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별한 이야기

연길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 서시장과 새벽 시장을 가다

한자 延吉 사람들의 生生한 삶의 現場, 西市場과 새벽 市場을 가다
분야 생활·민속/생활|지리/인문 지리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시장 길림성 연길시 해방로 일대
시장 길림성 연길시 신흥가 일대
연변의 시장을 만나본다

한국의 서울 하면 자연스레 동대문 시장이 떠오르듯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도(州都)인 연길에 가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시장(西市場)을 찾는다. 중국에 사는 한인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곳은 자치주에서 가장 큰 시장일 뿐 아니라 중국 전체의 한인 사회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대표적인 시장이다. 서시장과 새벽 시장은 사람들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서시장은 1980년대 초기 길림성에서 최초로 봉폐(封閉)식 시장 관리 방식을 도입하여 건설한 성급(省級) 시장이다. 공업 무역, 농업 무역, 오락을 일체화한 종합 무역 시장으로써 줄곧 연길 상권의 중심 구역으로 기능하였다.

한편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꼭 있는 재래시장도 연길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의 재래시장은 무엇보다도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며 사람 냄새가 난다. 연길의 재래시장은 아침 시장과 저녁 시장으로 나뉘는데 역사가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새벽 시장으로는 ‘하남 아침 시장’과 ‘수상 아침 시장’이 유명하다. 새벽 시장의 매력은 농군들이 직접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한 값에 살 수 있다는 점, 다양한 구경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새벽 시장에는 아침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민족의 전통이 살아 있는 서시장

서시장은 연길 최대의 쇼핑 중심 구역으로 연변 한인 사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만약 누군가 연길에서 가장 번화한 곳을 묻는다면 아마 두말할 것 없이 서시장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연길 서시장은 언제부터인가 연길 사람들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로 부상, 연길시의 쇼핑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서시장이라는 말은 원래의 서시장을 포함한 주변 거리 모두를 지칭하게 되었다. 주변에 무수히 새로 일어선 상가 빌딩을 아우르는 복합 쇼핑 타운으로, 연길 하북(河北)권에서의 중심 쇼핑 지대의 명칭이 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주변에 성보 빌딩[한국 상품 백화점], 연길 백화점, 신 국제 무역 청사[新國貿], 황금 대도, 신세기 쇼핑 광장 등이 생기면서 서시장은 명실상부 시장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쇼핑의 중심 거리로 거듭나게 되었다.

한인들이 연변으로 이주해서 지금까지 한 세기도 더 되는 세월이 흘렀다. 우리말과 우리 전통 문화 그리고 풍습이 살아 숨 쉬는 중국 변방의 작은 도시 연길에는 아직도 한인[조선족]에 의해 영위되는 우리의 시장이 있다. 서시장은 여전히 그 전통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세기 1970년대 초에 노천 매대로부터 시작하여 장이 열리던 이곳이 지금은 동북 최대의 종합 시장으로, 연변의 물류 중심으로, 연변 지역 한인[조선족]들의 소비 중심으로 되었다. 특히 백두산에서 나는 명물들을 포함한 지역적 특색이 농후한 상품들이 도매, 소매를 거쳐 연변 지역과 한인[조선족]들이 집거해 살고 있는 기타 지역으로 보내지기도 하며 북한, 한국, 러시아 등의 나라에도 수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주 한인들의 전통 문화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한인들의 전통 복장인 한복과 코신이 진열되어 있는 의류 코너가 있는가 하면 김치, 송편, 순대, 젓갈과 보신탕 같은 전통 민족 음식을 파는 코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변 지역의 명물인 산삼, 고사리, 더덕 및 각종 버섯들을 사가려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생활 필수품에서 의류에 이르기까지, 결혼 잔치, 생일 파티, 아이의 돌잔치에 오르는 상차림으로부터 서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반찬거리까지 모두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새벽 시장: 삶의 현장, 정겨운 풍경

서시장이 한인[조선족]의 살아 있는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연길 시내 곳곳에서 아침마다 열리고 있는 새벽 시장은 새롭게 떠오르는 시민 문화 생활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길시를 동서로 가르는 연집강(烟集江)과 남북으로 가르는 부르하통하의 강변 둔치에 아침마다 새벽 시장들이 열린다. 한국의 재래시장과 비슷하고 서민들의 삶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정겨움과 따스함이 묻어난다.

연길에서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새벽 시장으로 수상(水上) 시장과 하남(河南) 시장을 들 수 있다. 수상 아침 시장은 연길 공원의 동쪽에 위치해 연집강을 따라 열리는 시장이고, 하남 아침 시장은 부르하통하를 따라 하남교 서쪽으로 열린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와 같은 주민들의 거주 구역에도 도로변을 따라 아침마다 시장이 열리기에 일부러 굳이 발품을 팔아 멀리 가서 장을 보지 않아도 신선한 먹거리들과 생활 필수품을 구할 수 있어 시민들의 생활이 매우 편리해졌다.

