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 | 天池의 맑은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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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문화·교육/언론·출판 |
| 유형 | 문헌/단행본 |
| 지역 |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현대/현대 |
| 성격 | 설화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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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성 시기/일시 | 1962년 |
| 채록지 |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
중국연변 한인 사이에 구전되는 민간 이야기를 수집·정리한 최초의 설화집.
『천지의 맑은 물』은 정길운이 한인[조선족] 문화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사명감에서 30여 년 동안 구비 문학을 조사, 수집한 결과물이다. 정길운은 수십 차례 민담 구연 대회를 개최하였고, 수백 편의 구비 설화를 채록하였다. 그 가운데 첫 번째로 엮은 책이 『천지의 맑은 물』이다.
『천지의 맑은 물』은 해방 후 발행된 한인[조선족] 첫 설화집이다. 『천지의 맑은 물』에 14편의 설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유병을·김승국·정치문·김광희·최상화·황정익·박경주·안영욱 등이 구술한 것을 채록한 것이다. 그런 만큼 『천지의 맑은 물』은 설화 유형과 특성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며, 현지에서 수집된 조사 자료를 거의 원형대로 기록하였기에 자료적 가치가 높다.
그러나 1967년부터 시작된 10년간의 문화 대혁명 기간에 『천지의 맑은 물』이 봉건주의·자본주의·수정주의를 고취한 독초(毒草)로 비판받았고, 정길운은 ‘검은 책’, ‘검은 작품’을 만들어낸 ‘잡귀신’으로 몰려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정길운은 1950년대부터 전설·민담·우화 등 200여 편의 구전 설화를 정리하여, 『천지의 맑은 물』(1962)을 비롯하여 『인삼 처녀』(합작·1963)·『백일홍』(1979) 등의 책을 출간했다. 이 가운데 「힘센 총각」은 『중국 구전 문학 선집』에 수록되었고, 「봉선화」는 길림성 구전 문학 작품전에서 여러 차례 우수상을 받았다.
『천지의 맑은 물』에는 전체 14편의 한인[조선족] 설화가 들어 있다. 한인[조선족] 설화는 발생 및 설명 전설과 역사 및 지방 전설, 신화 및 신앙 전설, 그리고 민담 전설로 나눈다. 전설은 백두산 전설·수문 전설·망향 전설·식물 전설·풍속 전설·발해 전설·항일 전설 등이 있다. 대표적인 백두산 전설인 「천수」, 「용천골」 등은 연변 지역의 향토 전설이 담겨있다.
또한 「봉선화」·「선량한 바위」·「비 한 쌍」·「나」·「신랑신부」·「목동과 공주」 등 청춘남녀들의 사랑을 이야기한 민담적 전설, 「힘센 총각」·「금송아지」·「보쌈을 막은 총각」 등과 같이 선악의 대결을 보여주는 민담, 「박지형」과 같은 항일 설화도 있다.
「천수」 전설은 천지의 생성과 천지를 둘러싼 열여섯 봉우리의 생성 연기를 말하는 대표적 작품이다. 그러나 이 전설은 문화 대혁명 기간에 이른바 민족 혈통론을 퍼뜨린 ‘독초’의 전형적 작품으로 매도되었다. 이에 이 작품이 실린 『천지의 맑은 물』 전부가 소각, 판매 중지되는 아픔을 겪기도 하였다
「천지」는 백두산 천지에 근원을 둔 도문강, 송화강, 압록강의 유래를 구술한 것이다. 동해에 흘러드는 백두산 천지물을 알게 된 동해 용궁과 천상 옥경의 선관, 선녀들이 다투어 천수를 구경하러 왔다. 선녀들이 천지물을 마시고 그 물맛에 취해서 물 세 바가지를 동, 서, 북쪽 세 군데에 쏟아부어서 이들 도문강, 송화강, 압록강이 생겼다는 것이다. 동쪽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도망치듯 흘렀다 하여 ‘도망강’이라 하였고, 북쪽에 쏟은 물이 솔밭을 돌며 솔꽃분이 뜨게 되었다 하여 ‘솔꽃강’, 서쪽에 던진 물이 앞쪽으로 누비며 다시 서쪽으로 흘렀다 하여 ‘앞누비강’이 되었다는 유래 전설담이다.
