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 지역 |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
| 시대 | 현대/현대 |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전해지는, 범과 같은 무서운 들짐승들이 아이들의 할머니·어머니로 가장해 나타난다는 설화.
「범어머니」형 설화는 민간에서 많이 유행한 민담으로 어른들은 늘상 어린이들에게 이런 형의 민담을 들려주곤 했다. 범이 사람으로 가장해 아이들을 잡아먹으려는 장면은 정말로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계적으로 볼 때, 「범어머니」형 설화는 수 백편에 달하는데 기본 내용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나라와 민족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과 문화적 의미에 있어서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범어머니」형 설화는 유럽-아시아 대륙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대체로 문헌을 통해 전승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주로 구전 형태로 전파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자료에 의하면, 「범어머니」형 설화는 아시아에서는 주로 한국·중국·일본 등지에 널리 퍼져 있다.
한국에서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혹은 해와 달의 유래] 등으로 채록된 설화가 37편에 달하며 중국 한인[조선족]의 「범어머니」 이야기도 4편의 각편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늑대 외할머니」 또는 「범어머니」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중국의 「범어머니」형 이야기는 수 백편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에서는 「소바」라 불리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한국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동일하다.
한인[조선족]의 「범어머니」형 설화는 「해와 달」이란 제목으로 구전되면서 민간 문예연구자들에 의해 채록되고 책으로 편찬되었다. 예를 들면 『조선 옛말 365켤레』 제1집[김형직·윤봉현 저, 요령인민출판사, 1985], 『길림성 민간 문학 집성-연변고사권』 상권[연변 민간 문학 집성 편찬위원회, 1987], 『황구연 전집 8-어린이 이야기집』[김재권 정리, 연변인민출판사, 2010]에 수록되어 있다.
「해와 달」
까마득히 멀고먼 옛날 옛적 호랑이가 말을 하고 담배 먹던 때의 이야기이다. 아름드리나무가 꽉 들어선 어느 심심산골에 한 과부가 어린 3남매를 데리고 외롭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과부는 고개 너머 지주집에 김을 매주러 가게 되었다. 과부는 깊은 산골 외딴집에다 철모르는 어린 것들만 두고 가는 것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뒷산의 호랑이가 다니니까 문을 꼭 닫고 어머니가 돌아올 때까지 집안에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어머니는 하루 종일 지주집에서 김을 매었다. 지주는 밥도 아까와서 점심으로 콩을 볶아주었다. 일에 지친 어머니는 돌아오는 길에 기진맥진하여 영마루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이때 주린 배를 등에 갖다 붙이고 바위 뒤에 숨어있던 백년 묵은 호랑이가 시뻘건 혀를 감빨며 어머니를 덮쳤다.
어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는 시원치 않아 둔갑을 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어머니로 변하였다. 어머니의 옷을 입고 수건을 쓰고 콩볶이까지 가지고 애들을 잡아먹으러 갔다. 집에 남은 누나는 날이 어두워지니 배고파 죽겠다고 우는 막내 동생을 겨우 달래어 잠재워 놓았다.
이때 밖에서 사립문을 여는 기척이 들려왔다. 어머니를 기다리던 동생은 달려가 문고리를 벗기려 했다. 그걸 본 누나는 동생을 손목을 잡고 그의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며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문밖에서 집안의 동정을 엿듣던 호랑이는 능청스럽게 어머니가 왔으니 문을 열라고 소리쳤다.
이렇게 서로 실갱이를 하다가 남동생은 더는 참을 수 없어 문을 열어주었다. 호랑이는 집안에 들어서자 콩볶이를 오누이에게 주고 애기를 안고 방으로 올라가더니 문을 닫았다. 저쪽 방에서 오도독 오도독 무엇을 씹는 소리를 들은 누나는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하느님 맙소사! 호랑이가 애기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애가 칭얼거리자 방문이 열리며 무엇인가가 뿌려 나왔는데 그것은 분명 갓난아기의 손가락이었다. 오누이는 혼비백산해 있다가 오줌을 눈다는 구실을 대고 밖으로 나왔다. 두 오누이는 하늘을 쳐다보다가 우물 옆에 솟은 느티나무에 높이 올라가 잎이 무성한 가지에 숨었다.
