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요령성 본계시 환인만족자치현에서 압록강의 ‘부처님 물굽이’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설화.

「부처님 물굽이」는 압록강 중류를 흐르는 한 물굽이의 지명 유래를 설명하는 지명 전설(地名傳說)이다. 또한 반야사 은진미륵(恩津彌勒)의 독특한 형상을 설명하는 사찰 탑상 전설(寺刹塔像傳說)이기도 하다. 야만 무리가 나타나 노략질을 일삼자, 반야사의 은진미륵이 압록강의 물을 이끌어 야만 무리를 쓸어버린다는 내용이다.

1989년 8월, 한정춘[1953년 길림성 훈춘시 출생, 『연변 일보』 향토 문학상, 연변인민출판사 리영식 아동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 문학상 수상 등]이 본계시 환인만족자치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서두철에게서 채록했다. 2010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압록강 유역 전설집』에 관련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먼 옛날, 압록강 중류와 맞닿는 호하구 강 건너에 무수한 야만 무리가 나타났다. 야만 무리의 우두머리는 탕달이라는 장사였다. 탕달의 무리는 수시로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며 노략질을 일삼았다. 그러나 그 수가 워낙 많아 관군도 어찌하지를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만간 탕달의 무리가 다시 나타나 노략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 마을 저 마을 사람들은 강 건너에서 낫이며 곡괭이를 들고 한데 모여 탕달의 무리와 맞서려 했다. 얼마 후 탕달의 무리가 강을 건너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 삿갓을 쓴 노인이 강 중간에 나타났다. 탕달은 무리에게 “저 노인을 죽이는 자에게 상금을 내리겠다”라고 했다. 그러자 무리들이 앞다투어 활을 쏘아 댔다. 그러나 활은 노인의 삿갓만을 계속 스쳐갈 뿐 맞추지는 못했다.

그런데 노인이 강을 다 건너가자 갑자기 물이 불어 무리들을 쓸어냈다. 노인은 바로 반야사의 은진미륵으로 바뀌어 물을 불러들인 것이었다. 이때부터 탕달의 무리가 쓸려간 그 물굽이를 ‘부처님 물굽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 은진미륵의 관(冠)이 한쪽 닳았는데, 탕달의 무리가 쏜 화살이 스친 것 때문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부처님 물굽이」의 모티프는 ‘야만 무리의 우두머리 탕달의 횡포와 반야사 은진미륵의 응징’이다. 인도의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된 이래, 동아시아에서는 기존의 토착 신앙과 원형의 불교가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불교가 형성, 전파되었다.

동아시아의 불교는 인도의 불교와 달리 매우 적극적이고 매우 현실적인 것이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 물굽이」에서도 반야사의 은진미륵이 노인으로 바뀌어 야만 무리를 직접 소탕한다.

• 『한국 구비문학 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한정춘, 『압록강 유역 전설집』(연변인민출판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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