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별한 이야기

매일 천 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찾는 혼춘

한자 每日 千 名 以上의 러시아人들이 찾는 琿春
분야 지리/인문 지리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혼춘시  
시대 현대/현대
‘새벽닭 우는 소리가 3국을 깨우는 곳’, 중국의 동쪽 창, 혼춘

2011년 8월의 찌는 듯 한 더위가 혼춘 시내를 용광로로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붉고 파랗고 노란 형형 색색의 대형 간판들이 즐비한 대로변은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더해져 마치 불이라도 난 것처럼 눈의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상가 간판들만큼 큰 간판들이 지구상에 또 존재할 수 있을까? 서울의 상가 간판들이 많고 크고 복잡해서 도시의 미관까지 해치고 있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국의 간판들을 보며 그런 생각은 이제 접게 되었다. 간판도 나라 크기에 비례하는 것일까?

폭염 속에서도 노랑색, 회색, 금발의 파란 눈의 유럽인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상점마다 진을 치고 있다. 바로 인접한 연해주를 포함한 극동 지역에서 관광이나 상품 구매를 위해 들어 온 러시아인들이다. 한국의 동대문 러시아 타운에서 자주 보아 왔던 모습이었지만 막상 혼춘에서 유사한 상황을 접하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대로변의 상점들마다 러시아인들로 넘쳐난다. 연변의 다른 도시들에서는 중국어와 한글로 된 간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혼춘의 간판은 러시아어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혼춘은 러시아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가장 쉽게 많이 방문하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왜 혼춘에 러시아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일까? 예로부터 혼춘은 “새벽닭 우는 소리가 3국을 깨운다”는 얘기가 전해 오는 곳이다. 지리적인 위치로 볼 때, 혼춘의 동남쪽은 러시아와 인접해 있고 서남쪽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맞닿아 있다. 또한 동북 접경 지역에 위치한 혼춘은 러시아와 북한, 한국, 일본, 나아가 북아메리카와 북유럽까지 수로로 통할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만큼 혼춘은 가깝게는 주변국들[러시아-하산(Khsan), 크라스키노(Kraskino), 자루비노(Zarubino) 등 북한의 국경 도시들]과의 경제적 관계만으로도 무언가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리적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경제 개발과 성장을 제1 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이러한 혼춘의 유리한 여건을 간과할 리 없다. 길림성 동남쪽 두만강 하류에 자리한 혼춘은 5,145㎢의 부지 면적에 2011년 현재 25만명[조선족-4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도시이다. 하지만 혼춘은 유엔 개발 계획이 주도하는 국제 협력 개발의 핵심 지역이며, 길림성에서 유일하게 해로를 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1992년 중국 국무원이 비준한 제1진 대외 개방 도시이자 신흥 국경 개방 도시로 면모를 바꾸면서 근해 통상구와 국제 관광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중국 정부 정책과 맞물리면서 이웃한 러시아나 북한과의 여러 형태의 대규모 경제 개발이나 협력 프로젝트가 특혜를 받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 또한 민간 차원의 다양한 교류와 왕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혼춘은 작은 변방 도시가 아닌 중국 동북, 나아가 동북아시아 지역의 교역과 물류, 관광 산업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인들이 혼춘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최근 들어 중국 동북 변방의 도시 혼춘에 부쩍 더 노랗고 하얀 머리색과 파란 눈동자의 러시아인들의 발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의 시작은 1990년대 초부터이다. 그들 대부분은 연해주(沿海州)와 하바로프스크 변강주[the Khabarovsk Province], 마가단주[the Magadan Province] 등의 극동에서 온 사람들이다. 오늘날 혼춘은 중국 영토에 속하지만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동북 지역과 이웃한, 연해주를 포함한 극동 지역과의 흥미로운 역사적 사연과 인연을 만나볼 수 있다.

