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라고하』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문헌/단행본
지역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작가 윤림호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54년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92년
정의

1992년 발간된 윤림호의 단편 소설집.

개설

『고요한 라고하』에서는 개혁개방 후 물질주의가 삶을 파고들면서 날로 삭막하고 비정하게 변해가는 삶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이산의 아픔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민족적 정서를 드러내면서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소설들 역시 실려 있다.

구성

‘오랫동안 과거의 내력을 감춰왔던 인물이 일정 시간이 흐르자 그 동안 말하지 못했던 과거를 풀어 놓는다’는 이야기 구조가 빈빈하게 사용된다.

내용

「편지」, 「산촌에 온 손님」, 「천치 빵떡이」와 같은 작품들은 개혁개방 이후 날로 삭막해져 가는 인심과 세태를 그리고 있다. 「편지」는 한국에서 아버지 앞으로 날아온 편지를 보고 아버지를 모시고 한국에 갈 기회를 얻기 위해 평소에는 혼자 사는 아버지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들들과 며느리들이 온갖 추태를 부리면서 아버지 쟁탈전을 하는 이야기로 비정하게 변한 세상인심을 고발하고 있다. 「산촌에 온 손님」은 돈을 위해서는 형제도, 의리도 서슴없이 버리는 비인간성을 파헤치고 있다. 「천치 빵떡이」는 천치이지만 동생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베푸는 빵떡이와 정상인인 동생의 이기적인 태도를 부각시켜 회복해야할 인간의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모래성」과 「아리랑 고개」는 모두 이산의 아픔으로 ‘한(恨)’을 갖게 된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다. 「모래성」에서는 작중 인물들의 ‘한’의 정서를 ‘아리랑 고개’라는 민요를 통해 극적으로 끌어올렸다가 풀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족들이 몰살당했던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렸던 ‘라고하의 뱃사공’은 ‘아리랑 고개’라는 민요를 부르면서 가슴에 맺혀있던 한을 풀어내게 되고, 그 노래를 듣는 ‘나’ 역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없어지지 않던 ‘클클한 감정’의 실체와 대면하게 된다. 「아리랑 고개」에서 화자 ‘나’는 아버지가 평생 동안 라고하 강과 혼연일체가 되어 뱃사공으로 살아온 것이 사공 일이 좋아 그런 줄 알았지만, 그것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속에는 남한에 남아 있는 또 하나의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배어있었다는 것을 아버지의 회고를 통해 알게 된다. 이 작품들에 드러난 향수(鄕愁)는 디아스포라가 된 한민족 특유의 정체성을 담보하면서 고향에 대한 기억을 통해 동일한 혈연과 언어를 공유하고 하고 있는 민족의식을 지향한다.

의의와 평가

『고요한 라고하』에는 1980년대 후반에 쓰인 작품들이 주로 실려 있다. 1980년대 초중반에 창작된 윤림호의 소설에서는 민족 의식이 서사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었다면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에는 민족 의식이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모래성」과 「아리랑 고개」는 모두 이산의 아픔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들이 갖고 있는 이산의 ‘한(恨)’은 일제 강점, 해방기의 극렬한 이념 대립, 민족 상잔의 전쟁 같은 민족 수난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이 작품들에서는 작중 인물들의 포한(抱恨)의 원인이 된 민족의 수난사를 재현하고, 그 한의 정서를 형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민족 수난의 기억을 재현하여 중국 한인[조선족]의 ‘한’ 많은 역사를 전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민족적 자아 각성의 표징을 형상화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고향에 대한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리랑 고개」에서는 아버지의 기억 속에 있는 유토피아적인 고향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또 다른 고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아버지의 고향만이 고향이 아니라 화자 ‘나’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도 고향이라는 것이다. 윤림호의 『고요한 라고하』는 이처럼 이원적인 고향 의식을 통해 중국 한인[조선족]의 독특한 위치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참고문헌
  • 윤림호, 『고요한 라고하』,(북방조선족문학작품집, 1992)
  • 박지혜, 「윤림호 소설의 민족의식 표출양상과 의미」(『현대소설연구』33, 현대소설학회, 2007.3)
  • 오상순, 『개혁개방과 중국조선족 소설문학』(월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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