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북한·러시아가 한 눈에 들어오는 방천 풍경구

한자 中國·러시아·北韓이 한 눈에 들어오는 防川 風景口
분야 지리/인문 지리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혼춘시 경신진 방천  
시대 근대/근대|현대/현대
3국 접경의 관문, 방천 풍경구 가는 길

이른 아침, 용정의 아침 해가 숙소 앞 도로를 환하게 달구기 시작한다. 오늘의 목표지점은 용정에서 약 250㎞ 떨어져 있고, 3국[중국, 북한, 러시아] 접경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방천 풍경구(防川風景區)이다. 일행을 태운 차량이 가벼운 경적 소리와 함께 용정 시내를 달리기 시작한다. 간밤의 잠자리가 편했는지 기사도 일행도 모두 얼굴에 환한 웃음과 미소가 넘쳐 나온다. 아마도 향하고 있는 곳이 중국 동북의 관문이기도 하고 미래가 열려 있는 희망의 장소이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차창 밖으로 광활하고 기름진 옥토들이 끊임없이 펼쳐져 지나간다. 저 땅에 우리네 조선인들의 땀과 피가 서려 있으리라. 그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어느새 차는 개산둔진(開山屯鎭)을 지나 두만강변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차는 두만강변로를 따라 도문시에 속하는 광소촌, 하천평(下泉坪), 선구촌(船口村)을 지나 월청진(月晴鎭)에 다다르고, 이어 어느새 도문에 도착했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든 것이 풍족하고 성장 중에 있는 도문과 건너편 북한 땅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름이 느껴진다. 그렇게 두만강변로를 따라 도문을 거쳐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중국 동쪽 변방의 끝자락에 위치한 국경 무역 도시, 혼춘이다. 거리에는 온통 한글과 한어, 그리고 접경 도시답게 러시아어 간판으로 새겨져 있다. 원더풀! 원더풀! 용정에서와는 또 다른 이국적인 모습에 그저 눈이 즐겁기만 하다.

그 길로 다시 차를 달려 경신진(敬信鎭)으로 향한다. 이른 점심 무렵 도착한 경신진 소재지는 뜨거운 햇빛에 사방이 달구어져 있다. 식사 시간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 있어 최초의 조선인 정착촌인 회룡봉촌(回龍峰村)으로 차를 돌린다. 굽이굽이 비포장 길을 따라 얼마간을 들어갔을까. 며칠 전에 내린 비 때문에 여기저기서 차바퀴는 덜컹덜컹....움푹 움푹 들어간 비포장 길은 더 이상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가까스로 다시 차를 돌려 경신진으로 귀환한다. 잘 차려진 점심이 허기진 객들의 배속에 채워지고, 그때서야 만족감에 한 숨 놓는 사람들....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먹어치운 밥상에는 두만강에서 잡아 올려졌을 커다란 생선 가시만 앙상하게 덩그런히 놓여있다.

길이 바쁜 사람들, 그 길로 다시 방천으로 길을 재촉한다. 얼마를 달렸을까. 권하 통상구를 지나 차량은 마침내 방천 풍경구 입구에 도착한다. 아....여기가 바로 길림 8경(吉林八景)의 한 곳인 방천 풍경구이구나! 조선족으로 보이는 청년 두 서너명이 매표 행위를 하고 있다. 저 멀리 입구 너머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관광탑이 보인다. 중국, 러시아, 북한이 만나는 혼춘시 최남부의 3국 접경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방천 풍경구는 한국의 속초-자루비노(Zarubino)[연해주 남부] 노선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 곳이고, 이어 주변의 포시에트(Posiet), 하산(Khasan), 그리고 북한과도 인접한 곳이다. 주변의 3국의 공조 체제가 잘 구축된다면 서로에게 유익한 훌륭한 관광 루트가 개발될 수 있는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필자의 뒤늦은 기대와 판단이었을까. 혼춘시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방천 풍경구를 혼춘 관광 브랜드 창구로 만들기 위해 개발과 건설을 추진해 왔고, 최근 들어서는 본격적인 관광 상품 홍보와 판매에 들어간 상황이다.

혼춘 관광 브랜드 창구-방천 풍경구, 길림 8경에 선정되다

2009년 7월, 연변조선족자치주길림성 관광국은 혼춘시의 이미지 제고와 관광 특구로서의 위상 제고와 관련된 중대한 대중 투표를 실시했다. 이 투표를 통해 연변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12개의 예비 후보 풍경구 중에서 방천 풍경구를 포함, 총 8개의 길림 8경[길림 8대 풍경구]을 선정하였다. 이 과정을 거치기 전까지 길림성 관광국은 몇 단계의 과정을 통해 풍경구 선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길림성 관광국은 2009년 6월 1일부터 앞서 선정된 30개 후보 풍경구를 놓고 670만 명이 참여하는 1차 대중 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1차로 12개 예비 후보 풍경구를 선정하였다. 이후 7월 7일~7월 12일 기간에 길림 8경 평의 활동 전문가팀의 현지 답사가 있었고, 이 현지답사를 통해 실명제 투표 방식으로 최종적으로 8개 풍경구를 선정하였다.