「물」은 화룡현 발해 고성에서 도문강과 올기강이 합류한 곳에 원봉벌이라는 곳에서 물을 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옛날에 서울의 한 장수가 역적의 누명을 쓰고 이곳에 피신해 왔다. 이후 세월이 흘러 그곳에큰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쌀밥을 먹고 싶은 생각에 “군함산이 높다 한들 이에다 비할소며, 동해 바다 깊다 한들 이같이 답답하랴”라고 하였다. 그러나 도문강과 올기강은 원봉벌보다 십여 길 낮은 곳으로 흘러가 버려 물을 구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장수가 상대동 골짜기 물을 막아 논 한 배미 농사를 지어 이밥 맛을 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땅속의 물을 찾아낼 수 없자, 그는 도문강·올가강 물을 원봉벌에 올려달라고 산제도 드리고 용왕에게 축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물을 구할 수는 없었다. 이후 장수의 손자가 백두산의 신선을 찾아가 고성 농부들의 원을 풀어줄 것을 청하자, 불씨를 주었다. 손자가 불씨로 땅을 일구고 횃불을 치켜들자, 검은 구름이 없어지고 원봉벌·상천벌에 빛이 들어오자, 선관선녀 3천 명이 하강하여 채옥동이에 물을 담아 주었다. 이 물로 원봉벌과 상천벌 농부들이 대대손손 이밥을 먹고 만년 행복을 누렸다고 한다.
「용천골」은 이주 한인들이 용정 지역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정착하게 된 과정이 담겨있다. 또한 이주 초기 한인들의 행복한 미래에 대한 염원을 낭만적으로 구술하였다.
「봉선화」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봉선화라는 처녀와 구렁이 소년이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이야기다. 이 설화는 「구렁덩덩 신선비」 설화가 변이된 형태이다. 봉선화는 양반 명문가의 셋째 딸로서 구렁이 신랑과 결혼한다. 구렁이 선비가 공부하러 떠나자 봉선화가 신랑을 찾아가 시련을 겪는 대목에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수수께끼를 풀어서 해결한다.
「선량한 바위」는 인간과 신비한 존재 간의 결연담이다. 바위라는 가난한 소년이 황금빛 잉어를 살려준 인연으로 용궁의 보물을 얻게 되고 미인을 아내로 맞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이 설화는 기본 구성이 ‘방리득보형(放鯉得寶形)’인데 설화의 뒷부분에서 바위 부부와 고을 사또 간의 갈등을 통해서 선악의 대결 구도를 보여준다.
「나비 한 쌍」은 한 가난한 총각과 우렁이 색시가 아름다운 인연을 맺었다가 포악한 사또의 횡포로 비극적 운명에 빠지는 이야기다. 이 설화의 서사구조는 「나중미부(螺中美婦)」 설화와 「양산백과 축영대」 설화가 결합한 형태다. 총각이 논에서 일하다가 말하는 골뱅이를 주어서 물독에 넣는다. 그 골뱅이 속에서 아름다운 처녀가 나와 총각이 아내로 삼는다. 사또가 골뱅이 색시를 붙잡아가고 남편이 사또에게 맞아 죽어서 한 마리 설중새로 변한다.
「신랑신부」는 박문수 설화의 일종으로 결혼식 날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새신랑이 옥중에 갇히자, 신부가 남장하고 옥에 찾아가 신랑을 피신시킨다. 후에 어사가 사건을 해결하고 이들 부부의 참된 사랑을 널리 알렸다는 이야기다.