사실 1860년 북경 조약으로 중국 동북 변방의 국경이 흑룡강우수리강[실제는 조금 벗어나 있음]을 경계로 확정되기 전까지 지금의 연해주를 포함한 흑룡강 유역은 중국의 영토에 속해 있었다. 러시아가 시베리아 동진 정책 과정에서 중국[청]과 체결했던 네르친스크 조약[Treaty of Nerchinsk, 1689]으로 인해 러시아의 흑룡강우수리강 유역 진출은 아이훈 조약[愛琿條約, Treaty of Aigun, 1858]과 북경 조약[1860]을 맺기 이전까지 줄곧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연해주나 그 주변 도시들에서는 오래된 중국식 식당이나 여관 등, 곳곳에서 중국의 흔적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170여 년이 지난 1860년 북경 조약으로 연해주의 중국인들은 다시 혼춘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영국과의 두 차례의 전쟁 즉, 아편 전쟁[1839~1842]과 애로호 사건[1856~1860]으로 어지러운 중국의 정치적 상황을 러시아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1900년 6월에 발생한 중국의 의화단 사건[청 말기 외세 배척 운동]으로 두 나라의 질긴 악연은 다시 시작되었다. 8개국 연합군의 일원이었던 러시아는 1900년 7월에 독일과 프랑스의 지지 하에 의화단 사건을 평정한다는 구실로 중국 동북 지역으로 출병을 감행하였고, 연변을 포함한 동북 지역을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두었다. 이로 인해 이번에는 러시아인들이 혼춘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때 혼춘에서는 러시아식 건물이나 교회 등, 곳곳에서 러시아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독식도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했다. 호시탐탐 대륙 침략의 기회만 엿보던 일본 때문이다. 러일 전쟁 승리와 포츠머스 조약[Treaty of Portsmouth, 1905. 9.]으로 조선과 요동 반도를 포함한 장춘 이남 지역이 일본에 넘어갔고, 반대로 러시아는 쫓기다시피 하얼빈, 혼춘을 포함한 장춘 이북 지역만을 관할하게 된 것이다.

비록 1931년 만주 사변 이후 동북 지역은 다시 일제의 독무대로 바뀌게 되지만, 어쨌든 혼춘의 중국인들과 극동의 러시아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두 지역을 서로 오가며 왕래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다시 그때의 인연이 혼춘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혼춘의 ‘광장무’에 매료된 러시아인들, 그들에게 혼춘은?

다시 혼춘 시내를 삼삼오오 활보하고 다니는 러시아인 관광객과 상인들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혼춘에 들어 온 러시아인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그들의 뒤를 한 번 따라가 보도록 하자.

혼춘과 주변 지역에 대한 답사 첫날, 혼춘 통상구와 안중근 유적지를 마지막으로 하루의 일정을 마친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저녁을 비우고 혼춘의 밤공기에 취해 모두가 밖으로 나간다. 혼춘의 밤은 국경 도시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러시아에서 느꼈던 조용하고 정제된 분위기보다는 활기가 넘쳐 흘렀다. 문득 낮에 눈에 자주 띄었던 러시아인들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이런 저런 호기심에 필자 일행은 혼춘의 저녁 풍광을 보기 위해 혼춘 중심가에 있는 광장을 찾았다. 그런데 광장 입구에 들어 선 우리 일행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참을 광장을 향해 서 있어야 했다. 그곳에서 본 것은 수 백, 아니 수 천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혼춘 시민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음악에 맞춰 집단 광장무를 추고 있는 광경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인구가 많은 나라 중국, 역시 중국답구나!’라는 생각이었다. 그저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밝고 흥겨운 혼춘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 몸짓과 동작, 그리고 주변 풍경 등을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는 낮에 혼춘 시내를 관광하고 다니던 러시아인들이 적지 않게 나와 있었다. 여기저기 혼춘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촬영을 하며 자연스레 그들과 눈인사를 나누어 본다. 아마 그들도 우리가 생김새는 같아도 외지인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 그들 모두 쉽게 보기 어려운 이 낯선 이국 문화 체험에 반쯤은 넋이 나간 듯 쳐다보고 있었다. 러시아인들에게 혼춘은 어떤 매력을 주는 곳일까?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을 즈음 예쁜 아이를 데리고 서있는 한 부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우리들은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왔어요. 다른 사람들은 이곳에 여러 번 오기도 하는데 저희는 혼춘은 처음이예요. 그동안은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거나 주로 흑하[흑룡강성 북부 도시] 혹은 다른 중국 도시들로 다녔었는데요, 이번에 와보니 혼춘도 아주 마음에 드네요.

