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별한 이야기

조선족 정체성의 변화와 유지의 중심지, 대련 조선족학교

한자 朝鮮族 正體性의 變化와 維持의 中心地, 大連 朝鮮族 學校
분야 문화·교육/교육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요령성 대련시  
시대 현대/현대
정의

한인[조선족]의 조선족 학교는 중국이라는 ‘국가’와 조선족이라는 ‘종족’의 의미가 동시에 강조되는 영역이다. 조선족 학교는 국가의 ‘국민 만들기’와 한인[조선족]의 ‘종족 정체성’이 서로 공존하면서도 때로는 경합하는 장으로서 조선족 정체성 형성 과정에 긴밀한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정체성 형성의 역동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설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지 이제 60여 년이 되었다. 중국은 경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도 다민족 국가이지만 국민 국가로서 하나된 중국이라는 신화는 깨져서도 안되며 깨질 수도 없는 지속적인 가치로 자리 매김되고 있다.

중국의 소수민족 중에서 한인[조선족]은 처음에는 외국인 혹은 이민자의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신(新)중국 성립 이후, 한인[조선족]은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 새로운 위치를 부여 받게 되었고, 중국 정부의 정책적·정치적 입장 변화에 영향을 받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한인[조선족] 정체성을 구성해왔다. 한인[조선족] 정체성 구성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인 조선족 교육은 민족 교육으로서의 민족 정체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의 공공 교육으로서 국가의 국민만들기를 수행하기도 한다.

대련 조선족 학교의 역사

대련시 조선족 학교는 대련 시내에서 유일한 소수민족학교이며 중국의 정책적, 사회 문화적 흐름과 함께 대련시라는 도시적 특수성의 영향을 받아왔다. 대련시 조선족 학교는 아직 조선족의 개념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1940년대에는 조선인, 한국인과 같은 학교 이름을 써서 외국인 학교와 같은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당시 행정 구역의 재정비 등으로 대련시, 여대(旅大)시로 학교 명칭이 바뀌기도 하였다.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조선족이라는 명칭이 정립되어 학교도 이 명칭을 쓰게 되었다. 또한 당시 대련시 한인[조선족] 인구수가 절대적으로 적었고 학생수도 적었던 탓에 교육국의 지시로 안산 지역으로 초중부[중학부]를 이전시키기도 하였다. 뒤이은 반우파, 문화 대혁명 시기에는 공식적인 문건이 남아있지 않았으나 구술을 통해 거의 폐교에 가까운 곤란을 겪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90년대 이후 학생수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설과 학급수의 측면에서 발전을 거듭해왔음을 알 수 있다. 대련시는 90년대 초반에는 5천여 명으로 추산되던 한인[조선족] 인구가 최근에는 2만 명 이상으로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그 이전에는 소학교만 운영하고 있던 대련시 조선족 학교가 1998년에는 초중부를 설립하게 된다. 또한 2001년에는 고중부를 창설하여 교육국 감독 아래 일반 한족학교의 부속부로 운영되다가 2008년 말 정식으로 고중부가 설립 인가되었다.

한국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조선족 학교의 현황

현재 대련시 조선족 학교는 부설 유치원과 초, 중, 고등부가 운영되고 있으며, 초중고의 12개 학년 12개 학급의 학생 수는 360여 명이고 45명[43명의 조선족 교사, 2명의 만주족 교사]의 교사가 근무하고 있다. 대련시 조선족 학교의 구성원 중 상당수가 대련 외의 지역에서 이주해 온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학생들이 대련시에서 출생했더라도 그 부모세대는 거의 대부분이 대련시로 전입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교사 중에서도 타 지역 출신으로 대련시 호구를 가진 배우자와 결혼하면서 전입해온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이 경우 교사의 자녀는 거의 대련시 조선족 학교로 진학하고 있다. 각 학급에 적게는 3명 많게는 11명가량의 총 51명의 한국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으며, 소학교와 초중 학교에 일부[각 1명] 북한 학생도 재학 중이다.

조선족 정체성과 조선족 교육의 연결 고리

조선족 정체성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인 조선족 교육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공 교육으로서의 중국의 교육이라는 측면과 한인[조선족]을 대상으로 한 소수 민족교육이라는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중의적인 의미 때문에 조선족 학교는 중국이라는 국가와 조선족이라는 민족의 의미들이 경합하는 대표적인 장이 되고 있다. 조선족 학교에서 국가의 국민 만들기와 조선족의 민족정체성은 서로 공존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경합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곧 조선족 학교에서 형성되어가는 조선족 정체성 자체가 다양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 과정으로서, 역동으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함의하는 것이다.

