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별한 이야기

연변의 사투리와 우리말 교육

한자 延邊의 사투리와 우리말 敎育
분야 문화·교육/교육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  
시대 현대/현대
이중 언어 사용 지역으로서의 연변

연변은 중국의 소수 민족 자치주라는 점에서 두 가지 언어, 즉 중국어와 조선어[연변 사투리]의 겸용이라는 언어적 특수성을 가진다. 연변의 사투리는 함경북도 방언을 위주로 하지만 한자어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한 세기 전 한반도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에 와서 정착하는 과정에 생긴 변화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연변에서의 우리말 교육은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선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우리말 교육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 교육 기관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외에 우리말로 된 TV 프로그램과 저널리즘도 적잖게 기여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거의 한국말에 가까운 우리말 교육이 대단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땅에서 조선어 지키기, 조선어 교육의 역사적 고찰

19세기 후반을 전후로 하여 한반도에서 중국연변으로 이주해 온 한인들은 연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하면서 민족 교육을 중시했다. 연변의 한인 교육은 정착하여 학교를 세운 초기부터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이주해온 후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조선의 정치, 경제, 문화에도 영향을 받았다. 이는 연변의 한인 교육이 초기부터 이중적 영향 속에서 발전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해방 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립으로 인해 교육권은 중국 공산당 체제의 교육 방침과 정책에 따라 발전하였다.

한인 근대 교육의 발전은 대체로 1906년 서전 서숙(瑞甸書塾)의 설립으로부터 1931년 9.18 사변[만주 사변] 전까지의 자발적인 민족 교육 발전 단계, 일본의 중국 동북 지역 강점으로부터 1945년 일제의 패망까지의 식민지 하의 동화 교육 단계, 광복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민족 교육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연변 한인 교육의 한 부분인 이중 언어 교육도 중국의 역사적 발전 단계와 이중 언어 교육의 발전 특성에 의하여 크게 해방 전과 해방 후로 나뉘게 된다. 해방 전은 한인들이 연변에 이주해서부터 9.18 사변과 일제 강점기로 나뉘고, 해방 후[1945년 8월]는 해방 전쟁 시기, 사회주의 개조 시기, 사회주의 건설 시기, 문화 대혁명 시기,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 시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연변의 이중 언어 교육은 역사적 환경과 당시의 정치적 요인 등의 영향을 받았음을 간과할 수 없다.

19세기 말, 연변에 조선 이주민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조선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마다 서당이 설립되기 시작하였는데 중국에서의 한인의 학교 교육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서당은 한인 민중들에 의해 설립된 초등 교육 기관으로서 주로 한자를 가르쳤는데 『삼강오륜(三綱五倫)』과 같은 봉건 유교 사상과 윤리 도덕을 다루는 봉건식 교육이었다. 1905년 이후 조선의 애국 문화 운동의 영향으로 연변에서도 반봉건, 반침략의 반일 민족 문화 계몽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는데 이 운동의 중요한 거점의 하나로서 반일 민족 사립 학교 설립 운동이 일어났다.

1945년 항일 전쟁 승리 후 중국 한인은 중국 공산당의 민족 평등, 언어 평등 정책 아래 민족의 언어 문자로 민족 교육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이때로부터 교육을 비롯한 방송, 신문, 출판 등 사업에서도 민족 언어 문자의 사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946년에 ‘연길신화방송국’[연변인민방송국의 전신]이 설립되고 『연변 일보』와 각종 조선어 잡지가 간행되었으며 1947년에는 중국의 첫 민족 출판사인 ‘연변교육출판사’가 창립되면서부터 정식으로 조선어로 된 교과서를 보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49년 중국에 처음으로 세워진 소수 민족 대학으로서 연변대학에서는 창립 후 교수 용어를 조선어로 정함으로서 우리말 교육이 완벽한 체계를 이룰 수 있게 하였다.