혼춘과 극동의 큰 도시들 사이를 운행하는 노선버스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운행을 하고 있어서 교통편이 편리한 편이예요. 그리고 러시아 사람들은 중국에 올 때 비자 없이 간단한 입국 심사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왕래에 따른 특별한 불편함도 없는 편이고요.

지금 광장무를 보았는데 무척 놀랍고 흥미롭네요. 러시아에서는 체험해 볼 수 없는 문화입니다. 장춘이나 하얼빈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본 광장무가 더 규모가 크고 흥미롭네요. 한마디로 문화적 차이가 크게 느껴져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올 생각이예요. 혼춘은 제일 가까운 곳에 있어서 교통도 편하고, 또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것을 구입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핀추크 세르게이(Pinchuk Sergei) 가족 인터뷰]

혼춘의 상업 거리에서 만난 러시아인들

이튿날 필자 일행은 다시 시내를 돌며 일정을 소화했다. 어제와 다름없이 곳곳에서 러시아인들이 눈에 띈다. 마치 서울 한복판의 동대문 시장에 와 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낯익은 광경에 약간은 장난기가 발동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상가에서 막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한 쌍의 러시아인 부부에게 다짜고짜 마이크를 들이대 보았다. 그런데 참 성격좋은 사람들이다. 갑작스런 요청에도 싫은 기색 없이 웃으며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우리는 러시아 북쪽의 마가단주에서 왔어요. 저는 엘레나(Elena)이고, 옆에 있는 남편은 볼로샤노프스키 올레그(Voloshanovski Oleg)예요. 혼춘에는 관광하고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 왔는데, 중국은 외국인 관광객을 친절하게 맞이하는 나라인 것 같아요. 이곳의 식당도 마음에 들고 치료도 잘 해주는 것 같아요. 특히 마사지 기술이나 서비스가 마음에 드는데요,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좋아요.

혼춘에는 처음 왔는데요, 마음에 들어서 해마다 오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보통 휴가 때에는 모스크바(Moscow) 근교에서 휴가를 보내곤 했어요. 그 외에는 고향인 마가단을 떠나본 적이 없어요. 이번에 나흘 일정으로 왔는데, 다음에는 더 긴 일정으로 오려고 해요. 블라디보스톡이나 우수리스크, 하바로프스크 등의 도시들을 관통해서 다니는 혼춘~극동 구간 노선버스들이 있어요. 이 버스들은 자주 운행하고 있고 입국 절차도 간소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어요.

혼춘에서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서비스도 좋았고, 특히 관광객을 친절하게 맞이해 주는 점이 좋았어요. 돌아보니 상품도 많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참 좋네요. 마가단은 극동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만 마가단이나 주에서도 이곳으로 많이 관광을 오고 있고요, 저 또한 경험자들의 권유로 혼춘을 오게 되었어요. 다음에도 또 오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은 그냥 시내구경하면서 아이 장난감도 사주고 쇼핑했어요. 이곳에서 받은 명함도 많고, 돌아가면 주변사람들에게 혼춘으로 관광 휴가를 다녀오도록 추천할 생각이예요.”[볼로샤노프스키 올레그 가족 인터뷰]

