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吉林省) 백산시(白山市) 무송현(撫松縣)에서 무적소(無敵沼)와 관련하여 전해지는 지명 설화.

「무적소」는 투도하 상류 위쪽에 늪의 이름에 대한 유래를 설명한 지명 설화이다. 과거 이곳에 마을이 들어서기 전에 무적 장사(無敵壯士)가 살았고, 벌판에는 깊은 늪이 있었다. 이 늪에는 수백 년 묵은 자라가 사람들을 괴롭히며 살고 있었다.

무적 장사는 바위를 불로 달궈 늪에 밀어 넣어 늪의 물을 줄여 결국 자라를 쫓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힘을 쓴 무적 장사는 그만 죽고 말았다. 이에 무적 장사를 기리기 위해 늪의 이름을 ‘무적소’라 지었다.

1986년 한정춘이 무송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조선족] 최일명에게서 채록했다. 채록자 한정춘은 1953년 길림성 훈춘시에서 출생한 문학가로 『연변 일보』 향토 문학상과 연변인민출판사 이영식 아동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 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적소」 지명 설화는 2010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송화강 유역 전설집』에 수록되어 있다.

투도하 상류에 ‘무적소’란 늪이 있는데 무적소와 관련하여 두 장사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고장에 마을이 들어서기 전 ‘무적(無敵)’이라는 힘센 장사가 큰 장원을 세우고 가축을 기르며 살았다. 이 벌판에 깊숙한 늪이 있는데, 늪 속에는 수백 년 묵은 자라가 살면서 고장 사람들을 괴롭혔는데, 날씨를 나쁘게 하거나, 흙과 모래를 날리는 등의 재난을 수시로 입히곤 했다. 이에 무적이 자라에게 늪 속에서 힘을 겨루자고 하자, 자라는 자신의 힘에 자신감에 차 있었기에 건장한 젊은이로 변해 땅 위로 나와 무적과 싸우게 되었다.

이들의 싸움은 힘과 재간이 비슷하여 끝날 줄 몰랐다. 먼저 기진맥진한 자라가 늪 속으로 몸을 감췄다. 무적은 내일 다시 찾아와 싸울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다음날도 자라와 무적은 먼지와 모래가 날릴 정도의 굉장한 싸움을 하였다. 교활한 자라는 힘이 빠지면 늪 속으로 몸을 감추다 보니 무적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무적은 늪 근처에 자리를 잡고 매일 바위를 날라 늪 옆에 쌓기 시작했고, 어느덧 바위는 산더미를 이루었다. 자라는 돌을 나르는 무적을 보며 비웃었다. 사람들도 무적이 왜 매일 바윗돌을 쌓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바윗돌을 다 옮긴 무적은 돌 밑에 불을 피우고, 달궈진 돌을 늪 속으로 마구 밀어 넣었다. 그러자 늪의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차츰 줄어들고, 마침내 자라가 몸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자라는 할 수 없이 늪을 떠났는데, 시간이 지나 되돌아왔으나 늪의 물이 너무 줄어 살 수 없음을 알고 종적을 감추었다. 자라를 쫓아버리기 위해 잠시도 쉬지 못한 무적은 늪 옆에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고약한 자라를 쫓아버리고 숨진 무적을 기리기 위해 이 늪을 ‘무적소’라 지어 불렀다.

「무적소」의 모티브는 ‘자라의 횡포와 무적 장사의 응징’이다. 한민족의 전통적인 설화와 달리, 한인[조선족] 사회에서 전승되고 있는 설화에서는 더러 자라, 잉어, 미꾸라지, 게 등이 ‘물신’이라는 신물(神物)로 등장한다. 그런데 개별 설화마다, 이들이 인간을 수호하는 선신(善神)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인간을 침해하는 악신(惡神)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무적소」에서는 자라가 악신으로 등장하며, 악신인 자라를 무적이라는 장사가 응징하고 있다. 즉 이 설화는 선과 악의 뚜렷한 대립을 기저로 조선족 설화의 물신 모티브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 한정춘, 『송화강 유역 전설집』(연변인민출판사, 201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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