연길의 새벽 시장은 새벽 4시부터 장이 서는데 상인들은 한인[조선족]과 한족이 거의 반반이다. 이 시장에는 그야말로 없는 물건이 없다. 시내 인근 지역의 농민들이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어서 갓 따온 싱싱한 채소들은 물론 각종 고기류에 직접 냇가에서 잡아온 생선들도 눈에 띈다. 심지어는 산에서 직접 채취해 온 도라지나 더덕, 송이버섯과 같은 자연산 채소들과 약재, 그리고 뱀과 자라 같은 동물들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생활 필수품이나 옷과 신 같은 것들을 파는 코너도 있고 책이나 음반 같은 것도 판다. 생존에 필요한 살 거리를 구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과 생존을 위해 팔 거리들을 들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대는 새벽 시장의 모습은 생생한 삶의 현장 그 자체이다.

연길의 새벽 시장에는 중국의 다른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한인[조선족] 집거지 특유의 풍경들이 있다. 갓 지은 찰밥으로 찰떡[인절미]을 현장에서 직접 쳐서 파는 한인[조선족] 부부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금방 쪄내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를 파는 한인[조선족] 아주머니도 보인다. 가정집에서 달인 수수엿, 찰옥수수엿을 파는 한인[조선족] 청년에서 고운 고춧가루로 만든, 한결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여러 종류의 김치를 파는 한인[조선족] 할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고추장·된장·손두부·도토리묵 등의 전통 음식들을 이곳에서 다 만날 수 있다. 모두가 전통이 살아 있는 한인[조선족]들의 문화 흔적들이다. 중국 변방에 있는 작은 도시, 연길에 가면 아직도 민족의 전통 음식 문화와 함께 넉넉한 인심이 묻어난다.

처음에는 신선한 물건들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던 연길의 새벽 시장이 이제는 시민 문화 생활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다. 굳이 사야할 물건이 없어도 일부러 시장 구경을 가거나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시장에 가서 산책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작은 도시의 아침을 깨워주는 새벽 시장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이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반가이 맞아주고 품어준다.

풍요로운 장바구니, 연변 시장의 현황

시장은 한 개 지역을 대표하는 경제적인 지표인 동시에 현지 주민들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연변 지역의 시장은 한인[조선족] 사회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인[조선족]들이 고유한 문화 생활을 영위해나가는 삶의 현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연변 지역의 시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크게 변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한중 수교 이후 ‘코리안 드림’의 영향을 받은 것과도 연관된다. 한중 수교는 동북 변방 지대에 불과했던 연변 지역을 많이 바꿔놓았으며 수많은 한인[조선족]들이 한국으로 진출하여 벌어들인 외화는 연변 지역의 경제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버팀목이 되었다.

연변 지역의 한인[조선족]들이 해외 근로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재정 수입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연변 지역 한인[조선족]들의 경제 수준은 눈에 띠게 향상되었으며 생활의 질도 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 새벽 시장이 더 이상 생계 문제에만 제한되지 않고 시민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새로운 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하였다는 점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현재 연변 지역의 시장들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제 성장으로 물품의 소비량이 많아진 동시에 소비 수준도 높아졌다. 선진국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시장의 상품 범위와 종류도 급격하게 확대되었으며 소비 의식도 따라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외 무역 역시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인[조선족]의 전통 문화를 대표하는 상품들 외에도 많은 한국 상품들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의 발달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자 제품은 물론 의류와 생활 필수품 그리고 식재료와 같은 것도 연변의 시장에서 찾기 쉽게 되었다.

오늘날 이곳은 이주 한인[조선족] 문화와 중국 문화, 그리고 한국 문화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고 이 땅에 굳게 뿌리내리고 사는 한인[조선족]들이 있다. 우리의 맛과 우리의 풍습을 잊지 않고 시장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서 한인[조선족] 사회의 희망을 본다.

민족적 정취가 살아 있는 곳, 연변의 시장

한인[조선족] 집단 거주지인 연변의 시장들에서는 익숙하면서도 친근한 냄새가 묻어난다. 한국, 중국, 그리고 연변 지역 한인[조선족]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연변의 시장들이다. 이주 후 한 세기가 지났고, ‘코리안 드림’의 열풍에 휘말려 하나 둘씩 보금자리를 떠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의 한인[ 조선족]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전통 문화의 보존에 앞장서 가고 있다. 과거에는 생계를 위해 거쳐 갔던 이곳이 오늘날에는 다채롭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문화 명소로 탈바꿈되고 있다.

참고문헌
  • 「연변 최대 종합 물류 쎈터-연길 서시장」(『연변 일보』, 2008. 3. 5)
  • 「연길 서시장 제1기 개조 공사 가동」(연변 방송, 201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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