호랑이는 기다리다 못해 그제야 속은 줄 알고 밖에 나와 아이들을 불렀다. 느티나무 위에 숨은 아이들을 발견한 호랑이는 내려오라고 얼렀다. 오누이는 꾀를 부려 호랑이를 골려주었다. 남동생은 재미있다고 깔깔 웃어대다가 무의식간에 나무에 오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늙은 호랑이는 앞집 도끼와 뒷집 도끼를 가져다 나무를 딱딱 찍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왔다. 급해진 오누이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누나는 울면서 하늘을 우러러 빌었다. ‘하느님이시여, 우리를 살리겠으면 새 밧줄을 내려 보내고 죽이시려거든 썩은 밧줄을 내려보내 주옵소서!’ 신기하게도 새 밧줄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오누이는 새 밧줄을 타고 두둥실 하늘로 올라갔다. 이것을 본 호랑이도 하늘에 대고 ‘하느님이시여, 나를 살리겠거든 썩은 밧줄을 내려 보내고 죽이겠거든 새 밧줄을 내려 보내주시옵소서!’하며 소리를 쳤다. 하늘에서 과연 썩은 밧줄이 내려와서 호랑이는 그것을 타고 오누이를 쫓아 올라갔다. 한참 올라가다가 호랑이가 탄 썩은 밧줄이 끊어지면서 호랑이는 아래로 곤두박질했는데 가을 추수한 수수 그루터기에 떨어져서 밑구멍이 찔려 죽었다. 하늘에 올라간 오누이는 하늘나라 임금님의 분부대로 누나는 해가 되고 동생은 달이 되었다고 한다.
유럽-아시아에서 존재하는 「범어머니」형 설화 수 백편을 종합해보면 아래와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첫째, 수용형으로서 이야기에 나오는 여자애가 동물에게 먹히고 만다. 둘째, 구원형으로 여자애가 늑대에게 먹힌 뒤 구원자[사냥꾼의 경우가 많음]에 의해 구원되어 되살아난다. 이상의 두 가지 유형은 유럽에서 많이 유행되었기 때문에 구라파형이라고도 한다.
셋째, 징벌형으로서 이야기에서는 아이들이 동물의 본색을 간파하고 지혜와 용감성을 발휘하여 동물을 이긴다. 중국의 「범어머니」형 설화가 이 형태에 속한다. 넷째, 일월 유래형으로 아이들이 위험에서 벗어난 뒤 해와 달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유형은 한인[조선족]의 구전 설화에만 등장하는 특유한 것으로 민족의 특수성을 나타낸다.
기본적인 서사 구조를 보면, 어머니가 일을 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범에게 잡혀 먹힌다. 범이 집에 찾아와서 아이들을 속이고 집안에 들어온다. 범이 막내를 잡아먹는다. 남매는 막내의 손가락을 발견하고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범을 속여 넘기고 나무 위로 올라간다. 범이 남매를 붙잡으려 하는데 누이 동생이 부주의로 범에게 나무에 오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범이 나무에 오르게 되자 남매는 하늘에 구원을 청한다. 남매는 새 동아줄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고 범은 썩은 동아줄을 타고 오르다가 수수밭에 떨어져 찔려죽는다. 하늘에서 오빠는 해가 되고 누이는 달이 된다. 누이가 밤을 무서워하기에 자리를 바꾸어 누이가 해가 되고 오빠가 달이 된다. 한인[조선족]의 「범어머니」형 설화는 귀결점을 해와 달의 유래에 두었으며 하나의 고정된 도식으로 엮어간다.
중국과 한인[조선족]의 「범어머니」형 설화를 비교하면, 기본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양자의 문화적 의미는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의 설화에서는 착하고 약한 사람을 동정하고 사악하고 잔인한 자들을 편달하며서 정의로운 행동을 지지하고 흉포한 행위를 징벌함으로써 윤리 주도형의 문화적 특성과 불요불굴의 투쟁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한인[조선족]의 설화에서는 오래 전승되어 오는 과정에 원래의 신화적 색채가 많이 퇴색되었으나, 그 심층에는 먼 옛날 무속 문화의 정신적 저력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그것은 ‘신인상통’, ‘통신구생(通神求生)’의 의식 관념으로 표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