1984년 한정춘이 백산시 장백조선족자치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조선족] 리일남에게서 채록했다. 채록자 한정춘은 1953년 길림성 훈춘시에서 출생한 작가로 『연변 일보』 향토 문학상과 연변인민출판사 리영식 아동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자샘물」 설화는 2010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송화강 유역 전설집』에 수록되어 있다.

백두산 북쪽 아래 기슭에 옛날부터 몸을 감춘다 하여 ‘감추는 샘물’이라 불리며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었다. 어느 때부턴가 ‘한자’라 부르는 사내아이가 병든 몸을 움직이며 산속에서 무엇인가 찾아 헤매고 다녔다. 한자는 이런저런 풀을 뜯어 먹다가도 그 자리에서 한동안 꼼짝 못 하고 있어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한자가 혼자 병든 몸으로 산속으로 들어온 것은 아버지한테 옮은 몹쓸 병 때문이었다. 가려움증과 살이 썩어가는 고통을 느꼈으나, 돈도 없어 의원에게 치료도 받지 못했다. 이 병은 전염성이 있어 한자의 모든 가족은 죽고, 혼자 목숨만 겨우 보전하였다. 그래도 이웃들한테는 전염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한 한자는 깊은 산중으로 들어오려고 했으나, 이미 마을에서는 이 병이 전염되고 있었다.

한자는 병을 고치고자 독초인지 약초인지도 모를 풀들을 있는 대로 뜯어 먹었고, 샘물을 보면 마시고 목욕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멋진 뿔을 가진 사슴이 나타났다. 이 사슴은 산속으로 가다 말고 멈춰 서서 풀을 뜯고 있어, 한자는 사슴이 먹다 남은 풀을 먹어보았다. 사슴이 자신을 피하지 않자 신기해하며 한자는 사슴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한나절 후 사슴이 샘물가에 와 물을 마시고 있어서 자신도 샘물을 마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샘물에서는 쓴맛이 났다. 그래도 한자는 어차피 죽게 된 몸인지라 신경 쓰지 않고 마셨다. 샘물가에서 쉬는 도중에 잠시 잠이 들었다 깼는데, 백발의 노인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것이었다. 그 노인은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인데, 한자가 산속에 들어오자 멀리서부터 지켜보았다고 했다. 무서운 병에 든 것도 알았으나 그 정성이 지극하여 샘으로 데려왔다고 하였다. 그러고는 샘물을 며칠간 마시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말도 해주었다. 한자는 자신을 이끌고 온 사슴이 산신 할아버지였음을 알게 되었다.

한자는 며칠간 샘물을 마셔 병도 낳고 힘도 솟아 자신이 살던 동리로 돌아왔다. 한자는 병을 고치는 샘으로 돈을 벌 욕심이 생겨 환자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다. 하지만 한자에게 사간 샘물을 마셔도 병이 낫기는커녕 더 중해질 뿐이어서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자가 산속에 가서 샘물을 마셔보니 자신이 느꼈던 쓴맛이 없어졌음을 알았다. 샘물을 돈을 받고 팔려고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면목조차 없는지라 나무에 목을 메달아 죽으려 했다. 그때 산신 할아버지가 나타나 한자를 질책했다. 산신은 욕심에 샘물을 팔려고 했던 일도 알고 있다며 한자를 꾸짖었다.

산신은 욕심을 부리면 약효가 무효로 된다고 말하였다. 그 말은 들은 한자는 자신을 잘못을 반성하고 샘물을 길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가져다주었다. 또한 샘물을 마을 사람들이 길어가게 하려고 터도 닦아주었다. 그랬더니 샘물의 쓴맛과 약효가 다시 좋아져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게 되었다. 한자는 이 샘물을 누군가의 욕심으로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죽을 때까지 지켜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로 인해 이 샘물을 ‘한자샘물’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자샘물」의 모티프는 ‘샘물의 약효’이다. 곳곳에 ‘약샘’, ‘옻샘’이라고 하는 샘물이 있다. 샘물의 독특한 약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작품에서도 약효가 뛰어난 샘물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그런데 샘물의 약성을 백두산의 산신이 관장하고 있다. 백두산 산신은 욕심을 부리는 사람에게는 샘물을 허락하지 않는다. 허락한다고 해도 약이 아닌 독이 되었다. 즉 이 설화에서는 공동체 사회에서 샘물은 마을의 공동 우물로서 특정인이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백두산 산신이 관장하는 샘물인 만큼 약성이 뛰어나다는 사실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 한정춘, 『송화강 유역 전설집』(연변인민출판사, 201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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