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길림성 백산시 장백조선족자치현에서 ‘연두봉(煙阧峰)’과 관련해서 전해지는 설화.

「연두봉」은 ‘연두봉’이라는 봉우리의 지명 유래를 설명하는 지명 전설(地名傳說)이자 풍수 전설(風水傳說)이다. 어느 노승이 누구든 염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돌부처를 관리하다가 입적하자 악독한 젊은 승려가 이를 맡는다. 젊은 승려는 돌부처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다. 이에 노승이 석공의 꿈에 나타나 산정의 매바위에 구멍을 뚫으라고 한다. 석공이 그렇게 하자, 산정에서 49일간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기자 그치자 돌부처가 산산조각이 난다.

1990월 5월, 한정춘[1953년 길림성 훈춘시 출생, 『연변 일보』 향토 문학상, 연변인민출판사 리영식 아동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 문학상 수상 등]이 장백조선족자치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조선족] 오희선에게서 채록했다. 2010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간한 『압록강 류역 전설집』에 관련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장백조선족자치현 토성리에서 압록강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우뚝 솟은 산이 있다. 먼 옛날, 이 산 인근 부락에 소문난 석공이 살았다. 석공은 솜씨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소박하여 삯을 주는 대로 받았다. 주변에서는 석공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 한 노승이 석공을 찾아와 산봉우리의 바윗돌을 쪼개 돌부처를 만들어달라고 청했다. 이에 석공이 산봉우리에 올라 마땅한 바윗돌을 찾아내어 보름 만에 돌부처를 만들었다. 노스님은 돌부처를 보고 감탄했다. 그리고 정히 사찰에 모셨다. 그 날 이후 돌부처가 영험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누구든 돌부처에 제를 올리면 소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노승은 돌부처에 제를 올리는 값을 많이 받지 않았다.

몇 해 후 노스님이 입적했다. 대신 젊은 스님이 사찰을 맡았는데, 욕심이 커 돌부처에 제를 올리는 값을 매우 높게 받았다. 또 그 돈으로 술을 마시고 기생을 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석공의 꿈에 노승이 나타나 산봉우리에 올라 매의 형상과 같이 생긴 바위에 구멍을 뚫으라 했다. 그러면 돌부처의 영험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석공은 노승의 말대로 산봉우리에 올라 매의 형상과 같이 생긴 바위를 찾아 구멍을 냈다. 그러자 구멍에서 검은 연기가 49일간 끊이지 않고 솟아올랐다.

그리고 연기가 끊기자 돌부처가 산산조각 났다. 젊은 스님도 사찰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이때부터 그 산봉우리를 연기가 솟아났다는 뜻에서 “연두봉(煙阧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연두봉」의 모티프는 ‘노승의 청에 의한 석공의 돌부처 제작과 파괴’이다. 가뜩이나 품성이 좋은 석공이었기에, 노승의 청에 의해 그 석공이 깎은 돌부처는 영험하기가 비길 데 없었다. 그러나 젊은 승려가 돌부처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자, 노승은 다시 석공에게 돌부처를 파괴할 것을 청한다.

불교를 비롯하여 그 어떤 종교든, 사제자는 사제로서 본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사제로서 본분을 망각한 젊은 승려를 응징하기 위해 노승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돌부처를 파괴한다. 「연두봉」을 통해 ‘공(空)’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 『한국 구비문학 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편』(국립 민속 박물관, 2012)
• 한정춘, 『압록강 류역 전설집』(연변인민출판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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