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에서 ‘범진령’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설화.

「범진령」은 두만강 중류 도문시 인근에 소재한 ‘범진령’의 유래를 설명하는 지명 전설(地名傳說)이며, 포수가 호랑이를 퇴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일종의 호랑이 퇴치담이다.

마을의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새끼 호랑이를 데리고 와 어미 호랑이가 울부짖어 마을 사람들이 잠을 잘 수 없었다. 김씨가 호랑이 새끼를 가져다 놓은 후에는 호랑이가 울부짖지 않았다.

마을에 ‘작다리’라 부르는 포수가 이사를 왔다. 포수는 사람을 물고 두만강을 건너는 호랑이를 총으로 쏴서 어린 처녀를 구해 주었다. 포수가 이사 온 후부터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는 일이 생기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가 진을 치고 있던 고개라 하여 ‘범진령’이라 부른다.

1987년 10월, 한정춘[1953년 길림성 훈춘시 출생, 연변 일보 향토 문학상 연변인민출판사 리영식 아동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 문학상 수상 등]이 도문시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이옥으로부터 채록했다. 2010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두만강 유역 전설집』에 관련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어느 날 김씨 성을 가진 남자가 물고기를 잡아 오는 길에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놀고 있어서 데리고 왔다. 그런데 그날 밤 호랑이 몇 마리가 나타나 울부짖어서 마을 사람들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그랬다.

김씨가 고양이를 안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을의 좌상이 찾아왔다. 그리고 고양이를 보았는데, 그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새끼였다. 좌상은 그 자리에다 갖다 놓으라고 했고, 김씨는 그 말을 듣고 호랑이 새끼를 가져다 놓았다.

그 이후부터는 호랑이가 찾아와 울부짖지 않았다. 그 후 몇 해가 지나 두만강 건너에서 ‘작다리’라 부르는 포수가 이사를 왔다. 사냥을 나선 포수는 사람을 물고 두만강을 건너오는 호랑이를 보았다.

총으로 호랑이를 쏘고 나서, 호랑이가 물고 온 사람을 보니 나이 어린 처녀였다. 포수 부부의 보살핌으로 처녀는 몸을 회복하였고 강 건너에 있는 처녀의 집에 데려다 주었다. 그러자 처녀 부모는 처녀를 양딸로 삼으라고 하였고, 두 집안이 서로 왕래하며 살았다.

‘작다리’ 포수가 이사 온 후부터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는 일이 생기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범이 진을 치고 있었다고 해서 ‘범진령’이라고 부른다.

「범진령」의 주요 모티프는 ‘호랑이 새끼를 마을로 데려온 김씨’, ‘인근 마을 처녀를 호랑이로부터 구해 준 포수’ 등이다. 우리나라 설화에서 호랑이는 신적인 존재이며, 인간을 도와주기도 하고 때로는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범진령」에서 호랑이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마을 고개에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였다는 것을 강조하며 지명 유래를 설명한다. 현재는 호랑이가 없어졌지만 ‘범진령’이라고 부른다는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한정춘, 『두만강 유역 전설집』(연변인민출판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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