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吉林省)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 혼춘시(琿春市) 반석진(磐石鎭)에서 ‘장고봉(長鼓峰)’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설화.

「장고봉」은 두만강 하류에 소재한 장고봉의 유래를 설명하는 지명 전설(地名傳說)이다.

광대 마을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장고수 총각이 있었다.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간 사이, 어머니 혼자 있는 집에 도적이 들어와 장고를 훔쳐 달아났다. 마을로 돌아온 장고수와 마을 사람들은 도적들의 뒤를 쫓아 장고를 되찾았다. 이번에는 도적의 무리가 마을로 달려들었다. 장고수는 마을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장고를 치면서 산꼭대기로 유인하였다. 산꼭대기에 올라 장고를 치자 돌들이 날아와 도적들은 더 이상 쫓아오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장고수의 용감함을 칭찬하며 장고수가 오른 산을 ‘장고봉’이라 부른다.

1993년 6월, 한정춘[1953년 길림성 혼춘시 출생, 『연변 일보』 향토 문학상, 연변인민출판사 이영식 아동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 문학상 등 수상]이 혼춘시 반석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최귀환에게서 채록했다. 2010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두만강 유역 전설집』에 관련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광대 마을에 힘이 센 장씨 총각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총각은 광대들 속에서 장고수로 있었다. 어느 날, 장고수 총각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그 사이 어머니 혼자 남아 있는 집에 장사꾼으로 변장한 도적이 찾아왔다.

도적은 집안 기둥에 어머니를 묶어놓고 협박해서 대대로 내려오는 장고를 빼앗아 가려 하였다. 그 순간 앞집 처녀가 나타나 도적이 장고를 훔쳐 간다고 소리쳤다. 이에 놀란 도적은 장고를 가지고 빠르게 도망쳤다.

마을로 돌아온 장고수와 마을 사람들은 도적들을 뒤쫓았다. 배에 오르기 전에 장고수가 던진 작살이 한 사람의 어깨에 맞고서야 도적들은 장고를 두고 도망갔다. 그다음 장고수는 장고를 집이 아닌 숲에 숨겨 두었다.

한편 장고를 훔치지 못한 두 사람은 두목에게 가서 광대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도적의 무리는 광대 마을로 가기로 하였다. 도적 무리가 광대 마을로 달려들었다. 장고수는 마을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장고를 치면서 도적의 무리를 산 중턱으로 유인했다.

장고수가 장고를 치자, 바람이 세게 불어 모래가 날렸다. 다시 장고를 치니, 검은 구름이 몰려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도적들은 장고수를 향해 활을 쏘기 시작했다.

산꼭대기에 오른 장고수는 다시 장고를 쳤다. 그러자 산꼭대기에 있던 돌들이 날아왔다. 도적들은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고 달아났다. 마을 사람들은 장고수의 용감함을 칭찬하며, 장고수가 오른 산을 ‘장고봉(長鼓峰)’이라 불렀다.

「장고봉」의 주요 모티프는 ‘장고를 쳐 도적을 물리친 장고수’이다. 설화에서는 도적을 물리친 장고수의 용맹함을 그리고 있다. 또한 장고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파식적', '자명고' 등과 같이 소리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설화 유형들과 마찬가지로, 장고 소리로 마을 사람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신이함을 보인다.

• 『한국 민속 문학 사전』-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한정춘, 『두만강 유역 전설집』(연변인민출판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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