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카자흐스탄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31년 8월 17일
저자 몰년 시기/일시 1993년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89년 5월 23일~1989년 5월 31일
편찬|간행 시기/일시 1990년
성격 소설
작가 한진
정의

1989년 고려인 문인 한진이 쓴 단편 소설로 고려인 강제 이주 문제를 다룬 최초의 소설.

개설

1989년 5월 23일부터 31일까지 『레닌기치』에 연재된 「공포」는 ‘강제 이주’ 전후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제목이 암시하듯 강제 이주를 전후한 고려인들의 삶은 ‘한순간 끌려가서 죽임을 당할 수 있는’ 공포 그 자체였음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구성

총 8장과 맺는 말로 구성되어 있는 「공포」는 3장 중간 부분에 ‘김선생 이야기’라는 독립된 장을 삽입하는 등 다양한 소설적 실험을 보여 준다.

내용

살던 집과 집물을 그대로 두고 양들처럼 온순하게 차에 올랐던 고려인들은 이주 초기 모두가 잠든 새벽 4시쯤이면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르는 공포에 직면하곤 했다. 이 고려인들은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새벽이면 숨이 막힐 지경으로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이것은 “곤드라지게 사람들이 잠을 자는 바로 이때에 사람들을 붙들러 다닌다.”[5월23일]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불이 꺼져 방이 추워 불을 때려 하는 남편에게 “무서우니 자기 옆을 떠나지 말라.”[5월 23일]라고 말하는 리 선생의 아내 모습은 당시 고려인들이 느꼈던 공포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고려인들은 ‘일본 간첩’이란 누명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냉대는 물론이고 당국의 허가 없이는 도시를 벗어날 수 없는 ‘집단 죄수’와도 같았다. 조선사범대학의 교원인 리 선생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심지어 소련인 교장은 불온한 사상을 가진 학생들과 동료들의 동태를 파악해 알려 달라고 한다. “어느 때 어데서 붙들려갈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5월 30일] 상황에서 교장의 요구는 리 선생에게는 생사 여탈권을 손에 쥐고 하는 협박과도 같았다. 말 한마디 잘못하고 붙들려가는 세월이었고 잘잘못이 문제가 아니고 모든 것이 구실에 불과한 당시 상황에서 리 선생은 교장의 요구에 반박은커녕 변변한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리 선생은 자신을 옭아맨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고려인 그 누구도 시르다리야(сырдарья)강 밖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만다.

절망과 공포에 사로잡힌 리 선생은 뜻하지 않은 두 가지 사건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제비집과 불태워 질 뻔한 ‘조선의 고서적’을 구해 낸 것이 그것이다. 제비집이 “귀향의 희망의 상징”[5월 27일]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목숨 있는 것들은 다 살기 마련”[5월 26일]이라는 잠언적인 깨달음을 준다면 책을 구한 행위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지금 자신이 살아남아야마만 하는 의미를 부여해 준다. 리 선생이 조선어 책들을 태워 버리라는 교장의 명령을 거부하고 『문헌비고』를 비롯한 고전들을 학교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고 죽음까지도 각오하면서까지 굳이 카자흐스탄 국립도서관으로 보내는 것도 미래를 위해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공포」가 기억하는 강제 이주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쫒겨난 무리’, ‘죄수’, ‘양무리’, ‘피멍울’, ‘죽음’ 등 탄압받는 대다수 고려인에 대한 기억이요, 다른 하나는 ‘검은 염소’가 상징하는 고려인 앞잡이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억 방식은 이전 고려인 문학이 보여줬던 ‘부재 또는 당의 배려’ 등과는 판이하다. 이것은 고려인들이 강제 이주를 소련 당국과 그 앞잡이들에 의해 행해진 ‘범죄적 행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징

‘김 선생 이야기’와 ‘맺는 말’을 통해 이 작품이 단지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작품임을 강조하는 형식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의의와 평가

고려인 강제 이주를 다룬 최초의 소설 작품이다. 저자 한진은 작품에서 우리말로 ‘앞잡이’로 번역할 수 있는 ‘포로비카토르’라는 염소를 등장시키는 것은 스탈린의 범죄 행위에 못지않게 앞잡이들의 범죄 또한 중대한 것이라는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시기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또 다른 앞잡이들을 경계하기 위한 작가의 충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참고문헌
  • 강진구,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학에 나타난 기억의 양상 연구-강제 이주를 중심으로」(『국제한인문학연구』1, 국제한인문학회, 2004)
  • 박명진,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학에 나타난 민족 서사의 특징-극작가 한진의 텍스트를 중심으로」(『어문연구』32-2, 한국어문교육연구회, 2004)
  • 조규익, 「구소련 고려인 작가 한진의 문학 세계- 희곡 작품을 중심으로」(『동악어문학』59, 동악어문학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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