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동북 3성 지역에서 한인이 논밭의 흙을 고르는데 사용하는 농기구.

걸기는 우리나라 써레를 가리키는 별칭이다. 걸기는 모를 내기 직전에 갈아놓은 논바닥의 덩어리진 흙을 깨뜨리며 바닥을 판판하게 고르는데 쓰이는 농기구이다. 쟁기질에서부터 걸기질까지는 모내기를 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써레는 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논 가장자리는 소의 회전력이 미치지 못해 사람이 쇠스랑이나 괭이로 흙을 부순다.

걸기는 보통 나무로 만들어 사용하였으나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쇠로 만든 걸기가 나왔다. 이것은 무엇보다 살이 땅에 깊이 박혀서 흙이 잘 삶아질 뿐만 아니라 덩어리 흙을 깨는 데에도 능률적이다. 이를 ‘쇳대걸기’라고 달리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쇠 걸기는 나무 걸기보다 사용하기가 불편하고 녹이 슨다는 단점이 있다.

걸기는 크기에 따라 단걸기와 장걸기로 구별되는데, 단걸기는 채의 길이가 50㎝ 정도이고, 장걸기는 채가 멍에까지 이른다. 장걸기는 큰 논에서 쓰기 편하나, 한쪽 가장자리에 이르렀을 때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앞으로 밀고 나갈 때 흔들거리는 단점이 있다. 장재(長財) 마을의 경우 긴 걸기는 서너 집에서 쓴다. 이에 비해 짧은 걸기는 들어 옮기거나 좁고 구불구불 한 논에서 쓰기에 알맞다.

걸기의 채는 자작나무로 만들며, 살은 9개로 박달나무가 좋다. 손잡이는 92㎝이고, 바닥 너비는 112㎝이다. 보통 걸기의 수명은 2~3년이다.

농경 세시 가운데 농기구인 써레와 호미를 씻어 걸어두는 풍속이 있다. 이들 농기구를 씻어서 걸어둔다는 것은 다시는 이들 도구를 사용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고, 힘든 노동이 끝났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 『중국 길림성 한인 동포의 생활문화』(국립 민속 박물관,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