연변의 우리말 교육은 비록 ‘대약진(大躍進)’ 및 ‘문화 대혁명’ 시기에 민족 정책의 말살을 강요당해 좌절을 겪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근본적으로 그 방향을 잃지 않았으며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연변의 조선족 교육 기관과 우리말 교육

현재 연변에서 우리말 교육은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기관의 역할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수부(首府)인 연길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말 교육 기관으로는 공원(公園) 소학교, 신흥(新興) 소학교 등 연길의 대표적인 초등학교들과 연변 1중과 연길시 2중을 비롯한 조선족 중, 고등학교 및 연변대학의 조선-한국학 학원 등이 전반적으로 우리말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연길의 조선족 초등학교들에서는 대부분의 수업을 우리말로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들도 대부분 한인[조선족]에 국한되어 있고 교사의 채용에 있어서도 가능한 한 한인[조선족] 교사의 채용이 이루어지도록 힘쓰고 있다. 학교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특색을 잘 살려 학교 이름과 교훈을 우리말로 써놓았고 우리말 도서를 읽을 수 있는 도서실도 구비되어 있다.

연변 1중은 연변 지역에서 손꼽히는 조선족 명문 중학교이다. 한인[조선족] 수재들이 다 모였다고 자부하는 이 학교는 해마다 대학 입시에서 북경 대학, 청화 대학과 같은 중국 명문 대학의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길림성, 더 나아가 동북 3성의 수석자들도 속속 배출해내고 있다.

연변대학 조선-한국학 학원은 뚜렷한 민족적 특색을 지닌 학과로서 국가 중점 건설 학과로 지정되었으며 해마다 동북 3성을 비롯한 각 지역의 우수한 한인[조선족] 학생들을 받아들여 민족 인재를 배양해내고 있다. 중국 한인[조선족] 최고의 학부로 불리는 이 학과는 조선족 교육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이미 수많은 한인[조선족] 학자들을 배출해냈다.

저널리즘이 우리말 교육에 미치는 영향

연변 지역의 교육 기관 외에도 순 우리말로 제작되는 TV 프로그램과 저널리즘도 조선족 교육에 적지 않은 역할을 일으키고 있다. 연변 인민 방송[CYS]과 연변인민출판사, 연변교육출판사 등이 그 중심에 서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제작되는 『우리네 동산』이나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청춘 스타트』 그리고 『사랑으로 가는 길』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현지의 한인[조선족]들의 삶의 모습을 여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연변인민출판사연변 지역 한인[조선족] 문화의 발전에 앞장서고 있으며 연변교육출판사는 한인[조선족] 언어 교육에 있어서 교재 편찬과 같은 기초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 ‘문화 발전 추진회’와 같은 단체들도 한인[조선족]의 자질의 향상과 지식 수양을 높임에 있어 적극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중적인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말 잡지들도 그 역할을 간과할 수 없는데 『청년 생활』, 『연변 여성』, 『장백산』, 『도라지』, 『소년 아동』, 『중국 조선족 소년보』등은 한인[조선족] 사회에서 널리 읽히고 한인[조선족]들에게 각광받는 잡지들로서 우리말 교육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연변의 수부인 연길시에서는 책방이나 편의점, 길거리 곳곳에서 우리말 도서들이나 신문 잡지들을 파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서점 체인의 하나인 신화 서점(新華書店)도 연길에서는 조선어로 된 책 코너가 따로 있다. 이러한 환경은 연변 지역 한인[조선족]들이 자신의 언어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나가는데 있어 하나 같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인터넷이 가정집에 보급되면서부터 고국의 소식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으며 우리말 교육은 더욱 가까운 곳에서 더욱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위기의 우리말 교육, 사라져가는 조선족 아이들

근년에 한인[조선족]들이 연변 지역을 비롯한 한인[조선족] 집거 구역을 떠나고 있는데 이는 한인[조선족] 지역이 점차 공동화되고 날로 축소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인[조선족]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출국 열풍, 및 도시화로 인한 하해(下海)[중국 연해 도시로 진출함을 의미하는 용어] 붐으로 인한 인구의 유동으로 말미암아 현재 조선족 교육은 전례 없는 위기와 시련에 직면해 있다.

