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별한 이야기

연길 한인의 여가 생활

분야 생활·민속/생활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  
시대 현대/현대
다양한 여가 문화의 꽃, 연길

연길(延吉)은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의 수부로서 한인들의 정치 경제의 중심지이자 동시에 문화의 중심지이다. 오늘날 연길은 한국의 영향으로 다양한 문화 생활이 가능해졌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연길 시민들은 대부분 바로 귀가하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고요했던 연길의 야경이 화려해졌다. 노래방은 물론 호프집, 나이트클럽, 카페, 극장 등은 더 이상 연길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삼삼오오 떼를 지어 밤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의 얼굴마다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직장인, 학생을 막론하고 연길의 밤은 여가 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외에도 주말에는 산악회와 같은 동호회 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골프와 같은 고급 여가 활동에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극장이 새로 생기며 젊은 세대의 각광을 받고 있는 등 연변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한인[조선족] 사회의 여가 문화 생활은 점점 다양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속 작은 한국, 연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 중국 정부는 소수 민족들이 대량 집거하는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고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했다. 연변은 그 중 한 행정구역으로 ‘연변조선족자치주’라고 한다. 연길은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수부이며 한인[조선족] 사회의 경제, 정치, 문화의 중심지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국가 정책이 경제 중심으로 이전되면서 연변 지역도 경제 발전과 외래 문화의 수용이라는 변화를 겪게 되었다. 한중 수교 이전, 한국과 중국은 이념적으로 대립, 교류가 없었다. 하지만 수교 이후, 경제 교류, 문화 예술 교류, 체육 교류, 인적 교류, 유학생 교류 등 제반 분야의 교류가 진행되었고 연변 지역 역시 한국 문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연변 지역 한인들의 여가 생활은 전면적인 변화를 겪었다. 많은 한인[조선족]들이 한국 방문의 기회를 얻어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선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한인[조선족]들은 연변 지역보다 훨씬 높은 임금 혜택으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는 동시에 한국의 다양한 여가 문화를 접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 체류 중이거나, 혹은 귀국한 한인[조선족]들이 연변의 여가 활동의 확산 및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리고 선진국의 문화적 영향을 받고 일정한 경제적 조건을 갖추어 다시 연변으로 돌아온 한인[조선족]들이 첫 번째로 한 일이 여가 문화 시장의 개발이었다.

부르하통하연길시를 남북으로 가로질러서 흐르는 연길의 대표적인 강이다. 7·8월의 부르하통하의 야경은 더없이 현란하고 이색적이다. 도시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강변에는 등불이 켜지고 가지각색의 놀이 기구와 간이 식당들이 하나둘 영업을 시작한다. 강 옆으로 늘어선 상가 지역은 연길 밤 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저녁이 되면 일과에 지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점차 인산인해를 이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퇴근하면 바로 귀가하여 저녁식사를 하고 TV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던 일상이 변한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나 여가 문화 시설 면에서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던 이전과 달리 한중 수교 이후 연변 지역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 한국과의 가속화된 교류는 한인[조선족] 사회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귀국 노동자들의 투자로 연변의 여가 시설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며 그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연변에는 노래방, PC방, 호프집, 골프장, 안마방, 발 마사지(足療), 찜질방, 다방, 볼링장, 수영장, 헬스장, 에어로빅장, 낚시터 등 다양한 여가 시설이 있으며 최근에는 스쿼시장과 극장도 새로 생겼다. 노래방을 비롯한 여가 시설물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귀국한 노동자들 혹은 그 친지들이 투자한 시설들이다.

이런 시설들은 대부분 한국의 것들을 그대로 옮겼다 싶을 정도로 ‘한국적’이다. 일례로 연변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 한국인들이 '작은 한국에 온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연변 지역에는 점차 오락, 유흥 시설들이 많아지고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나 가능했던 여가 시설들이 생겨나면서 여가 문화도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런 환경의 변화는 한인[조선족]들의 여가 문화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가져왔다.

여가 문화 생활의 변천사

예로부터 한인들 역시 여가를 즐겼는바 그 내용이 풍부하고 형식도 다양하였다. 특히 명절 때면 주로 민속놀이를 하면서 가족, 친척, 이웃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냈다. 이러한 여가 생활은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었는데 놀고 즐기기 위해,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겨루기 또는 내기를 하기 위해, 가정과 마을의 평화를 빌기 위해 등등이다.

계절에 따른 전통적인 여가 문화 활동을 분류해 보면, 봄에는 그네뛰기·씨름·줄다리기·농악 놀이 등이 있고 여름에는 단오를 시작으로 그네뛰기·널뛰기·씨름 대회 및 여성들은 강에서 머리 감기 등이 있다. 가을에는 추석을 맞으면서 강강술래·달맞이놀이를 하였고 겨울에는 설날을 맞으면서 연날리기·제기차기·팽이치기·썰매타기를 하였다. 신분에 따라 분류해보면 양반들은 장기·뱃놀이·거문고 연주·서예 등을 주로 하였고 서민들은 연날리기·공기놀이 등을 주로 하였다. 이러한 전통적인 여가 생활이 현대 문명을 맞으면서 한인[조선족]들의 여가 생활은 나름대로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연변에서 6·1일 아동절[중국의 어린이날]이나 8월 15일 노인절과 같은 명절 때가 되면 연길 공원은 보통 때와는 다른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전통 복장인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노인들과 어린 아이들의 밝은 표정, 그리고 자가용을 운전하고 공원 나들이를 온 한 가족의 단란한 모습에서 모던하면서도 전통을 잃지 않는 한인[조선족] 사회의 아름다운 문화적 풍속을 엿볼 수 있다.