최종 선정된 길림 8경에는 1위가 장백산(長白山, 백두산) 풍경구, 2위 고구려 고적(高句麗古蹟) 풍경구, 3위 향해(向海) 풍경구, 4위 방천 풍경구, 5위 위만 황궁(衛滿皇宮) 풍경구, 6위 길림 무송(吉林霧凇) 풍경구, 7위 정월담(淨月潭) 풍경구, 8위 차간호(査干湖) 겨울철 고기잡이 풍경구가 포함되었다. 이들 8대 풍경구 중에서 방천 풍경구가 중상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방천 풍경구는 3국의 접경 지역에 위치하며, 혼춘 관광 브랜드 창구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리적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북한과의 정치적, 경제적 유착 관계가 끈끈해지고, 또한 러시아와의 대규모 경협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혼춘시방천 풍경구의 길림 8경 선정은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당사국들의 이해 관계에 향후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 모든 면에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한국 측의 노하우가 더해진다면 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동북 변방에서 방천 풍경구가 갖는 위상과 의미는?

혼춘시 정부에서는 방천 풍경구의 지명도와 관광객 접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적지 않은 시간과 재정을 투입시켜 왔다. 혼춘시 정부는 2009년부터 향후 3년 내에 총투자 1억 위안에 달하는 ‘5개 1 프로젝트’를 가동시키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시 정부는 풍경구에 1) 관광탑, 2) 종합 봉사구, 3) 경관 대문, 4) 민속 전람관을 건설하고, 5) 한 갈래 가로수길 조성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이 중 일부는 2011년에 준공이 되었다.

혼춘시에서는 총체적인 관광 기획에 따라 방천 풍경구를 방천 민속 관광 문화촌과 한 눈에 3국을 바라볼 수 있는 관광탑 등 여러 가지 항목으로 입안하고 추진해 왔다. 이 모든 개발 건설 사업의 초점은 무엇보다도 방천 풍경구를 혼춘 관광 브랜드 창구로 만들어 놓는 데 있다고 하겠다.

방천 민속 관광 문화촌은 혼춘시방천 국가급 중점 풍경 명승구양관평(陽關坪)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혼춘시에서 51㎞ 떨어져 있으며 부지 면적은 20㎢이다. 문화촌 내의 관광 자원으로는 일안망삼국(一眼望三國), 토자패(土字牌), 방천 조선족 민속촌, 사구 공원(沙丘公園), 장고봉 사건(張鼓峰事件) 유적지, 연화호 공원(蓮花湖公園) 등이 있다. 방천 풍경구는 혼춘시가 관광 산업 진척을 정책적으로 관심을 쏟아 온 곳으로 혼춘시에서는 정부 보조로 기초 시설 건설을 하고, 투자 유치로 관광 명승지 건설 자금을 해결해 왔다.

일안망삼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 접경 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혼춘시에서 63.6㎞ 정도 떨어져 있고 잠재적인 관광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방천 풍경구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는가?

앞서 소개했듯이 방천 풍경구에는 다양한 관광 자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방천 조선족 민속촌을 들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조선족의 전통 문화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서 젊은 세대들에게는 야외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구 공원은 관광탑으로 들어가기 전 대로변에 바로 위치하고 있는데, 사막의 자연환경을 일부분 옮겨다 놓은 것처럼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곳이다. 내부에는 여러 개의 천막이 설치되어 있고, 안내자의 보호 하에 낙타를 타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가져볼 수 있다.