이외에 국제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시집가는 미혼 여성들과 연해 도시로 진출하는 한인[조선족] 여성들의 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연변 지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한인[조선족] 총각들이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는데, 이에 따른 연변지역 한인[조선족] 인구의 감소 즉 인구의 저성장은 불가피한 현실로 되었다.

이외에 한족[중국인] 학교에 가는 한인[조선족] 학생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시골 지역에서는 학교가 폐교되어 한인[조선족]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한족 학교로 가지만 다수의 한인[조선족]들은 현실적인 이익을 내세워 자녀들을 한족 학교로 보내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중국인으로 태어나서 앞으로도 중국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중국어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조선족 학교에서도 한인[조선족] 학생의 유실을 막기 위해 중국어 사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조선 어문 과목을 제외한 모든 수업은 대부분 중국어로 하는 경우가 많다.

민족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것은 세계사 수업의 일부분에 그칠 뿐이다. 현재 한인[조선족] 학생들은 한류의 영향 때문에 한국에 대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TV나 영화를 통해서만 한국을 알아가기에 진정한 민족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초 지식이 박약한 실정이다.

희망이 보인다, 조선어 교육을 통한 글로벌 인재의 양성

조선족 교육은 위기를 맞았지만 격변기의 모진 진통을 이겨내고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기에 그 전망은 대체적으로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교의 교육체계가 든든히 그 자리를 지키며 민족적 사명감을 안고 적극적으로 조선족 교육 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한인[조선족] 사회 각 계층의 교육열 또한 민족 교육의 생존과 발전을 뒷받침해주는 동력으로 되고 있다. ‘소를 팔아서라도 자식은 공부시킨다.’는 한민족의 전통과 신념을 아직도 지키고 있으며 연해 지역에서는 비록 사립 학교지만 조선족 학교의 설립에 앞장서고 있는 이들이 많다.

또한 어떻게 해서든 자녀를 조선족 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선족 교육에 대해 적극적인 후원을 해주는 중국 국내외의 재단과 기업들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 살려면 중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단순한 판단으로 자녀를 한족 학교로 보내던 한인[조선족]들의 관념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미 많은 조선족 학교들에서 이중 언어 교육을 실시하여 “조선어에 능하고 중국어에 강하며 외국어까지 잘하는” 학생들을 속속 배출해내고 있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한인[조선족] 학생들은 국제화, 다문화 시대에 맞는 인재로 각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높은 자질로 인해 환영 받고 있으며 사회 각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중국어와 한국어,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거주국과 고국 사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인[조선족]의 후대들이 있기에 중국 한인[조선족] 사회는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잃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문화 자질을 강화함으로써 세계 속에서 하나의 완벽한 문화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속의 조선족 문화 부흥을 꿈꾸며

오늘날 중국 한인[조선족] 사회에서 우리말 교육은 여전히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연변 지역은 비록 인구의 감소로 인해 여러 위기에 처해있지만 여전히 민족의 언어와 문화의 보존을 위해 교육 사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바야흐로 한인[조선족] 사회는 자기 성찰과 반성 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인[조선족] 인구의 해외 이동과 도시화 과정에 뒤따른 여러 폐해도 극복하고 민족적 사명감을 지닌 채 지역 별로 조선족 교육 발전의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글로벌 시대, 급격하게 변해가는 사회의 물결 속에서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으며, 중국 한인[조선족]이 나아가야할 길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한인[조선족]이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고 그 위상을 드높일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 전병선, 「중국 연변 조선족의 이중 언어 교육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이중언어학』7, 1990)
  • 리상만, 「중국 조선족 학교의 조선어문 교육」(『중국조선족교육』5, 2001)
  • 최송호, 「연변 TV 소년 아동 프로의 언어 사용에 대하여」(『중국조선어문』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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