「힘센 총각」은 놀라운 힘을 지닌 한 대장장이 총각이 시장에서 행패를 일삼은 도사를 혼내준 이야기다. 힘장사 총각과 도사 간에 힘겨루기가 이루어지고 총각에 의해 도사가 땅속에 처박히게 되는 것이 결말인데, 권선징악을 강조하고 있다.
「금송아지」는 양반가의 본처 자식이 계모의 모해를 입어 죽은 뒤 금송아지가 되었다가 공주와 인연을 맺고 사람으로 회복한 뒤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이는 인간 갈등형 설화로서 처첩형·계모형·변신형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오랫동안 한인[조선족] 사이에서 구전되는 「송아지 사위」 설화 유형이다.
「박지형」은 1930년대 훈춘 지역에서 이름을 떨친 항일 영웅 박지형에 관한 이야기다. 산속에서 왜군과 싸워서 이기는 영웅적 형상을 그리고 있다. 비범성과 낭만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전기적 유형을 갖추고 있다. 이 전설은 실제 생존했던 평범한 항일 영웅 인물들에게 전기적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애국주의적 정신과 혁명 정신의 승계를 강조한다.
『천지의 맑은 물』에는 행주 아낙네의 치마, 열두새베를 짜서 짓는 신랑의 새옷, 정월 보름날 지어 먹는 오곡밥 등 다양하고 풍부한 민속 놀이·세시 풍속·민간 신앙에 깃든 전설이 들어있다.
정길운은 구두어(口頭語)를 수집하여 생동한 어휘를 사용하는 등 속담·숙어·수수께끼를 수록하였다. 속담과 수수께끼의 예를 든다면, ‘물이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 ‘솔밭에서 솔이 나고 대밭에서 대난다’ (「물」에 등장), ‘똥뀐 놈이 성낸다’, ‘세 잠잔 누에 뽕 먹듯’, ‘오뉴월 염천에 학질 만난 놈 모양’(「박지형」에 등장), ‘열 길 물속은 들여다보아도 한 치 사람 속은 알 수 없다’, ‘길고 짧은 것은 재여 보아야 안다’(「봉선화」에 등장), ‘황금이면 호랑이 산 눈썹도 뺀다’(「목동과 공주」에 등장), ‘늙은 여우 닭 차가는 듯’(「금송아지」에 등장), ‘황개꼬리 굴뚝에 삼년 두어도 그 꼴이 그 꼴’(「도적질 잘하는 사람」에 등장),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려라’(「신랑신부」에 등장) 등이 있다.
수수께끼의 경우, “새 가운데 제일 큰 새가 무슨 새냐?”, “제 알고 보니 세상의 뭇 새가 다 크고 곱다하되 먹새보다 더 큰 새가 없다”, “꽃 중에서 가장 귀중한 꽃은 무슨 꽃인고?”, “이꽃 저꽃 다 귀중하다해도 주라꽃[목화]보다 더 귀중한 꽃이 없나이다.” 등의 내용이 「봉선화」에 등장한다.
『천지의 맑은 물』 설화집이 출간된 이후, 문화대혁명 당시 고초를 겪은 정길운은 14편 가운데, 일부 수정한 내용으로 12편을 넣고, 새로 수집한 설화를 보충하여 한 해 뒤인 1963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전체 38편을 엮은 『백일홍』을 출간하였다. 『천지의 맑은 물』을 증보한 것이다. 두 개의 민간 이야기책은 정길운의 1950년부터 60년간 제1세대 구비 설화 채록자들의 업적을 보여주는 성과물로 평가된다.
『천지의 맑은 물』은 중국 한인[조선족] 구비 설화집 가운데 첫 설화집이다. 책에 수록된 14편의 설화는 대담하고 신기한 환상, 아름답고 유창한 민족어, 한인[조선족]의 생활과 밀착된 풍부하고 다채로운 민속 세계가 전개되어 있으며, 민족적 색채를 짙게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문화 대혁명 기간에 민족 문화 혈통론을 고취한 독초 같은 작품이라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