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吉林省) 통화시(通化市) 집안시(集安市)에서 청석령(靑石嶺)의 조롱박 선녀꽃과 관련해서 전해지는 설화.

「조롱박 선녀꽃」은 ‘청석령’의 지명 유래를 설명하는 지명 전설(地名傳說)이자 ‘조롱박 선녀꽃’의 명칭 유래를 설명하는 꽃나무 전설[花木傳說]이다. 청석이라는 청년이 백두산의 신선에게 구렁이로부터 폐해가 된 마을을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마을로 되돌아오다 구렁이에게 잡아먹힌다.

이때부터 청석이가 구렁이에게 잡아먹힌 고개를 ‘청석령’이라고 부르게 된다. 한편 백두산의 신선은 조롱박 선녀에게 명하여 구렁이를 퇴치한다. 그리고 조롱박 선녀는 조롱박 꽃씨를 흩뿌려 꽃을 피운다. 이때부터 그 꽃을 ‘조롱박 선녀꽃’이라고 부르게 된다.

1990월 6월, 한정춘[1953년 길림성 혼춘시 출생, 『연변 일보』 향토 문학상, 연변인민출판사 이영식 아동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 문학상 등 수상]이 집안시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조철군에게서 채록했다. 2010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압록강 유역 전설집』에 관련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압록강 중류에는 청석령이 아득히 솟아 있다. 압록강을 '마자수(馬訾水)'라고 부를 때, 이 근방에는 광풍이 늘 몰아쳐 온갖 생명들이 살아가는 데 곤욕을 겪었다. 이때 청석이라는 젊은이가 마을에 들렀다가 참혹상을 보고, 좌상 노인에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 여쭈었다. 좌상 노인은 압록강의 괴물이 조화를 부린 탓이라며, 어떤 스님이 백두산의 신선에게 이 사실을 고해야 한다고 해서 수많은 젊은이들을 보냈건만 돌아온 이는 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이에 청석이는 백두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샘물 앞에 주저앉아 몸을 쉬일 때, 샘터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신선을 보았다. 신선은 청석이의 정성을 갸륵하게 여겼다. 그러면서 그 괴물은 머리가 셋 달린 수백 년 묵은 구렁이인데, 첫째 머리에서는 불을, 둘째 머리에서는 물을, 셋째 머리에서는 바람을 내뿜는다고 했다.

하여 백두산의 신선이 제자를 시켜 첫째, 둘째 머리를 잘라내자 어디론지 도망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렁이의 거처를 알았으니, 다시 제자를 시켜 구렁이의 마지막 머리를 잘라내겠다고 했다. 청석이는 신선의 말을 듣고 마을로 내달렸다. 마을에 거의 다다랐을 때, 느닷없이 구렁이가 나타나 청석이를 한입에 삼켜버렸다.

그때 홀연히 녹색 조롱박 선녀와 황색 조롱박 선녀가 나타나 구렁이의 목을 잘라냈다. 그리고 조롱박 꽃씨를 흩날리며 사라졌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청석이가 괴물에게 잡아먹힌 그 고개를 ‘청석령’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조롱박 선녀가 심은 꽃을 ‘조롱박 선녀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조롱박 선녀꽃」의 모티프는 ‘청석이의 희생’과 ‘조롱박 선녀의 구렁이 퇴치와 조롱박 선녀꽃의 발화’이다. 예부터 구렁이는 재물을 늘려주는 신격으로 숭배받는가 하면,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신격으로 퇴치의 대상이기도 했다.

「조롱박 선녀꽃」에서는 마을에 폐해를 일으키는 부정적인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에 조롱박 선녀가 구렁이를 퇴치한 후 마을의 재건 및 안녕을 위해 조롱박 선녀꽃을 발화시킨다. 조롱박 선녀꽃은 여느 꽃에 비해 소박한 형상인데, 청석령의 인근 마을 및 마을 사람들의 소박함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 『한국 구비 문학 대계』(한국학 중앙 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한정춘, 『압록강 유역 전설집』(연변인민출판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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