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한말 집안현 오두잠에 이주한 조선인들이 청소년 민지계발을 위해 설립한 개량 서당.

을사늑약 이후로 국망(國亡)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었다. 그런 가운데 장기적인 국권 회복을 위한 일환으로 중국 동북지역이나 러시아연해주 지역으로 망명하는 한인이 증가하였다. 그들은 압록강이나 두만강 대안을 중심으로 정착하여 한인사회를 형성하고 청나라 관헌의 부당한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시세 변화에 부응하여 이들은 의숙·사숙(義塾·私塾)과 같은 전통 교육 기관에서 벗어나 신·구학문을 절충한 개량 서당을 설립·운영하였다. 목적은 한인사회 단결을 도모하는 동시에 민족의식을 일깨우려는 의도였다. 나아가 항일의식을 고취시키는 등 장차 다가올 독립전쟁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신명재의 설립자 겸 훈장은 이명화였다. 생도 수는 8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마을서당이었으며 교사는 마을회관을 이용하였다. 운영비는 주민들의 의연금으로 충당되었으나 만성적인 재정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개량 서당으로 시작된 신명재는 1910년대 초반 집안현 오두잠의 한인사회 민족 교육 기관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근대적인 교육기관인 예수교 학교·경흥 학교 등의 교세가 확대되었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따라 신명재도 인근 사립학교로 통합되었다.

신명재의 교과목은 『천자문』·『명심보감』·『소학』 등과 간단한 한글·산술·독서·습자·역사·지리·수신·창가·체조 등으로 편성되었다. 학제는 규정되지 않아 개인별 능력에 따라 운영하였다. 한글과 역사 교육은 항일정신을 배양하는 과목이다. 체조는 상무정신을 고취시키는 한편 강인한 체력연마를 위하여 매우 중시된 과목이다. 군사훈련을 방불케 하는 병식체조는 불굴의 저항정신을 일깨우는 계기였다. 특히 봄·가을 정기적으로 개최된 연합 대운동회는 정정당당한 경쟁심과 상호간 협력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현장교육이었다. 한인사회 구성원의 경쟁적인 참여는 대동단결을 도모하는 계기였다.

신명재에 교가는 달리 없었다. 당시 널리 성행하던 창가인 「애국가」·「학도가」·「모험맹진가」·「운동가」·「부모은덕가」·「단심가」·「국혼가」 등이 교가처럼 인식되었다.

• 류병호, 「이조초기의 조선족교육」(『중국조선민족발자취총서 1-개척』,민족출판사, 1999)
• 일본 외무성, 「在外朝鮮人 經營學校書堂一覽表 送付에 관한 건(朝憲機 제582호)」, 『不逞團關係雜件-朝鮮人의 部-在滿洲의 部(6)』(1916),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http://e-gonghun.mpv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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