이들 외에도 몇 팀의 러시아인 관광객이나 상인들을 더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혼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왜 그럴까? 혼춘은 자기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누리고 맛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때는많은 러시아인들이 동대문 시장을 누비고 다녔지만, 지금은 그 수가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다. 주로 주문을 통해서 상품을 수입하거나 아니면 중국이나 터키 등지로 상품 구매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혼춘의 경제 규모나 인프라 상황을 보니 문외한인 필자가 보아도 향후 교역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게 존재하고 있다. 왜 한국을 찾던 러시아인들의 수가 줄었는지 혼춘만 봐도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상품의 질을 떠나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다 만들고 생산해 낼 수 있는 나라. 핵무기와 스텔스기, 항공모함에서 자동차, 선박, 그리고 소위 한국이나 미국, 일본에서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스마트폰까지 자체 생산하고 있는 나라, 중국이다. 중국은 분명 주변국들에게는 한국이나 일본보다는 더 쉽게 더 저렴한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매력적인 나라로 성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혼춘 사람들의 눈에 비친 러시아인들

몇 해 전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의 무역 증가와 우호 증진을 목적으로 혼춘시 국경 무역구[무역 특별 지구, 경제 합작구] 안에 공동 산업 단지 건설을 합의하였다. 이 합의를 통해 중국은 러시아의 컴퓨터와 자동차 업종 등 첨단 산업을 유치해 이곳을 양국 최대 국경 무역구로 키우려 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중국과 러시아 간의 경제적 관계를 실현해 나가는 데 있어서 혼춘이 중요한 거점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은 주변국들에게도 긍정적인 현상일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을 타고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러시아인들이 전례 없이 밀려들고 있다. 바야흐로 ‘러시아인들의 혼춘 러시’[Russians’ rush to Khunchun]가 시작된 것이다.

‘러시아인들의 혼춘 러시’ 현상을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조선족 문학 작가 한정춘(韓正春)과 혼춘 제2 고급 중학교에서 20년 간 교장을 지낸 김정남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자.

“경제 합작구 내에 한국인이나 러시아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합작구는 성이나 주 차원에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2011년 현재) 혼춘 시내에는 상시, 비상시 거주자를 포함해서 약 3천 명의 러시아인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조선족 문학 작가 한정춘 인터뷰]

“현재 혼춘 시내에 집을 구입해서 상시 거주하는 러시아인의 숫자가 80여 명이나 됩니다. 그리고 혼춘 시내에서 러시아인 유동인구는 한 달에 3~4만 명 정도이고, 연중 유동인구는 20~30만 명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로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톡이나 마하리, 자루비노 등지에서 많이 오고 있는데 비즈니스맨보다는 관광객이 더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시내 호텔마다 러시아인 관광객들이 가득 들어 차 있습니다. 우리가 저녁에 묵었던 호텔에도 많은 러시아인들이 투숙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겨울보다는 아무래도 봄, 여름, 가을철에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혼춘 시내에 러시아인 시장이 따로 형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수의 러시아인 상점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상점에서는 중국산이나 러시아산 물품들이 같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3~5일 일정으로 들어오고 있는데요 주로 방천 풍경구나 백두산, 연길 등지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쓸 일상용품을 사기 위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값이 싸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구입해 가고 있습니다.

한때 혼춘 시내에는 러시아 정교회 건물이나 러시아식 건물들이 있었지만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대신 천주교나 기독교 관련 종교 활동은 적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나 미국에서 들어온 개신교파가 많은데,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이들의 활동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아 허가를 받고 종교단체 간판을 걸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혼춘 제2 고급 중학교 전 교장 김정남 인터뷰]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핵으로 떠오르는 혼춘

혼춘은 20세기 초까지 러시아의 영향 아래 있던 곳으로 러시아인들에게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인연이 깊다. 또한 이곳은 혼춘-자루비노[연해주]-속초 구간과 혼춘-나진-부산 구간으로 이어지는 정기, 부정기 노선이 가동되고 있는 만큼 주변국 모두에게 큰 관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혼춘의 200㎞ 반경 내에는 러시아와 북한의 10개 항구가 분포돼 있어 이들 항구를 통해 중국 대륙과 연결하고 세계로 나갈 수 있다.

