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민족문화대전

중국 동북3성의 한인 사회에서 사망 후 만 1년이 되는 기일(忌日)에 지내는 상례의 절차.

사망 1주기를 맞이하여 지내는 상례 절차로 길림성 지역에서는 본디 집안에서 초상 때처럼 빈소를 차리고 손님을 맞이하였지만 현재는 친족들이 모여 집에서 지내기도 하고 망자의 묘역에서 지내기도 한다.

『주자가례(朱子家禮)』가 한국 사회에 정착되기 전에도 망자의 기일에는 불교 등의 예법에 따라 기일제를 지낸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주 한인 사회에서 소상은 『주자가례』의 시행 이후에 정착된 상례 의례 절차의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망자의 1주기가 되는 시점에 지내는 의례이기 때문에 격식과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의례이다. 중국으로 이주한 한인 사회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상례의 의례로 다루고 있지만, 현대로 내려 올수록 의례의 격식과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해지기 전에 집에서 석전제를 지내고 사망일 자정에 새벽제를 지낸 후 낮에 산소에 가서 제사를 지낸다. 구체적인 제사 절차는 강신례(降神禮) 및 참신례(參神禮), 초헌(初獻) 및 독축(讀祝), 아헌(亞獻), 종헌(終獻), 첨작(添酌), 유식(侑食), 이성(利成) 및 사신(辭神) 순서로 지낸다.

하지만 원칙적인 절차를 다 따르지 않고 간소화되기도 하고, 또 연변(延邊)의 한인들은 절을 할 때는 남녀 구분 없이 세 번씩 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중국 조선족 풍속』에 소개하고 있는 대상의 축문은 다음과 같다.

“오늘은 OO년, OO달, OO일인데 아들 아무개가 높으신 아버님께 감히 고합니다. 해가 바뀌어 어느덧 소상을 맞게 되었습니다. 밤낮으로 정성을 다하여도 사모하는 슬픔에 한 시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삼가 맑은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을 차려 놓고 제향의 뜻을 펴오니 흠향하시기 바랍니다.” [維歲次幹支, 幾月幹支湖, 幾日幹支, 孝子某, 告於顯考某官封說府君(無官稱學生府君, 母喪稱孺人某氏) 日月不居, 奄及小祥, 夙興夜處, 小心畏忌, 不惰其身, 哀暴不寧, 謹以淸酌庶羞, 哀薦詳事, 尙響]

위 소상 축문은 과거 축문의 형태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으로 현재 축문을 활용하는 경우는 극소수인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조사에 의하면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젊었을 때 축을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가난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축문을 쓸 줄 아는 노인이 사라지고 제사 자체를 간소하게 몰래 지내야 했던 사회주의 상황 속에서 축문을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보고된다.

요령성(遼寧省) 조사 보고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 소상은 ‘생일 제사’ 또는 ‘돌제사’라고 하는데, 기일이 아니라 초상을 치른 후 첫 번째 돌아오는 망자의 생일에 지내는 점이 특이하다. 초상 때와 마찬가지로 규모도 매우 크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정리된 제차는 다음과 같다.

제상은 음식을 진설하고 사진 액자를 놓거나 지방을 써 붙여 제상을 준비한다. 11시경에 분향하고 모사기에 술을 반쯤 부어 강신을 한다. 상주는 차례대로 헌작하고 곡을 하며 세 번씩 절한다. 참가한 친척이나 조문객들도 헌작하고 삼배한다. 헌작이 끝나면 첨작하고 합문을 한다. 합문 후 일동 재배로 제례를 마치게 된다.

소상에는 마치 초상이 났을 때처럼 부조를 하며, 음식을 풍성하게 장만하여 밤늦도록 손님을 대접한다. 지역과 집안 환경에 따라서 소상의 제차는 간소화되기도 한다.

• 『주자가례(朱子家禮)』
• 『중국 길림성 한인 동포의 생활문화』(국립 민속 박물관, 1996)
• 천수산, 『중국 조선족 풍속』(북경 민족 출판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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