진달래 광장도 연길 시민들의 여가 문화 활동의 대표적인 장소로 꼽힌다. 광장의 야외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민들의 모습과 여럿이 모여서 춤을 추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더욱이 주목할 것은 한인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한족들도 점차 이러한 ‘한국화’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족과 한인[조선족], 중국과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곳, 연변에서는 문화적 충돌이 아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상대방의 문화를 이색적인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다문화 생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나들이’를 하는 한인[조선족]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여가 문화 생활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었고 다양하게 급속히 발전하였다. 사람들 사이의 연대 모임은 간단한 술 모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노래방, 호프집으로, 발마사지, 찜질방으로 이어지고 신체 단련을 위한 신체적인 여가 활동도 등산, 수영, 헬스, 에어로빅, 스쿼시 등 다양한 활동으로 발전되었으며 지적인 활동은 독서 외에도 인터넷 웹서핑으로 발전되었으며 오락적인 여가 활동 역시 노래방, 나이트, 마작 게임방, 게임실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여가 문화의 보급은 인식의 변화에서도 나타났다. 기존의 모임 문화가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찾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 찜질방, 안마원 등 건강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활동에 치중하는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참여 방식에 있어서도 동호회라는 클럽 방식이 도입되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작은 한국을 넘어, 연변만의 특색을 찾아라!

오늘날 연변은 이미 ‘작은 한국’이라고 불릴 만큼 경제적·문화적으로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문제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는 반면에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연변에 여가 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의 한 단계인 동시에 앞으로 극복해나가야 할 점이다.

선진국의 문화가 전파되고 다양한 여가 시설이 생겨나면서 여가 문화가 다양해지는 동시에 건전하지 못한 문화도 함께 침투되어 왜곡된 소비 문화를 만들어 냈다. 지나친 술 문화, 채팅 문화, 성 문화 등 부정적인 여가 문화의 침투는 연변의 위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연변 지역 한인[조선족]들의 여가시간 활용 내용을 살펴보면, 성인들은 주로 노래방·식당·술집 등지에서, 청소년들은 주로 PC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가 문화’라고 하기 보다는 시간을 버리는 것에 가깝다. 이제는 무분별한 받아들임을 떠나 양질의 콘텐츠 구축을 위해 노력할 때이다.

지금까지 연변에서 여가는 즐기는 것, 돈을 쓰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여가 생활의 첫 번째 목표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연변 지역 한인[조선족]들의 여가 문화 소비 정황을 보면 신체 단련·레저 오락·관광 등이 주민 가정 여가 생활의 소비 주류를 이루고 관광은 도시 주민 정신생활의 향수 차원에서 이미 서민들의 생활 속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연변에는 ‘한국 나들이’에서 돌아온 한인[조선족]들이 투자하여 경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주목할 만한 경제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은 대부분 대중적인 문화 생활과는 거리가 먼 요식업, 유흥업, 여행사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업종은 단순 서비스 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차원이 낮고 규모가 작아서 중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민족 기업이 거의 없어 대부분 ‘한국 나들이’에서 벌어들인 외화로만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고 소비적 여가 문화에만 치우쳤던 과거에 비하면 현재는 비약적인 진보와 발전을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작은 한국’을 넘어 ‘연변’만의 특색있는 여가 문화 콘텐츠 개발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한인 사회의 성장을 위하여

오늘날의 연변은 더 이상 중국의 소수 민족 자치 구역에 제한된, 한인 고유의 전통과 특색만을 보존하고 있는 화석이 아니다. 고국인 한국과의 교류로 말미암아 한인[조선족] 사회는 점차 ‘한국화’되어 가고 있다.

불과 십 여 년 사이에 연변 한인[조선족]들의 생활수준은 기본적인 경제 생활을 영위하는 것에서부터 경제적으로 점차 부유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자 예전에는 개념조차 모호했던 다양한 여가 문화가 한인[조선족] 사회에 침투했고 이는 연변 사람들의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동시에 다채로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본래부터 삶을 즐기던 한민족 본성의 투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많은 한인[조선족]들의 한국 방문과 중국 한인[조선족] 사회에 불어닥친 ‘한국 열풍’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코리안 드림’은 한인[조선족] 사회에 경제적인 부를 가져다준 동시에 남녀 비례의 불균형 나아가서는 이주 한인[조선족] 공동체의 해체 위기를 몰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코리안 드림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교류를 통해 한인[조선족]들의 다양한 사회 문화적 수준이 향상된 것은 또 하나의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참고문헌
  • 손성철,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연변지역 조선족의 여가 활동 실태 및 가치관의 변화에 관한 연구』(서울 대학교 석사 학위 논문, 2005)
  • 『여가 활동을 삶의 질 향상에로』( 『연변 일보』, 201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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