조선족 학교를 선택하는 이유

대련시 조선족 학교의 구성원들은 원초적인 민족 정체성의 획득이나 조선어 습득을 통한 조선족 민족성의 획득과 같이 민족 정체성의 고양을 위해서 조선족 학교를 선택하기도 하고, 취업에서의 유리한 위치와 입시에서의 소수민족 가산점 등과 같은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조선족 학교에 진학하기도 한다. 대련시 조선족 학교의 내용 중에서도 중국의 국민 만들기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국가는 소수민족 학교이지만 동시에 공공 교육 기관이기도 한 조선족 학교를 통해서 한인[조선족]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학습시키고 국기에 대한 의례를 일상화하며 학생 규범에서도 빠지지 않고 애국을 언급함으로써 국가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려 한다. 또한 중화민족과 중화문화라는 레토릭을 통해 강화된 애국의 당위성과 애국에 대한 감정적인 동조들을 학습시키고자 한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공산당의 영도가 갖는 공식적 설명의 설득력 역시 이를 보강하는 한 방법이다. 국민 국가의 존속과 당위성의 피력하기 위해서 국가의 공식적인 설명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꾸준히 전달된다. 조선족 학교는 소수민족 학교이기 때문에 민족 특색의 교육도 이루어지지만, 그 내용은 전면적인 민족성의 강조를 통해 전달되기보다는 제한된 의미의 이중 언어 교육과 일시적이고 간접적이며 일반화된 예절과 같은 개념의 형식을 띠고 있다.

조선족 학교 학생들의 종족 경계 구성

학교 외의 비공식적인 영역이 제한적인 편인 대련시 조선족 학교 학생들에게는 비공식적 영역에서의 짧은 경험들이 오히려 학교 내 구성원들과 외부 구성원들의 경계를 더 강렬하게 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한다. 대련시 조선족 학교 구성원들은 타 민족과의 조우와 교류를 통해 차이들을 발견하고, 이를 한인[조선족]과 대비함으로써 민족적 경계를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계를 그리게 한 요소들에 대해서 나름의 가치 판단을 내리기도 하는데, 이 때 민족 경계의 기준은 일정하지 않으며 국가의 공식적 설명과 항상 일치하지도 않는다.

한인[조선족]은 한족과의 차이를 통해 소수 민족으로서 체감하는 구조적 모순을 굴절해서 수용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느린 민족에게는 문명, 상대적으로 더 주류화된 민족에게는 고유한 종족성이라는 경계 기준을 통해 한인[조선족] 고유의 민족 우수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인과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한국인과 스스로를 구별짓기를 하고 이 내용을 일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유한다. 이와 동시에 양가성을 가진 한인[조선족]의 정체성을 이야기함으로써 타자와의 구별 틈새에 국적과 정치적 입장, 민족적 특수성을 용해하는 복합적인 양상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에서 국가의 공식적인 설명이 강조했던 국민과 모두가 하나된 중국이라는 내용은, 비공식적인 경계 만들기와 구별짓기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번안되면서 한인[조선족]만의 독립된 민족 정체성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수 민족으로서의 조선족 정체성

대련시 조선족 학교 구성원들이 항상 국민 만들기의 공식적 설명을 통해 국민으로, 비공식적인 설명을 통해 민족으로서의 한인[조선족]으로만 위치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조선족학교 구성원들은 스스로 집단 내에서도 세대별, 지역 별로 다양성을 가진 개별적인 존재들로 분화되기도 하고, 중국 사회제도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제한점 앞에서는 한족과 다르지 않음과 동시에 한족과는 다른 조선족만의 특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대련시 조선족 학교 구성원들은 적극적으로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국가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우대정책을 이용하거나 국가의 공식적인 설명틀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함으로써 제한된 사회적 자본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공식적으로 국민임을 강조함으로써 한인[조선족]만의 비공식 영역을 확장시키려는 노력하고 있다. 이는 모두 국가와 민족을 유연하게 접합시켜 타자화에 저항하는 전략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체성의 정치학으로서 소수민족의 위치를 이용하거나, 한인[조선족]으로서의 동질한 집합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사회적, 정치적 자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련시 조선족 학교 사례를 통해 본 국가와 민족의 관계는 반드시 상호 대립적이라기보다는 상호 관계 속에서 역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참고문헌
  • 김광억, 「중국 연구를 위한 방법론: 공식 영역과 비공식 영역의 관계」,(『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2, 전남대학교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소, 2000)
  • 이정은, 「교문 넘나들기: 중국 조선족 학교를 통해 본 국민 만들기와 종족 정체성」(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논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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