사구 공원에 이르기 전에 장고봉 사건 유적지 또한 하나의 관광 자원이면서 역사적 교훈의 장이 되고 있다. 장고봉 사건은 1938년 7월 29일부터 8월 11일까지 일본 점령 하의 조선, 만주국[방천], 소련, 3국의 두만강 접경지인 하산[연해주 하산]에서 벌어진 국경 분쟁이다. 이 분쟁은 ‘하산호(長池湖)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장고봉은 당시 만주의 동남단이 조선 동북부 쪽으로 길게 뻗어 나온 지점으로서 연해주포시에트만과 두만강 사이의 구릉지대이다. 높이가 150m에 지나지 않는 곳이지만 그 꼭대기에 올라가면 조선의 국경 철도가 한 눈에 들어오며 나진항도 시야에 들어오는 전술적 요지로 여겨지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되었던 것은 1886년 러시아와 청나라 사이에 맺어진 혼춘 협정 내용과 그에 따른 국경 간의 표시가 부재한 데서 기인된 것이었다. 즉, 중국 동북 지역을 점령한 일본은 장고봉의 꼭대기를 만주령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두고 소련과 일본 간의 무력 갈등이 발생했던 것이다. 소련의 승리로 끝난 이 전쟁은 중국 근현대사에서 중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아픔과 교훈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밖에도 장고봉 사건 유적지에서 멀지 않은 같은 대로변에 있는 오대징 기념비 또한 가볼 만한 관광지이다. 오대징(吳大澂)[1835~1902]은 중국청나라의 정치가이자 학자이다. 자는 청경(淸卿), 호는 항헌(恒軒), 각재(愙齋)이며, 1868년에 진사(進士)로 제관을 역임하고 광동 및 호남 순무(巡撫)에 이르렀으나, 청일 전쟁 시 패전의 책임을 지고 해직되었다. 러시아와의 국경 문제 담판 과정에서 동북 변경 지역의 영토 문제를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어 내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오대징 기념비 또한 대로변에서 훤히 보이는 곳인 작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왼손은 뒷짐을 진 자세로 하고 있고, 오른 손은 가지런하게 앞으로 내밀고 있는 오대징의 거대한 흉상 기념비이다. 그 옆에는 오대징의 문체가 잘 드러나 보이는 글씨가 사방 몇 m의 거대한 판에 새겨져 있는데, 가히 바삐 가는 걸음을 세우고도 남을 만큼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방천 풍경구의 관광 자원은 대부분 하나의 대로를 중심으로 위치하고 있어서 관광객들은 장소 이동에 따른 교통상의 편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갖고 있다. 오대징 기념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연화호 공원이 있다. 이곳은 방천 풍경구 내를 돌아다니다가 지치고 아픈 다리와 육신을 잠시 쉬고 에너지를 충정할 수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는 연화호는 담수량이 많고 한켠에는 연잎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확 트이게 해주고 있다. 제철에 연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연화호는 금방이라도 선녀가 다녀갈 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서 관광객들의 변함없는 각광을 받고 있다.

3국민들의 만남과 웃음의 장, 방천 풍경구를 넘어 한국으로까지 이어지는 관광 벨트가 조성되기를…

길림성 관광국은 길림성의 관광 이미지를 제고하고 황금 관광 노선을 개척하여 중점 풍경구와 관광 명소를 추천 및 소개하고, 이를 통해 길림성의 관광 산업 발전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 이러한 노력은 적지 않은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길림 8경 소재 지역과 풍경구 책임자들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국경일 연휴 기간에는 관광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혼춘의 방천 풍경구의 경우, 길림 8경에 선정된 후 2009년부터 혼춘 지역 관광객 수는 90%까지 크게 증가하였다. 혼춘 방천 풍경구는 단순히 한 나라의 풍경구로서의 의미만이 아니라, 이웃한 러시아와 북한의 국경 지역을 개발 및 개방하고, 이들을 하나의 관광 벨트로 묶어 3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하나의 관광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가령 방천에서 가까운 곳에 이웃하고 있는 하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침체되어 있다. 그곳 또한 방천의 경우처럼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는 자원들이 적지 않게 있다. 예를 들어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최종착점이자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하산역이나 철도 및 주변 시설, 장고봉과 장고봉 사건 기념비,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하산 호수, 무엇보다 방천처럼 3국의 국경을 사이에 두고 펼쳐져 있는 국경 지역의 풍광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관광 자원들은 중국, 러시아, 북한뿐만 아니라 철도만 연결된다면 한국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단히 매력적인 관광 자원이라 할 수 있다. 모쪼록 방천 풍경구가 혼춘시연변조선족자치주, 길림성의 관광 및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나아가 주변 3국, 종국에는 한국으로까지 이어지는 관광 벨트가 조성되어 지기를 소망해 본다.

참고문헌
  • 이광평, 「이주 1번지 두만강 기슭의 조선족 선배들」(『재외 한인 연구』20, 재외 한인 학회, 2009)
  • 정희숙, 「중국 조선족 문화 자원과 관광 문화 산업 기획-연변조선족자치주를 사례로」(『재외 한인 연구』20, 2009)
  • 연변일보사편,『기사로 읽는 새중국 60년 조선족 변천사』연변편(민족 출판사, 2010)
  • 「북한-중국-러 국경 지역: 중, 혼춘시 방천 개방」(『동아일보』, 1996. 11. 2.)
  •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혼춘이 다시 뜬다」(『흑룡강 신문』, 2010. 8. 23.)
  • 「훈춘 방천 풍경구 관광 브랜드 창구로 건설」(http://blog.daum.net/rhee6439/27, 2009. 4. 20.)
  • 훈춘 방천 4위로 ˂길림 8경˃에 입선(http://cafe.daum.net/yanji123/EfWe/4756?docid=ixZU|EfWe|4756|20090715173148&q=%B9%E6%C3%B5%C7%B3%B0%E6%B1%B8, 2009.7.15)
  • 방천 풍경구 국경절 련휴로 인들에게 무료 개방(http://blog.daum.net/rhee6439/77, 2009.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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