특히 중국인들의 경우, 가까운 곳에서 유럽적인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연해주나 하바로프스크 변강주를 찾고 있고, 러시아인들 또한 ‘신비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나라’를 보기 위해 간소한 세관 절차를 통해 쉽게 혼춘이나 혼춘을 경유하여 중국을 여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년 현재 약 3천여 명의 러시아인들이 혼춘시에서 상시, 비상시 거주하고 있고, 최근 러시아와의 경제적 합작을 위한 여건들이 조성되어 가고 있다.

그럼 과연 혼춘은 3국 교역의 중심이자 특히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핵으로 떠오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가? 대답은 ‘충분히 그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혼춘에 오래 거주한 김정남은 최근 더 활발해진 혼춘에서의 중국과 러시아 간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단순한 경제적 협력 현상을 넘어 선 그 이상의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정남의 증언을 보자.

“통상구에 관련해서, 현재 혼춘에는 국가급 통상구인 1개의 장령자 통상구[혼춘 통상구, 혼춘 도로 통상구, 국가 차원에서 관리]와 나머지 3개의 권하 통상구, 사만자 통상구, 철도 통상구[길림성 차원에서 관리, 장춘 세관이 중앙 기관]가 있습니다. 사만자 통상구는 규모가 작은 편이고, 철도 통상구의 경우는 이번 9월부터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하고 기차가 운행될 예정으로 있습니다. 장령자 통상구는 국가급의 혼춘 통상구를 뜻하는데요, 한국의 동춘호가 속초~자루비노 구간을 운행하고, 원하는 사람들은 그 길로 다시 혼춘 통상구를 통해서 중국 땅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혼춘의 인구는 25만명 정도이고 통상구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때 현대 철강도 이곳에서 투자를 하고 활동한 바가 있고, 이번에 포항 제철도 들어 올 예정입니다. 혼춘의 경제 활동은 이웃한 북한을 겨냥해서 하고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경우 통행증만 소지하고 북한을 쉽게 들어갈 수가 있는 반면, 북한인들의 경우 중국 왕래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간의 경제 합작 사업 규모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군사 등의 분야에서 전략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국가급 차원에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중국과 러시아 간의 합작과 협력이 궁극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여겨집니다.”[혼춘 제2 고급 중학교 전 교장 김정남 인터뷰]

즉, 혼춘에서 중국과 러시아 간의 끈끈한 경제적 협력의 배경에는 1차적으로는 중국의 경제적 발전을 제고시키려는 목적 외에, 사회주의 우방인 양 국가 간의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여 미국이나 일본 등의 자본주의 국가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혼춘의 강점은 풍부한 자연 자원과 이를 통한 관광 자원의 활용 가능성에 있다. 예로 석탄 예상 매장량은 12억 톤으로 길림성에서 상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전시의 삼림 피복율은 85%에 달한다. 또 개발 이용이 가능한 야생 동식물 자원은 1,000여 종에 이르고, 성 전체에서 두 번째의 금광 지대와 아시아에서 제일 많은 텅스텐 광석이 분포되어 있다. 그 외에 동, 알루미늄, 아연 등 유색 금속과 대리석, 화강암 등 비금속 광산 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원들을 활용한 혼춘시의 경제적 발전이 앞서 언급한 통상구들을 통해서 실현되어 가고 있다. 1991년 10월 1일부로 정식 개통된 국가급 통상구인 혼춘 통상구가 그 선두에 서 있다. 중국 정부는 혼춘을 3국 교역의 중심이자 특히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핵으로 성장시킬 모든 준비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고, 이미 가동되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을 타고 ‘러시아인들의 혼춘 러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이러한 흐름이 뒤로 퇴보하지는 않을 것 같다. 러시아인들의 발길이 혼춘으로 계속 이어지는 한, 중국[혼춘]과 러시아[극동] 간의 이러한 밀월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인터뷰(조선족 문학 작가 한정춘, 2011. 7. 15.)
  • 인터뷰(혼춘 제2 고급 중하교 전 교장 김정남, 2011. 8. 12.)
  • 인터뷰(핀추크 세르게이, 40세, 2011. 8. 2.)
  • 인터뷰(볼로샤노프스키, 45세, 2011.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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